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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의 폐기 또는 동결? 미국과 북한은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 한반도 비핵화 카드를 내놓은 김정은▲정의용 대한민국 특사가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예방,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미-북 정상회담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북한 당국은 미국 정부 측에 2018년 5월 말이나 6월로 초(初)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4월 8일(미국 현지시간) 알려졌다. 미국 현지의 언론들은 이러한 북한의 행동을 미-북 대화의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이 이끄는 CIA 전담팀과 북한의 정보당국 간의 비공식 채널이 가동 중이며, 미-북 정상회담의 장소와 의제 등을 포함한 사전 준비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비핵화의 방법과 시기와 관련해서, 김정은이 방중 기간에 (3월 25~28일) 시진핑과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 중국 외교부의 발표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어서 4월 5~6일에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진행된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수행했던 북한 당국자가 취재진에게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로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김정은의 발언을 재차 확인하였다.

여기서 2가지 핵심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단계적 비핵화”이고, 둘째는 “한반도 비핵화”이다.

우선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한다는 것은 미국의 단계적 보상들을 확인해 가면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북한정권은 최우선적으로 유엔 대북제재부터 풀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화성 15형 실패이후, 유엔 대북제재를 통해 핵탄두 ICBM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물자들의 수입경로가 막혔기 때문에, 북한정권은 핵탄두 ICBM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엔 대북제재를 풀어야만 한다. 또한 일정과 기간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단계적 비핵화”는 핵탄두 ICBM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 끌기”로 의심받을 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김정은이 언급한 선대의 유훈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비핵화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제로 김일성이 1960년에 시작한 핵개발은 1957년 12월 말에서 1958년 1월 초 사이에 대한민국에 배치된 핵탄두 지대지 로켓 “어네스트 존”(Honest John)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말한 선대의 유훈은 “어네스트 존”이 배치되지 않았다면 김일성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논리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의 영역 내에 전술 핵은 모두 철수하고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서독에서도 공식적으로 전술 핵이 모두 철수했다고 했지만, 동-서독이 통일된 후에 확인되었던 서독 내의 전술 핵 미사일이 300여기가 넘었던 점을 볼 때, 우리 대한민국에도 전술 핵이 철수하지 않고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남-북한 동시 비핵화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할 것이고,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북한만의 비핵화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김정은이 언급한 비핵화는 대상이 ‘북핵’이 아니라 ‘주한미군 및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미국에 전달했다는 “비핵화 의지”는 실천의지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북한정권은 화성 15형 실패이후, 미국과의 대등한 입장에서의 협상 동력을 상실했다. 그러자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평화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펼쳐 놓은 판에 맨 처음으로 끌어들인 것이 대한민국 정부이고, 평창 올림픽 이후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중국과 대한민국을 철저히 “패싱”했던 북한의 행보를 보면 파격적인 행보이다. 또한 대한민국과 중국만으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러시아도 끌어들일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과의 단독 평화조약은 김정은에게 체제유지에 대한 엄청난 불안감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에, 북한정권은 미국과의 일대일 협상에서 불리함을 극복하고 동시에 미국의 “비핵화” 공세를 피하면서, 북-미 양자 간 평화조약에서 중국과 러시아, 대한민국 등을 포함한 다자간 평화체제로 노선을 수정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북-미 회담이 결렬 될 경우 예상되는 미국의 무력개입을 중국과 러시아를 방패삼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복선도 깔려있다고 보여 진다.

북한이 미국과 단독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휴전체제가 종식되면서 휴전체제에서 중국의 지분이 소멸되고, 또 북한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어떤 경우에라도 미-북 단독 평화조약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 정권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결국 현 상황은 김정은이 미국과 손잡는다는 식으로 중국을 협박하고, 미국에게는 핵동결 및 평화조약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도 역시 휴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분을 얻기 위해 북한정권에게 접근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김정은이 운전대를 잡고, 우리 정부를 대리기사 삼아 중국과 러시아를 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평화체제가 성립된다면, 우리 정부도 휴전체제에서는 갖지 못했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일면 다행이지만, 그 대신 평화를 대가로 우리는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인정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현 상태에서 북한정권이 원하는 체제보장의 그림이다.

그런데 4월 9일~11일 사이에 워싱턴에서는 북한정권의 기대와는 전혀 상반된 의견들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다음 달 또는 6월 초에 그들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 양측 간에 큰 존경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은 과거 협상에서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시간을 벌어줄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백악관은 북한이 제안한 단계적 비핵화 해법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또한 “미국은 과거와 다른 방법을 취할 것이라며 지금은 비핵화를 향해 대담한 행동(bold action)과 구체적 조치(concrete steps)”들을 밟을 시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정부 내에서는 북한 핵 능력 완성 시기로 꼽히는 6개월 안에서 1년 내에 비핵화 검증을 완료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1년 10개월이 소요된 리비아 비핵화보다 더욱 촉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쟁점에 대한 조율을 하고 있지만, 비핵화 절차에 대한 갈등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북한정권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과 ‘단계적 보상’ 그리고 미국이 주장하는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 이 두 주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동결-불능화-신고-사찰-폐기’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비핵화 단계를 3단계 수준으로 줄이고, 단계별 이행 기간 역시 초단기로 정해 이를 북한이 이행할 때만 미국이 ‘당근’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원하는 것은 북한 또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절대로 아니다. 김정은은 북핵 폐기가 곧 체제의 붕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접점은 “핵 동결”후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대한민국, (혹은 일본 포함) 간의 다자간 평화조약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라는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미-북 평화조약 맺음으로써 동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하면서 중국을 봉쇄하고 싶지만, 차선의 선택으로 일본을 포함하는 6자 평화체제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이제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미-북 정상회담 자체가 결렬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매번 반복되어 왔던 북한정권의 노림수가 이번에는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권오중 (diakonie3951@gmail.com).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 Universitä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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