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달력에서 사라진 열흘
필자가 ‘머리가 좋아지는 팁’을 연재하면서 재미난 글들을 많이 만났는데 필자가 참조문헌을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각색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 호는 참조문헌을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각색을 하지 않고 참조문헌을 또 다른 참조문헌을 통해 각색하였기에 독자 여러분의 깊은 양해를 구하려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력(양력)의 기원은 B.C. 46년 로마의 율리우스 황제시절 전에 쓰던 달력은 요즘과 마찬가지로 1개월이 30일 혹은 31일이었으나 1년이 10개월뿐이었다. 그래서 달력이 새해가 돌아오는 주기와 계절의 변화가 맞지 않았다. 로마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나름대로 고치려고 음력처럼 윤달을 만들어 1개월씩 수시로 덧붙였다. 윤달을 결정하는 것이 대제사장(high priest)의 권한이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자신의 임기를 늘리고자 하는 고위관리들은 대제사장에게 뇌물을 주어 임기 가운데에 윤달을 집어넣게 했다. 이런 식의 들쭉날쭉한 윤달 때문에 1년이 400일이 넘는 해도 있었다.
율리우스가 황제에 오르면서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달력에 손을 댔는데 1년을 12개월 365일로 정했다. 그리고 3월이 한 해의 첫 달이었던 것을 세 번째 달로 바꾸었는데, 이러한 흔적은 영어에 그대로 남아있다. 12월을 December라 하는데 앞에 붙는 ‘Dec’는 10을 뜻하는데, 3월이 첫 달이었을 때는 12월이 10번째 달이었기 때문에 그런 접두사가 붙은 것이다.
율리우스가 첫 달을 바꾼 이유는 황제 즉위는 새해에 해야 하는데 조바심에 기다릴 수가 없어 새해의 시작을 두 달 앞당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황제들의 이러한 사심은 율리우스(Julius) 황제와 아우구스투스(Augustus) 황제가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7월과 8월을 July, August라고 한 데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 원래 율리우스력에서 홀수 달은 31일, 2월을 제외한 짝수 달은 30일 이었는데, 아우구스투스가 황제로 등극하자마자 율리우스의 달인 7월은 31일인데 반해 자기의 달인 8월은 30일 밖에 되지 않음으로 8월을 31일로 하고, 9월과 11월을 각각 30일, 10월과 12월을 31일로 고쳤으며, 현재 달력에서 한 달을 이루고 있는 날짜의 수는 이 때 정해진 것이다.
율리우스력에서는 평년이 365일이고, 4년마다 366일인 윤년이 오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1년은 365.25일이 된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를 만드는 지구의 공전 주기는 365.242196일이므로 약 0.0078일(11분 14초)의 차이가 있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수백 년이 지나면 그 차이는 누적되어 커지게 된다.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 무렵에는 지구의 공전 주기와의 차이가 무려 열흘이 되었다. 그래서 그레고리 교황은 그레고리력을 만들면서 그 해 10월 4일의 다음 날을 10월 5일이 아니라 10월 15일로 정해버렸다. 달력에서 갑자기 10일이 사라진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점차 그레고리력을 채택하면서 날짜를 건너뛰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는데 일본의 메이지 유신 때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인 일본에서는 1872년 12월 2일 다음 날이 1873년 1월 1일이 되었다.
그레고리력에서는 4로 나누어지는 해는 윤년으로 하고, 그 중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하되, 400의 배수는 다시 윤년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게 하면 400년 동안 97회의 윤년과 303회의 평년이 있게 되고, 1년의 평균은 365.2425일이 되어 공전 주기 365.242196일에 상당히 근접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1년에 약 0.0003일(26초)의 차이가 생기므로 대략 3,300년마다 하루의 차이가 생기므로 3,300년에 한 번씩 보정을 하면 된다(24h/d x 60m/h x 60s/m x y/26s = 3,323y/d).
그레고리력이 태양력에 가깝도록 고안되기는 했지만 날짜에 대한 요일이 매년 변하기 때문에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국제 고정력(International Fixed Calendar)’이다. 국제 고정력에서는 한 달을 28일로 고정하는 대신 1년을 13개월로 만들었다. 그런데 13 x 28 = 364이기 때문에 365번째 되는 마지막 날은 달력에 없으므로 빈 날로 하루를 쉬도록 했다. 모든 날이 일요일부터 시작하면 날짜에 대한 요일이 항상 같기 때문에 한편으론 편리하지만, 1년이 13개월이므로 반 년(half year)이나 분기(quarter) 등의 처리는 불편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시도가 ‘세계력(World Calendar)’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수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자연의 시간에 가까운 이런 달력들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우리들이 보통 무심코 보아 넘기는 달력 속에 미처 생각지도 못한 수학적 배려(mathematical consideration)가 담겨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어머니와 아빠, 그리고 형제, 자매, 친구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할 때, 기존의 틀에 박힌 달력이 아니라 각자의 창의성이 스며들어 있는 새로운 발상의 달력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새들의 달력, 혹은 꽃들의 달력, 아니면 친구들과 나의 우정이 커가는 달력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 들 나름의 달력을 만들어 보자.
참조 문헌; 1. 수학 비타민, 박경미 교수 지음
2. 수학적 발상 공부법, 고바야시 미치마사 지음
김준섭 박사/SKY M.I.T.C. 248-224-3818/mitc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