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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충이 가르키는 범죄의 진실

2011년 미국 방송사 CNBC는 선정한 가장 으스스한 직업 1위로 범죄현장 청소부, 도축업자, 시신방부처리사 등을 모두 제치고 법곤충학자(forensic entomologist)를 선정했다. 시체와 곤충을 함께 다루기 때문이다. 법곤충학이란 법적인 문제와 관련된 곤충학적 내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곤충학적 증거를 활용해 법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다. 아직까지 이 분야는 척박한 상황으로 한국의 경우 공식적으로 법곤충학자라는 직업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실제 과학수사에 법곤충학은 많은 도움과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1 

1235년 중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한 농부가 낫으로 난자되어 살해당했다. 여러 상황으로 볼 때 같은 마을 사람의 소행으로 짐작됐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농부이라 낫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어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검시관이 고을의 농부들을 모두 한 장소로 소집시킨 후 각자의 낫을 앞에 놓게 한 뒤 아무 말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한 농부의 낫에 특히 파리들이 많이 몰려드는 모습을 보고 수사관은 이 농부를 살인자로 지목했다. 범인은 스스로 자백을 했다. 수사관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낫 표면의 미세한 요철에 남아있는 소량의 혈흔에도 민감하게 몰려드는 파리의 습성을 이해했던 것이다.

#사건2 

1850년 프랑스의 파리에서 한 소년이 숨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새로 구입한 집을 수리하던 집주인이 석고 벽에 매장된 소년의 시체를 발견한다.

당시 수사지식으로는 집주인의 무죄를 증명하고 혐의를 벗을 증거가 없었다. 한 법의학자이 부검을 하면서 소년의 시치에서 나타나는 곤충들은 이미 7~8년 전에 일어난 것임을 주목했다. 집을 인수한지 얼마 되지 않는 현주인이 아니라 전 소유자가 범인일 가능성을 제시했고 그를 추적해 범인을 검거했다.

#사건3 

어느 11월 8일 총상을 입고 사망한 여성이 발견됐다. 법의곤충학자들은 심하게 부패된 시체에서 검정파리 유충 142마리를 발견한 뒤 구더기들을 채집해 사건 현장의 비슷한 환경에서 키웠다.

그 결과 2종류의 성충 파리들이 11월 18일과 22일에 고치를 깨고 나왔다. 이들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역계산해 산란 시점을 10월 24~25일로 추측했다.

수사관들은 피의자에게 같은 시기의 알리바이를 추궁했다. 수사 과정을 모르는 피의자는 수사관들이 사망 시점을 알아 낸 것에 대해 혼란을 느끼며 범행을 자백했다.

법곤충학의 분야 

법곤충학은 3개의 분야로 나뉜다. 도시곤충학, 저장식품 곤충학, 법의곤충학이다.

도시곤충학은 건축물이나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과 연관 있는 곤충으로 법적 문제를 다룬다. 저장식품곤충학은 식품에 오염되거나 혼입된 곤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룬다. 법의곤충학은 범죄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곤충학을 법의곤충학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범죄수사에 곤충학적 증거가 활용되는 경우로는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한다. 돌연사 가능성이 있는 사건, 명확한 원인을 모르는 교통사고, 곤충을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 등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사후경과시간(postmortem interval; PMI) 추정이다.

사후경과시간 추정 

시신이 발견되면 체온, 경직이나 부패된 정도, 위 속 내용물 등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부패가 상당 수준 진행됐다면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때 법의곤충학으로 시신의 부패 시기에 따라 관찰되는 곤충 종류 또한 달라지는 점을 이용,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사람의 몸 중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장기가 폐와 위다. 신체활동을 계속할 적에는 문제가 없지만 활동이 멈추면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번식을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점점 가스가 차서 그 부분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는 사이 시취를 맡은 검정파리는 주로 상처 부위나 눈, 입술처럼 얇은 피부나 점막이 노출된 곳에 알을 낳고 부화한다. 구더기들이 시체를 쉽게 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가스로 인해 부풀기 시작하면 딱정벌레가 찾아온다. 시신이 백골화되기 시작할 때는 나방이나 진드기, 쥐며느리 등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검정파리의 구더기는 법의곤충학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구더기가 어느 부위에 있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등에 따라 사체의 사망 시기와 사망 장소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연구 현황 

1990년대부터 법곤충관련 연구를 진행해 실제 사건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는 최근에 시작됐다. 지난 20년간 약 40여편의 관련 논문이 발표됐지만 대부분 파리의 종 구분을 위한 형태학적 연구와 파리의 DNA를 이용한 연구다.

실제적용사례로 전 세모 그룹 회장 유모씨의 사망 추정시간을 알아낸 것이 있으며 세월호 관련 사건에도 쓰여 사후 경과시간(PMI) 추정에 필요한 연구의 국내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사후 경과시간(PMI) 추정을 위한 파리 유충 성장 속도에 대한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간편하게 곤충의 종을 구분이 가능해야 곤충학적 증거를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데 한국산 파리 성장 속도와 관련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파리 종을 구분 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다.

출처: 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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