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링컨의 자존심 만든 한인들

– 신형 세단 MKZ, 내·외관 모두 한인 디자이너 손길

‘미국 대통령의 차’ 브랜드인 링컨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하나 생겼다. 미국 포드가 “링컨 브랜드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개발한 신형 대형 세단 MKZ가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협력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지난 4일 뉴욕오토쇼에서 이 차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지만 개발 주역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외관은 솔로몬 송(송승호ㆍ43), 인테리어는 수 강(강수영ㆍ49)이 맡았다. 특히 강씨는 미국 자동차 빅3를 통틀어 최초의 아시아인 여성 디자이너다. 또 회사 내에서 여성으로서 가장 높은 디자인부문 직책인 인테리어 총괄을 맡고 있다.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링컨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그는 “고급스러운 차일수록 단순함과 간결함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포로 따지면 여러 줄기로 엄청나게 떨어지는 나이애가라 폭포보다는 한 두 줄기 간결하게 내려오는 제주도의 폭포가 더 큰 감동을 준다”고 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신형 MKZ의 내부에서 기어변속기의 모양과 위치를 완전히 바꿔놨다. 운전자의 오른쪽 어깨 옆에 있어야 하는 기어스틱이 사라지고 내장 내비게이션의 왼쪽 부분에 세로로 버튼 형식의 변속기가 있었다. 오른쪽 손을 앞으로 뻗어 버튼만 터치하면 원하는 변속이 되는 시스템이다. 강씨는 “세계 최초로 이런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덕분에 내부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고 수납공간도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올해로 경력 25년차인 베테랑 차 디자이너다. 1987년 6월 대학졸업과 동시에 포드사에 입사해 줄곧 포드와 링컨 차종 디자인만을 해왔다. 애초 그는 하프를 연주하던 음악가 지망생이었다. 고 2때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하던 중 시각디자인에 더 흥미를 느끼고 클리블랜드 대학에서 산업미술을 전공했다. 대학졸업 후 귀국하려던 차에 취미 삼아 제작한 고급 세단 디자인 작품을 포드가 후원하는 경연대회에 제출해 1등을 했다.

곧 포드에서 입사하라는 제안이 왔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 비록 디자인을 택했지만 음악은 여전히 창의력의 발원지다.

“강한 음과 약한 음이 조화를 이루듯 차의 디자인도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2008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제네시스를 보고 ‘과연 현대차의 작품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 이전에는 외관이 지나치게 화려하다거나 인테리어와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제네시스 출시를 계기로 그런 점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특히 그는 “이 정도면 제네시스만의 엠블럼이 아니라 현대차 엠블럼을 그대로 달고 나오는 게 훨씬 현대차 이미지 향상에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MKZ의 외관을 디자인한 솔로몬 송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다. 91년 대학을 졸업하고 포드에 입사했다. 그동안 포드 퓨전ㆍ에지, 링컨 MKX 등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진정한 고급스러움은 다른 디자이너가 모방하지 못할 정도까지 창의성을 발휘해야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MKZ에 특히 그런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고 한다. 앞면 그릴의 모양을 독수리가 날개를 폈을 때의 모양처럼 형상화하면서 그릴 테두리를 하나의 틀로 찍어낸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당장 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본다기보다는 이번 제품이 더 좋은 제품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와 송씨의 합작품은 올가을 전 세계에 출시된다. 현재 링컨 디자인센터에 근무하는 25명의 디자이너 중 6명이 한국인이다.

포드 첨단 기술센터에 가보니

링컨 디자인센터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는 포드의 ‘머리’와 ‘심장’에 해당하는 포드 기술혁신센터와 테스트드라이빙센터가 있다. 테스트드라이빙센터에서는 GPS(위성항법장치)와 근거리 주파수 등을 활용한 차량 간 안전운행시스템 시험이 한창이었다. 교통신호등 없는 교차로를 앞에 두고 시속 60㎞로 달리던 차량 내부에서 갑자기 큰 경고음이 나왔다. 순간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잠시 후 큰 트럭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오른쪽 방향에서 승용차가 빠른 속력으로 멈춰 선 차량의 앞을 통과했다. 경고음이 없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장면이었다. 포드 안전규제담당 매니저인 피터 하르디간은 “GPS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카메라 장치나 레이저 등을 활용한 충돌방지시스템보다 더 정확하게 주위 차량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부터 현대차, GM 등 7개 자동차 회사와 함께 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시험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기술혁신센터의 ‘HOPS(Human Occupant Package Simulatorㆍ인간 탑승 패키지 시뮬레이터)’연구실에서는 영화 ‘아바타’ 등에 등장한 가상 현실을 활용한 실험을 선보였다. 센서가 달린 머리띠ㆍ허리띠ㆍ발목띠ㆍ손장갑을 착용한 사람이 뼈대와 운전석을 갖춘 차량 실험대 위에 탑승하고 내리자 컴퓨터의 모니터상에 모든 움직임이 자세하게 분석돼 나타났다. 낸시 왕 팀장은 “운전자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계산해낼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해 활용하는 유일한 자동차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에는 각종 소재ㆍ기술 개발 연구실이 900여 개 있다.

디어본의 포드 본사 시설들에서는 전자장치의 발전에 무덤덤하고 픽업트럭이나 기름을 많이 먹는 배기량 큰 차를 생산하기로 유명했던 기존 포드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었다. 기술혁신센터의 로버트 산터 박사는 “기존에 고급차에만 장착됐던 첨단기술장치를 소형차까지 확대해 누구나가 경험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포드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더욱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겠다는 말이다. 산터 박사는 “BMW7시리즈, 벤츠S시리즈 등에만 들어가던 첨단장치들이 이미 포드의 소형차인 포커스에 대부분 장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한국 시장에서 이런 변화의 반응을 눈여겨볼 계획이다. 할 페더 수출본부장은 “포드의 첨단기술이 활용된 하이브리드ㆍ소형디젤차 등 글로벌 전략 차종을 한국에 먼저 출시해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시장에서 가격을 합리화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링컨(Lincoln) 1917년 헨리 릴런드가 자신이 1860년 첫 투표를 행사했던 링컨 대통령의 이름을 따 설립했다. 1922년 포드자동차에 인수돼 포드의 최고급차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23년 쿨리지 대통령을 시작으로 39년에서 89년까지 6번에 걸쳐 백악관에 특수하게 제작한 대통령 전용차를 납품했다. 39년 콘티넨털, 49년 코스모폴리탄, 52년 카프리, 56년 마크 등을 출시하며 명차의 전통을 이었다. 한국에는 세단인 MKS와 MKZ, 크로스오버 모델인 MKX가 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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