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린지 그래햄 미 상원의원 별세…향년 71세

대표적 외교·안보 강경파로 활동…“전쟁 나면 수천 명은 그곳에서 죽는다” 한반도 발언도 재조명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PIXII 갈무리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강경파였던 린지 그래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상원의원이 71세를 일기로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그래햄 의원실은 그가 2026년 7월 11일 토요일 저녁 “짧고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워싱턴DC 검시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인은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대동맥 박리로 파악됐다. 다만 최종 사망진단은 추가 검사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그는 사망 직전까지도 활발한 외교 활동을 이어갔다. 숨지기 불과 몇 시간 전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왔으며,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햄 의원을 “진정한 미국의 애국자”라고 추모하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나타냈다.

20년 넘게 상원 지킨 공화당 중진

195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센트럴에서 태어난 그래햄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미 공군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이후 변호사와 주 하원의원을 거쳐 1994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200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200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과 함께 미국의 적극적인 군사 개입과 강력한 국방정책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러시아와 이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으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외교적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래햄은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를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비판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그의 가장 가까운 의회 동맹 가운데 한 명으로 변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법관 인준과 외교·안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이란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문제에 관해 트럼프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전쟁 위험을 가볍게 여겼다는 비판

한국인들에게 그래햄 의원은 2017년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의 발언으로도 기억된다.

그는 2017년 8월 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과 관련해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곳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수천 명이 죽는다면 그들은 그곳에서 죽을 것이며, 이곳 미국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의 정확한 발언은 “If thousands die, they’re going to die over there. They’re not going to die over here”였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생각을 자신에게 직접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래햄은 또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경우 전쟁은 불가피할 수 있다며, 한반도의 지역적 안정과 미국 본토의 안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한국과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한국 국민과 한반도 주민들의 생명을 미국의 안보보다 부차적으로 취급했다는 지적이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수천만 명이 밀집해 있고 당시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도 배치돼 있었던 만큼, 한반도에서의 군사 충돌은 수천 명이 아니라 수십만 또는 그 이상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그래햄이 문자 그대로 “한국 사람들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죽더라도 미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죽는다”는 표현은 한반도 주민의 생명과 전쟁의 참상을 지나치게 냉정한 전략적 계산으로만 바라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강력한 미국을 추구했지만 논쟁적 유산 남겨

그래햄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미국의 동맹을 지키고 러시아·이란·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위협에 맞서려 했던 확고한 안보주의자였다고 평가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그가 군사력 사용을 지나치게 쉽게 언급하고, 전쟁터가 될 지역의 민간인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반도 관련 발언은 미국 정치인이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미국 본토의 안전을 위해 다른 지역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논리는 동맹국 국민들에게 깊은 불신과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미 상원의 중심에서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린지 그래햄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국 정치권은 또 한 명의 거물 정치인을 잃게 됐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 별개로, 그가 남긴 정책과 발언은 공과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그래햄의 정치적 유산은 ‘미국의 힘’을 강조했던 강경한 안보관과 함께, 그 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타국 국민의 생명과 고통을 얼마나 무겁게 고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있다.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Michigan Korean Weekly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