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남아공 월드컵 단체 응원전에서

[트로이=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미시간 한인들이 태극 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과 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미국 시간) 아침 7시 30분 약 400 여 명의 미시간 거주 한인들이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감리교회에 모여 한국 팀의 승리를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전 체육회장인 정무성씨가 준비위원장을 김영종씨가 조직위원장을 맡아 이루어진 일명 2010 남아공 월드컵 응원단 조직위원회에 체육회 현 회장인 이영일씨가 후원회장으로 디트로이트 한인연합감리교회 사회 봉사부(신양규)가 가세하면서 철저하게 준비될 수 있었다. 돌파 축구협회의 김이태 회장과 체육회 김재영 사무총장이 실무를 맡아 발로 뛰어 행사를 준비했다.
디트로이트 한인연합감리교회가 커뮤니티를 위한 행사에 선뜻 장소 대여를 승낙해 주었고 각 한인 단체 및 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왔다. 미시간 상공회의소 조미희 회장은 Sam’s Club의 후원을 받아냈으며 차승순여행사와 동서여행사가 국내왕복항공권을 추첨상품으로 내놓았다. 그외에도 트로이종합식품, 한미식품, 이마트, 김스태권도장, 조미희 부동산, 정혜정부동산, 지오그래핏컬, 신라식당, 우촌식당, 한국관, 서울가든, 양희정카이로프랙틱, 할빈한방원, 트로이틀니센터, 겔러리아미켓, 우즈 부라더스, 퍼스트 미시간 뱅크, 폴맨스키 치과, 맴모 치과, 후지버페, AP 임프레션이 협찬했다.
준비위측은 보다 선명한 화질과 음향을 전달하기 위해 DitecTV 딜러와 여러번에 걸친 협의를 통해 고화질 방송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일반 디지털 화면으로 수신해 보았으나 화질이 좋지 않아 위성디쉬와 리씨버를 HD용으로 교체하고 프로젝터도 HD 전용으로 새로 구입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DirecTV가 한국 SBS의 해설을 이어받아 한국어 해설 서비스를 추가해 훨씬 박진감 넘치는 중계를 시청할 수 있었다.
준비위측은 “다시 한번”이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색 응원 티셔츠를 주문해 공급했으며 각종 응원 도구를 만들어 응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미시간 한인들은 “함께 모여 응원하다보니 더욱 신이나 좋았다. 미시간 한인들끼리 한마음에 된 것 같아 좋았다. 한국인인게 자랑스럽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국 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두 팔을 들고 환호하고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옆에 있던 사람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함께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기뻐하는 아빠, 엄마의 모습은 처음이다. 엄마, 아빠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어린이들도 덩달아 기쁘다. 온 동네에서 모인 한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외로운 이민생활로 각박해 있는 마음이 한방에 날아가는 것 만 같았다. 한국인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즐거웠던 이날 미시간 한인들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7-7-7 기분 좋은 승리의 조합
전반 7분 이정수 선수의 선취점과 백넘버 7번의 박지성 선수가 후반 7분 추가골을 작렬하면서 대한민국 축구팀은 16강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조별예선 B조 1차전, 경기가 시작된 지 5분도 채안되어 한국팀은 이미 승기를 잡았다. 경기 시종 주도권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한 한국 대표팀에게 2004년 유럽챔피언인 그리스도 적수가 되진 못했다. 억지로 이긴 경기가 아닌 실력차이가 확실히 나는 승리였다. 골 결정력에서 부터 탄탄한 압박수비까지 장신 군단 그리스는 다윗앞에 골리앗처럼 맥없이 무너졌다.
첫 골은 한국 월드컵 역사상 가장 일찍 터졌다. 전반 7분, 왼쪽 코너 깃발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이 날카롭게 올려 붙였고 수비수 이정수가 쇄도하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그리스의 골문을 갈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터키와의 3·4위전에서 이을용의 전반 9분 득점을 단축한 최 단시간 골이었다.
고공작전을 장담하던 그리스 팀은 긴 패스로 우리 문전을 두드렸으나 침착한 한국 수비수들에게 번번히 저지당했다. 그리스 선수들은 시간이 흘러갈 수록 조급해 지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 속수무책이었다.
주장 박지성은 후반 7분 그리스 수비수의 실책으로 흘러나온 공을 가로채어 30미터를 질주하더니 두번째 골로 연결시켰다. 끝까지 침착하게 공을 드리블하며 골키퍼가 몸을 쓸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대쪽으로 밀어 넣은 왼발 슛은 일품이었다. 골키퍼의 동작과 뒤따라오는 수비수의 위치를 모두 읽어내며 만들어낸 추가골은 정상급 선수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았다. 이 골로 박지성 선수는 2002 한·일 월드컵(포르투갈전), 2006 독일월드컵(프랑스 전)에 이어 월드컵 3회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그리스팀은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득점하지 못하자 그리스 응원팀도 망연자실한 반면 비행기를 세번씩이나 갈아타며 현장에 도착한 붉은 악마 한국 응원단들은 2002년의 영광을 재연이라도 하듯 의기충천했다.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17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벌인다. 미시간 한인들은 오는 목요일 같은 장소에서 아침 7시에 다시 만나 응원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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