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발행인 칼럼] 여론 수렴을 마치면서

본보는 디트로이트 한인회가 개최할 제 64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와 교민체육대회에 대한 한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기 위해 2주전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본보 인터넷을 통해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전화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 주시는 독자들도 있었다. 물론 예상했듯이 한인회가 하는 일에 시비를 거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고 ‘닥치고 있지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라는 욕을 하는 것도 들렸다.

하지만 이번 여론 조사의 논점은 한인회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광복절 행사에 대한 반대도 아니었다. 논점은 기금을 조성하는 대상과 방법에 있었다. 또 광복절을 야외에서 지나친 기금을 들여 준비하다 보면 또 누군가는 그 기금을 후원하기 위해 신음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동포 사회를 위해 어느 정도의 기부는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당사자들이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의 처지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상이 커뮤니티 내에 머물러 있는 것도 지양해야 할 문제이다. 지금까지 동포 사회 일이라면 여러가지 모양으로 물심양면으로 기부해 주시는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하지만 첫째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있어야 하며 둘째 가능하면 동포 사회를 넘어 미국 사회에서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인맥과 네트워크를 길러야 한다.

첫째 문제점에 대해서 가시박힌 말씀을 드리자면 우리는 동지의식이 부족하다. 의리가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필요할 때는 쉽게 삼키고 이용하면서도 그에대한 보답에는 너무도 인색하다. 기부자나 후원자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기부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있다는 불만이 있다. 이런 풍토가 남아있는 한 동포사회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기부해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에대해 어떻게 보답할까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무나 예의없는 사람들이 되기 때문이다. 기부를 해주시는 분들 중에 ‘뜯어 간다’는 표현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그런 기분을 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 기부의 대상을 커뮤니티 밖으로 확대해야 한다. 미국 사회로 부터 기부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맥유지와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 당장 나에게는 필요없는 행사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친구를 만들고 가까워져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꾸준하고도 전략적인 시간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투자에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 물론 먹고 사는 일에 바쁜 우리들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바뻐서 5년후, 10년 후를 위해 계획을 세우기 힘든다. 하지만 이제 점점 지쳐가는 우리 사회 기부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을 줄 안다면 이제 보다 커다란 기부자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내에서 기부해 주시는 분들도 힘이 난다.

한가지 더 더하자면 우리의 광복절 행사는 우리 미시간 동포사회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 우리 교회들 몇몇이 모여 우리끼리 즐기고 마는 우리들만의 행사가 되어왔다. 기껏해야 미국인 정치인 몇명 부르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 커뮤니티는 우리보다 훨씬 선진적인 행사를 운영해 간다. 여기서 우리는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다. 아마 그런 행사에 참석해 보신 분들은 감탄과 함께 얼굴이 화끈거리는 수치감을 느끼실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열등감때문이다.

우리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점진적인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면 그 어느 소수인종 커뮤니티보다 훌륭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을 성취하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이런 생각들을 논의하는 창구가 일단 필요하다. 우리가 잔치상을 벌인다고 해서 마구 몰려올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주류사회라고 하는 미국 사회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를 점검하고 부족하다면 연결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매년 거대한 자금을 낭비하고 마는것이 아니라 우리 미시간 한인사회가 힘을 응집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일년동안 한인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한 행사와 규모를 전략적으로 수립하고 그에따른 기금 조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달라고 조르면 내어주는 식의 기금 조성을 한마디로 민폐다.

또 행사를 할라치면 치밀하게 준비하여 참석했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또 우리끼리만이 아닌 우리 사회를 제대로 홍보하는 효과적인 행사가 되어야 우리 후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벤트들이 될 것이다.

자칫 이런 글이 행사를 준비하시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봉사하시는 분들의 사기를 꺽지나 않을까 염려 된다. 모든 봉사자들에게 마음을 다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 동시에 이제는 우리가 좀 달라져야 할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이런 다른 생각들을 나누는 것을 너무 두려워 한다. 또 좋은 일에 무조건 반기를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성인이라면 생각을 나누고 서로 토론하는데 자유로와야 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커뮤니티가 된다. 이견은 반동이 아니다. 기분 나빠 할 필요도 없다. 2세들이 1세들과 대화하지 못하고 겁내하는 이유는 1세들이 토론할 줄 모르기 때문다. 우리 1세들은 그런 시대를 살아왔다. 억압과 통제속에서 하라면 무조건 해야하는 시대를 살아 왔다. 그랬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회는 명패를 집어 던져야 하며 정국은 쪼개어 지고 있다. 미국에 사는 우리만큼은 토론을 즐길 줄아는 선진 국민이 되어야 한다.

남이 가지고 있는 다른 의견에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 한국의 정치판은 신랄하게 피난하면서 우리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 한국 정치판이 그모양인 것은 우리 수준이 그 모양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들었을 때 내 가슴의 박동이 달라지고 흥분된다면 당신은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도자로 나서지 마십시요.” 어느 리더쉽 강사에게 들은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단체들의 회의를 참석해 보면 이것은 회의를 하기 위해서 모인것이 아니라 통보를 하기위해서 모인것이 대부분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할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회의는 답답해 진다. 회의 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가 답답해 진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도자는 독불장군이 된다. 혼자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다보면 혼자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떠난 후에 한인 사회에 관심이 없느니 어쩌니 소리쳐 봐야 때는 늦다. 자신이 자처한 일을 돌아 볼 줄 모르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미국에 살면서도 마치 군사정권이나 독재정권 아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처럼 그렇게 살아기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이번 여론 조사를 통해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속좁은 지도자들의 비난도 받았으며 나라로 부터 언론탄압을 받는 본국의 답답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결심은 더욱 굳어진다. 앞으로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한인들의 의견을 묻고 들으려는 자세는 굽히지 않을 작정이다. 아무리 못된 놈이라는 욕을 들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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