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법회기 때면 중고생들 고용하는 의회… 왜?

버지니아 주의사당에서 사환으로 활동하는 버지니아 중고생들

베다니 코셀은 지난 1월 초 자신의 딸인 13살의 케롤라인을 데리고 버지니아 주의사당이 있는 리치몬드로 내려갔다. 중학교 2학년인 케롤라인이 1월 둘째주부터 버지니아 주상원 사환(page)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베다니 역시 18년 전 버지니아 주상원 사환으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자신의 딸이 자기가 일했던 주의사당에서 사환으로 땀을 흘릴 것을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해온 버지니아 주의회에 감사하다며 사환 경험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 기초가 닦여질 딸의 모습을 기대했다.

버지니아에서는 매년 입법회기가 시작되면 13세에서 14세의 중학생 70여명이 주상원과 하원에서 9주간 사환(page)으로 고용된다. 사환은 한마디로 심부름꾼이다. 이들은 의원사무실, 위원회 회의실, 상하원 본회의장 등을 오가며 의원들에게 문서나 메모, 입법자료 등을 전달하는 등의 메신저 역할을 주로 한다.

간단한 잡일을 하지만 미국에서 사환의 역사는 깊다. 버지니아에서는 1850년대 주상원 문서에 사환에 대한 기록이 있고 연방 상원에서는 1829년에 9살의 소년을 최초의 사환으로 고용한 것으로 나와있다.

당시 주로 고아나 과부의 아들을 고용해 이들의 생계를 돕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는데 미국 의회의 전통이 되었고 지금은 미국 연방상원과 대부분의 주 의회에서 사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환제도는 연방 의회와 주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다. 연방 상원과 2011년까지 사환제도를 두었던 연방 하원은 미 50개주에서 16세에서 17세의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뽑아 봄 입법회기와 가을 입법회기에 각각 5개월, 여름 6, 7월에 각각 한달씩 총 4번의 기간에 사환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방 상원의 경우 30명의 사환들이 매 기간 고용되고 있고 연방 하원은 평균 60여명의 학생들을 뽑았었다.

연방의회에서 사환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평균 A나 B 학점의 성적에 교사와 교장의 동의와 함께 지역구 하원의원 혹은 상원의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역 의원들의 추천을 받기 위해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이 학업 이외에 했던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을 소개하고 자신이 왜 연방의회에서 사환을 해야하는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뽑히면 연방의회 사환들은 연방의사당 옆에 있는 숙소에서 가을, 봄 입법회기 중에는 5개월, 여름 회기 중에는 1개월씩 머물며 유급 사환 활동을 한다.

급여는 2014년 기준 연 $26,605으로 학생들은 숙박비 등을 뺀 나머지 돈을 받게 된다.

연방 상원 사환들은 매일 오전에는 6시45분부터 9시45분까지 상원 사환 학교를 다닌다. 이 학교에서 수학, 과학, 읽기 등을 교사로부터 배우는데 이 수업을 이수하면 나중에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서 수강한 것으로 인정이 된다.

수업이 마치면 이들은 바로 자신의 직장인 연방의회로 가서 사환 업무를 시작한다. 근무시간은 그날 본회의가 종료되는 5~6시까지다.

주의회도 사환 선발과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대표적인 차이는 기간이다. 대부분의 주는 일주일 단위로 중고등학생들이 사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주의사당에 가까운 곳에 개인적으로 숙소를 마련한 뒤 월요일 오전부터 금요일 점심까지 주의사당을 출퇴근하며 사환으로 활동한다.

하는 일은 연방의회 사환들과 동일하다. 그 대가로 $100~$200의 주급을 받는다. 버지니아주는 일주일이 아닌 입법회기 전기간인 9주동안 사환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고 조지아주는 하루만 사환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미 의회가 사환제도를 이처럼 오랫동안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산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의원들을 직접 대면하고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 간의 논쟁과 로비스트들의 활동 등을 보며 법안이 어떻게 법이 되는지 생생하게 보게 된다. 저녁에는 모의 의회를 열어보고 현역 의원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의원들이 역할이 무엇인지 체험하게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이다.

1970년 버지니아 주하원 최초의 여성 사환으로 현재는 공립학교 교사인 샐리 존스턴은 “역사책에서 배웠던 토마스 제퍼슨, 제임스 메디슨이 다녔던 버지니아 주의회 복도를 사환으로 처음 걸을 때는 신성한 곳을 다니는 느낌이었다”며 “이 사환 제도 만큼 청소년들에게 의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가르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하원의장인 폴 나르도는 “사환들은 우리의 에너지이자 열정이며 다리들”이라며 “이 사환제도는 청소년들이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 배울 수 있는 매우 가치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사환을 했던 청소년들 중에 나중에 상하원 의원이 되거나 의회 직원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의회가 어떤 곳인지,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법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를 위한 의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를 배우며 건강한 시민이 되는 터닝포인트가 된다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되고 있다.

런 이유로 연방하원은 2011년 사환제도를 운영하는데 연간 500백 만달러의 비용이 들고 기술의 발달로 사환의 역할이 줄었다는 이유로 사환제도를 폐지한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청소년들이 교과서에서 배웠

던 연방의회의 역할에 대해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2010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연방하원에서 사환으로 활동했던 애나 마터는 DC에서 5개월의 사환 활동을 마치고 시애틀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워싱턴DC에서 어떤 종류의 부패를 보았냐는 것이었다.

애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것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얼마나 망가졌는지가 아니라 그 반대였다. 사환 활동을 통해 연방의회가 좀더 가까이 다가왔고 연방의원들은 미국을 잘 대표할 뿐 아니라 매우 인간적이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항상 부패가 있다. 하지만 의원들 대다수는 정말 이 나라를 위해 최선을 것을 하기 원하는 분들이었다”

애나는 “사환 경험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서 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쳐서 내 나라를 더 섬기고 더 배우기 원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런 까닭에 연방하원이 사환제도를 폐지한 것은 청소년들의 시민 참여와 책임의 기회를 잘라버린 것으로 가족, 친구, 지역사회에서 이 나라의 수도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교육하는 기회를 잃었다고 안타까와했다.

베다니 코셀은 지난 3월 말 버지니아 주상원에서 사환 활동을 마친 딸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녀는 사환 경험을 한 후 딸 아이의 목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원래는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9주간의 사환 활동을 한 후 케롤라인은 법을 공부하고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

출처: 케이어메리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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