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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딜레마…이란, 한국에 “대가 따를 것” 경고

미국은 군사적 기여 압박, 이란은 ‘전쟁 참여’ 간주 경고…한국 기업 중동 자산과 에너지 안보까지 시험대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에 군 병력이나 군사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이란 측에서는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에 참여할 경우 이를 단순한 해상안보 활동이 아니라 사실상 “전쟁 참여”로 간주할 수 있다는 강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9월 5일 연합뉴스는 이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활동에 개입할 경우 이를 전쟁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9월 7일에는 이란 외무부가 한국어 메시지를 통해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취지의 경고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대학교 모하마드 마란디 교수의 더욱 강한 발언도 나왔다. 한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 참여한다면 이란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할 수 있고, 중동 지역에 있는 한국 기업의 경제적 자산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해당 교수의 발언은 이란 정부가 한국 기업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 경제자산 파괴”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고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한국 경제가 중동 지역, 특히 호르무즈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61%, 나프타의 약 54%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어왔다. 정부가 중동전쟁을 단순한 외교·군사 문제가 아니라 ‘비상경제 상황’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LNG가 이곳을 거쳐 세계시장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면 한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국제유가다.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유가가 상승하고, 이는 한국의 정유·석유화학 산업뿐 아니라 항공·해운·운송비와 제조업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휘발유 가격, 전기료, 난방비, 상품가격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선택은 쉽지 않다.

한쪽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해상초계기 P-8A와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관련 전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다만 9월 7일 현재 정부는 다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군수지원함 파견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른 한쪽에는 이란과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가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이란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내 여론이다.

9월 7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이 50.9%로 나타났다. 파병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미국을 도울 것인가, 돕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동시에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과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까지 지켜야 하는 복잡한 외교·안보·경제 문제다.

특히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군사적 판단 하나가 기업과 금융시장, 물가, 국민 생활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

정부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가장 중요한 것은 파병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익은 한미동맹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 에너지 안보, 중동지역의 한국 기업과 교민 보호, 그리고 전쟁 확산을 막는 외교적 노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선택은 이제 단순한 먼 나라의 전쟁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군사적 충돌 속에서 동맹과 국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시험하는 중요한 외교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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