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HBM 공동 개발, 2GW급 AI 데이터선터 구축…한국. 글로벌 AI 핵심 거점 도약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SK그룹과 엔비디아가 5천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인공지능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급 계약을 넘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개발과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포함된 장기 협력으로,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생산·운영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정상회의를 계기로 젠슨 황 CEO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한국과 미국 기업 간 기술 협력 및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와 SK그룹이 5천억 달러 이상의 AI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상에는 SK하이닉스와의 차세대 메모리 장기 공급 및 공동 개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포함됐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차세대 HBM 핵심 파트너로
협력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AI 학습과 AI 에이전트, 로봇·자율주행 등 ‘피지컬 AI’에 필요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관련 제품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메모리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AI 모델이 대형화되고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할수록 GPU뿐 아니라 GPU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HBM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장기 협력은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차세대 AI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황 CEO는 최근 SK를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라고 평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기가와트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
SK텔레콤은 이번 협력의 하나로 2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AI 칩과 SK하이닉스의 HBM4가 적용될 예정이다. 첫 번째 시설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된다.
2기가와트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매우 큰 전력 규모다. 계획이 실제로 완성되면 AI 모델 개발과 학습, 기업용 AI 서비스,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을 지원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AI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 통신망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텔레콤,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을 연결해 AI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 AI 협력 규모 9천500억 달러
이번 샌프란시스코 AI 정상회의에서는 SK그룹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미국 기술기업 간 대규모 협력 계획도 공개됐다.
SK그룹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 약 7천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 사업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AI 가속기,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약 2천억 달러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합하면 한국 기업과 미국 기술기업이 추진하는 AI 관련 사업 규모는 약 9천500억 달러에 이른다.
다만 이 금액은 즉시 집행되는 단일 투자액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반도체 공급과 데이터센터 건설, 공동 연구개발 및 관련 사업의 전체 예상 규모를 합산한 수치로 이해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한국을 글로벌 AI 중심국가로”
이 대통령은 젠슨 황 CEO를 비롯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 글로벌 AI 산업 지도자들과 만나 한국의 반도체와 제조업 경쟁력을 소개하고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이번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도 참석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반도체 생산 능력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배터리, 로봇, 통신 등 AI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젠슨 황 CEO도 한국의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로봇과 피지컬 AI를 지목하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5천억 달러 규모의 SK·엔비디아 파트너십은 한국이 단순히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가를 넘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며 미래 산업을 실증하는 글로벌 AI 거점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관리하는 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과의 협의, 전력망 확충, 투자금 조달 등도 사업의 실제 성과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