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 청소년 희생자 명단은 꼭 먼저 배워야 할 역사다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논란이 징계와 재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배재고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 문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학교 측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교 스포츠 응원 논란을 넘어, 5·18을 어떻게 기억하고 가르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을 남긴다. 특히 5·18 당시 목숨을 잃은 희생자(사망자 166명, 행방불명자 179명) 가운데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었다는 사실은 이번 논란을 더 무겁게 만든다.
공개 자료와 보도에 따르면 5·18 당시 사망한 10대 청소년은 최소 36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중학생, 고등학생, 재수생, 소년 노동자, 학교 밖 청소년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는 도청 앞 집단 발포 현장에서, 일부는 귀가 중이거나 헌혈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또 일부는 계엄군의 총격과 폭력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공개 기록에서 확인되는 학생·청소년 희생자들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총상이었다. 박기현 군은 계엄군 구타로 숨진 첫 학생 희생자로 기록됐고, 박금희 양은 헌혈 후 나오던 중 총상을 입고 숨졌다. 문재학 군, 박성용 군, 안종필 군 등은 도청 최후 진압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이는 5·18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거리가 아니라, 실제 이름과 나이와 가족을 가진 청소년들의 죽음이 남아 있는 역사임을 보여준다.
배재고 사건 이후 광주일고 측이 선처를 호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잘못된 역사 인식은 징계로만 바로잡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피해자의 이름을 알고,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배우며, 왜 그런 표현이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지를 이해하는 교육이다.
배재고 학생들이 무심코 조롱한 그 대상중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들의 나라 대한민국 군인들에게 사살을 당한 동년배 친구들이었다. 그들의 조롱이 더 아픈 것은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 가르치지 않으면 왜곡되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에게 더 관대한 한국의 특이한 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선조들은 역사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그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죄책감을 달랬다. 법과 사법 절차가 전통적으로 가해자 중심으로 설계되다 보니 당하는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래서 5.18때도 세월호때도 우리는 희생자들 편이 서지 않았다. 지겨우니 이제 좀 그만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만두면 안되는 이유가 이번 배재고 조롱 사건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역사 공부를 멈추면 사회는 더 악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학생들의 미래를 끊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학생들이 역사 앞에서 책임 있게 다시 서도록 만드는 데 있다. 5·18 희생자 명단과 사망 원인을 마주하는 일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조롱의 언어가 아니라 기억의 언어로, 처벌의 논란을 넘어 교육과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