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 재편 속 미국 공급망 강화 강조…“기업 친화적 환경 되찾아야”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시간이 경제 경쟁력 회복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은 27일 그랜드래피즈 에서 열린 경제계 행사에서 “미시간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 정부와 경제계가 다시 기업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포드 회장은 이날 그랜드래피즈 다운타운 JW메리어트 에서 열린 ‘그랜드래피즈 경제 클럽’ 행사에 참석해 약 400명의 기업인들을 상대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미시간 경제의 과제를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점점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미국과 미시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아시아 자동차 업체 간 경쟁 심화, 유럽 시장의 혼란,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제조업체들의 압박 등이 미국 자동차 회사들로 하여금 자국 시장과 공급망을 더 중시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관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과 조달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그는 “이 과정을 제대로 해낸다면 미국은 훨씬 강한 공급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미국 내 제조업 기반 회복이다. 포드는 “우리는 더 강력한 미국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앞으로 미국 내 생산과 부품 조달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는 행사에 참석한 서부 미시간 지역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산업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협력업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미시간 제조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드는 미시간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미시간을 다시 기업 친화적인 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 교육 지표 부진, 경제 성장 둔화 등 여러 지표에서 미시간이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포드는 미시간이 풍부한 담수, 우수한 엔지니어, 산업 노하우를 갖춘 주라며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포드자동차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딸 알렉산드라 포드 잉글리시도 함께했다. 그는 포드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드 차량에는 이미 정비 필요성을 예측하는데 AI가 쓰이고 있으며, 설계· 엔지니어링·제조 과정에서도 AI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포드의 공장과 사무실 전반에 AI가 들어와 있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AI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빌 포드는 미시간과 미국 사회에서 대화와 협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 소속 존 딩겔 전 의원과 공화당 소속 프레드 업턴 전 의원이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사이였지만,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함께 식사하는 모습조차 조심스러워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포드는 “주요 지표들이 하락하는 데도 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 매우 슬프다”며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드는 자동차 외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방위산업이 포드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복잡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포드가 방위 생산 관련 요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추진됐던 미시간 마셜의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가 에너지 저장장치 생산으로도 활용될 예정인 것과 맞물린 흐름이다.
이번 발언은 미시간 경제가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중국과의 경쟁, 미국 내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적 변화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포드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미시간은 여전히 산업 자산과 인재, 제조업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자동차의 본고장이라는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