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 정상화 최소 4개월 전망
중동 전쟁이 당장 멈춘다 해도 국제 에너지 시장이 전쟁 이전의 안정 국면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최소 4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전투가 중단되더라도 산유국 생산 회복, 해상 운송 정상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복구, 재고 재축적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월 22일자 분석에서, 설령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긴장이 완화되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더라도, 석유와 가스 물류망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전 세계가 이른바 ‘봄의 기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북반구 겨울까지도 전쟁의 후유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핵심은 공급 차질의 규모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LNG 해상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전략 요충지로 꼽힌다. 이 구간이 흔들리면 단순히 유조선 몇 척이 멈추는 수준이 아니라, 중동 산유국의 생산·저장·선적·운송·정제 전반이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게 된다. 로이터는 최근 이번 사태로 OPEC+ 산유량이 2분기에 최대 1,100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고, 공급 부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LNG 시장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카타르 수출 차질과 호르무즈 봉쇄 여파가 겹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LNG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고,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각국의 겨울철 재고 비축 계획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코노미스트도 카타르발 마지막 화물이 며칠 내 아시아와 유럽에 도착한 뒤에는, 수입국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거나 부족분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로이 지역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종전이 선언되더라도 곧바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전쟁 국면에서 줄어든 원유 재고를 다시 쌓는 데 시간이 걸리고, 공급 불안이 남아 있는 동안 각국 정유사와 수입업체들이 선제 확보에 나서면 사재기성 매수가 붙어 가격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이터는 이번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브렌트유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19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전했다.
정치·군사 변수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재개방을 압박하며 이란 에너지 인프라 타격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이후 시한을 4월 6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AP와 가디언 등이 전했다. 즉각적인 군사행동보다는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동시에 시장에는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남기고 있다.
국제 유가도 이런 불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3월 30일 브렌트유는 장중 114.98달러까지 치솟았고, 3월 31일에는 계약월별로 큰 변동성을 보이며 브렌트 5월물이 118.35달러, WTI는 100달러 안팎까지 움직였다. 시장은 종전 가능성 보도에 급락했다가도, 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가 다시 커지면 곧바로 반등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중동 사태의 해법이 외교적으로 마련되더라도, 에너지 시장은 전쟁이 남긴 물류 병목과 생산 차질, 재고 부족, 불안 심리라는 네 겹의 후유증을 상당 기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은 서류상으로 끝날 수 있어도, 시장의 정상화는 그보다 훨씬 늦게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종전과 정상화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