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곳곳서 트럼프 규탄 시위 확산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시간주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반(反)트럼프 여론이 다시 거세게 분출했다.
이번 집회는 전국적 항의 행동인 ‘노 킹스(No Kings)’ 시위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왕은 없다”는 권위주의 반대 구호와 함께 “전쟁 반대”, “ICE 반대”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확대와 강경 이민단속, 전쟁 기조를 동시에 비판했다. 3월 28일 열린 이번 시위는 트럼프 집권 이후 세 번째 전국 단위 ‘노 킹스’ 집회였으며, 미시간에서만 120개가 넘는 지역사회에서 시위가 계획됐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곳은 랜싱의 미시간 주의회 의사당 앞이었다. 이날 의사당 주변에는 수천 명이 운집해 광장을 가득 메웠고, 현장 규모는 이전 ‘노 킹스’ 시위와 맞먹을 정도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시위대는 각종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광장에 모여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분노와 불안을 쏟아냈다. 단순한 정권 비판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현장 전반을 감쌌다. 미시간 지역 언론들은 참가자들이 이번 행동을 단발성 시위가 아니라 더 큰 저항의 흐름 속 한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가 이전 집회와 다른 점은, 구호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데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집회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열린 ‘노 킹스’ 시위이자, 미네소타에서 이민 및 국경 단속 요원들에 의해 미국 시민 2명이 숨진 사건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항의 행동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참가자들의 메시지는 단순히 “트럼프 반대”에 머무르지 않았다.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 군사적 충돌 확대에 대한 우려, 연방 이민단속 강화에 대한 공포가 한데 뒤섞이며, 시위는 사실상 반권위주의·반전·반강경단속 연합 시위의 성격을 띠게 됐다.
현장 참가자들의 발언은 집회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랜싱에 거주하는 26세 잘라 존스는 인터뷰에서 “지금 너무 많은 불의를 보고 있다”고 말하며 거리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도덕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들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고, 이번 집회가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해 발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시위가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를 ‘대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한 집단’의 대변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시위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기사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은 집회를 하루 앞둔 27일 이번 시위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트럼프 망상 치료 세션’”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미시간 곳곳에서 실제로 나타난 군중 규모와 열기는 이런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랜싱뿐 아니라 디트로이트와 그 교외, 그랜드래피즈, 북부 미시간 지역까지 시위가 폭넓게 이어졌고, 각 지역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쏟아냈다. 현장 분위기만 놓고 보면, 트럼프 반대 정서가 특정 도시나 진보 성향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주 전역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속에서 조직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흥미로운 대목은 주최 측이 이번 집회에서도 정치인이나 선거 후보를 공식 연사로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랜싱의 ‘노 킹스’ 시위 주최자들은 첫 두 차례 집회와 마찬가지로 무대를 풀뿌리 활동가와 시민 옹호자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는 이번 행동을 특정 정당의 선거 운동이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의 저항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 인사들이 군중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미시간 제7연방하원 선거구 민주당 예비후보인 맷 마스담과 윌 로런스가 현장에 참석했다.

특히 윌 로런스는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노동계층 유권자들에게 다시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다 대담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편적 의료보장, 주거 접근성 같은 진보 의제에서 당이 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하며, 그래야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실제로 노동계급과 함께하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시위가 단순한 거리 저항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 내부의 노선 논쟁과도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시위 현장은 트럼프 반대 공간이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어떤 언어와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하느냐를 둘러싼 시험장이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일대와 교외 지역에서도 반트럼프 집회는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사에 따르면 그로스 포인트에서 열린 시위에는 미시간주 법무장관 다나 네셀이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 부패, 범죄성”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이 이미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5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미시간 주정부 차원의 법적 대응이 단순한 상징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리의 저항과 제도권의 법적 대응이 서로 분리된 흐름이 아니라, 같은 반트럼프 전선의 양축으로 읽히는 장면이다.
서부 미시간의 그랜드래피즈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시위가 펼쳐졌다. 도심 칼더 플라자에서 열린 집회는 대형 연설집회 대신 참가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매스 싱얼롱(mass sing-along)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행사 전 “노래는 우리가 짊어진 것을 서로 나누고, 공동체를 만들며, 연대 속에 나란히 서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치적 분노를 표출하는 전통적 시위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안과 피로를 공동체적 방식으로 견디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즉, 이번 ‘노 킹스’ 시위는 고함과 구호만의 정치가 아니라, 함께 모이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과정 자체를 저항의 형식으로 삼고 있었다.
북부 미시간에서도 시위는 예외가 아니었다. 트래버스시티 같은 비교적 큰 도시뿐 아니라 벤지 카운티의 벤조니아 타운십 같은 작은 지역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군중이 모였다. 기사에 따르면 벤조니아에서는 시위대가 미 연방고속도로 US-31 양쪽에 줄지어 서서 지나가는 차량과 주민들에게 존재를 드러냈다. 이는 이번 시위가 대도시 중심의 ‘엘리트 정치 행동’이 아니라, 소규모 지역사회와 지방 도시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미시간 남동부 국경 인근 템퍼런스에서부터 어퍼 페닌슐라 서단 아이언우드에 이르기까지 집회가 계획됐다는 점은, 반트럼프 정서가 지리적으로도 상당한 확장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회 주최 측은 이번 행동을 단순한 하루짜리 시위로 보지 않았다. 미시간 조직자 오드리 부리아우드는 시위에 앞서 “너무 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없는 권력 장악 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권력 장악 시도가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며, 그래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멈춰라, 이제 그만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킹스, 노 워, 노 ICE”라는 구호를 직접 언급하며 이번 집회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했다. 이 발언은 현재 반트럼프 시위가 단순히 한 명의 정치인을 싫어하는 감정 차원을 넘어, 권력 집중과 국가 폭력, 전쟁과 단속을 한 묶음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번 시위를 둘러싼 정치적 함의도 적지 않다. 기사 전체를 보면, 미시간의 반트럼프 시위는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라기보다 향후 선거 국면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가 다시 결집하는 과정의 일부로 보인다. 특히 주최 측이 정당 중심의 무대 연출은 피하면서도, 후보들과 활동가, 시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뒤섞이도록 한 방식은 향후 정치 동원 가능성을 키우는 구조이기도 하다. 거리의 저항이 선거운동으로 직행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대규모 집회가 향후 민주당 내 메시지 경쟁과 후보 조직화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3월 28일 미시간 전역에서 펼쳐진 ‘노 킹스’ 시위는 단순한 지방 뉴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 미국 정치가 어떤 균열 위에 서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쪽에서는 백악관이 이를 무시하며 축소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권위주의와 전쟁, 강경한 국가권력 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시간이라는 경합주의 거리에서 이런 집회가 폭넓게 조직됐다는 사실은, 트럼프 재집권 국면에서 반대 여론 또한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게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왕은 없다’는 구호는 결국 한 정치인만을 겨냥한 문장이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권력을 허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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