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00만 재외동포도 직접 법안 만든다…반크, ‘AI 입법관’ 공개

 

반크에 따르면 이용자는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이나 정책 아이디어를 세 문장 정도로 입력하면 된다. AI 입법 보좌관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국회 의안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뒤 해당 아이디어를 기존 법률 체계에 맞는 표준적인 법안 또는 조례 개정안 형태로 만들어준다.

기존에는 일반 시민이 법안을 직접 작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입법 취지를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관련 법률과의 충돌 여부를 검토하고, 조문 체계를 맞추며, 예상되는 행정·재정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문성과 복잡한 절차는 시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실제 입법 제안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장벽이 돼 왔다.

반크는 AI를 활용해 이 같은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문장을 법률 용어로 바꿔주는 수준을 넘어 기존 법률과의 정합성, 예상되는 반대 논리, 행정적 부담, 재정 소요 가능성, 보완이 필요한 부분까지 분석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번 플랫폼은 재외동포 사회의 정책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한글학교 운영과 지원, 재외국민 참정권, 영사 서비스, 차세대 정체성 교육, 한국과의 문화·경제 교류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지만 이러한 현안을 국내 입법 과정에 체계적으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크는 실제 사례로 ‘재외동포 한글학교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 및 외교·문화 협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시했다. AI 입법 보좌관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과 입법 취지뿐 아니라 기존 법률과의 관계, 예산과 행정 부담, 예상되는 반대 의견과 보완책까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플랫폼에는 시민들이 전국의 조례를 쉽게 찾아보고 비교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됐다. ‘조례 지도’를 통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조례 비교 레이더’를 이용하면 여러 지역의 관련 조례를 비교해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다.

또 다른 기능인 ‘AI 조례 이식기’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수 조례를 참고해 자신의 지역 상황에 맞는 조례 개정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 중인 노인 복지나 청소년 지원 조례가 있다면 이를 다른 지역의 인구 구조나 예산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방식이다.

청소년과 한글학교 학생들이 입법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시민 모의 의회’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법안 형태로 발전시키며 토론과 의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재외동포 차세대에게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 교육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700만 재외동포가 법안과 조례를 직접 만들어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시민과 재외동포가 정책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민주권이 선거일 하루에만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조례 한 조항이나 재외동포를 지원하는 법률 조항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내가 바로 AI 입법관’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모두 8개 언어를 지원한다.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어 해외 거주 재외동포들의 접근성도 높였다.

다만 AI가 작성한 법안이나 조례가 곧바로 공식 입법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률 제정이나 개정은 국회의원 등의 정식 발의와 심사,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며 지방자치단체 조례 역시 해당 지방의회의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플랫폼의 가장 큰 의미는 시민과 재외동포가 막연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입법 제안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국회나 지방의회, 정부기관, 지역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반크는 앞으로 플랫폼을 통해 축적되는 참여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분야에 입법 공백이 존재하는지, 지역별로 제도적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등을 파악한 뒤 관련 내용을 국회와 지방의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도구를 넘어 시민의 정책 참여와 입법 과정까지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재외동포 사회의 목소리가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반영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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