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확인·유권자 신분증 강화안 제출, 정치자금 제한안은 서명 계속, 다른 다수 캠페인은 중도 중단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시간 유권자들은 올가을 최소 한 가지 투표안건에 대해서는 이미 판단을 내리게 되어 있다. 미시간주는 16년마다 주 헌법제정회의 소집 필요 여부를 자동으로 묻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11월 3일 총선 투표용지에 이 외의 안건들이 얼마나 더 올라가게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러 단체들이 각종 정책 의제를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가거나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지금 시점에서 실제로 본선 투표용지에 오를 가능성을 남겨둔 단체는 소수로 좁혀졌다. 현재까지 유력하게 거론되는 안건은 투표 시 시민권 확인을 의무화하고 유권자 신분확인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 그리고 규제 대상 공공유틸리티 기업이나 대형 주정부 계약업체의 정치헌금을 금지하는 방안 등이다.
미시간은 시민이나 단체가 청원 서명을 통해 정책안이나 헌법 개정안을 투표용지에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24개 주 가운데 하나다. 다만 절차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올해 기준으로 헌법 개정안을 투표에 부치려면 180일 안에 유효한 유권자 서명 44만6,198개를 확보해야 하고, 법률 제정 청원의 경우 35만6,958개, 기존 법률에 대한 주민투표를 강제하려면 22만3,099개의 유효 서명이 필요하다. 실제 심사 과정에서 무효 서명이 적지 않게 걸러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단체는 법정 기준보다 훨씬 많은 서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같은 높은 문턱 때문에 벌써 여러 캠페인이 중도에 멈춰 섰다. 선호투표제 도입, 고소득자 증세, 임금 관련 법안 저지 등을 목표로 했던 일부 단체들은 목표 서명 수를 채우지 못했거나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활동을 종료하거나 보류한 상태다. 이제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법률 제정 청원의 제출 마감은 5월 27일, 헌법 개정안은 7월 6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각 청원운동이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는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실제로 서명을 제출한 단체는 ‘Americans for Citizen Voting’가 유일하다. 이 단체는 지난달 초, 75만 개가 넘는 서명을 주 선거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헌법 개정안 상정에 필요한 44만6,198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다만 서명을 냈다고 해서 곧바로 투표용지 진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시간 선거국이 개별 서명의 유효성을 검토한 뒤, 주 선거관리 당국에 인증 여부를 권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안건이 최종적으로 투표에 부쳐져 유권자 승인을 받을 경우, 모든 유권자에 대해 시민권 확인을 요구하고, 비시민권자가 유권자 명부에 포함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45일의 소명 기간 이후 명부에서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또한 신분증이 없는 유권자가 신원확인 진술서만 제출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선택지를 없애는 등 유권자 신분증 규정도 강화한다. 대신 입법부에는 저소득 주민들이 시민권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비용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한다.
비시민권자 투표 가능성 문제를 별도로 제기해 온 또 다른 단체 ‘Protect Voters Rights’도 비슷한 의제를 다뤘지만, 서명 확보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가 다음 달까지 충분한 수의 서명을 모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한편 규제 대상 전기·가스 유틸리티 기업과 대형 주정부 계약업체의 정치지출을 막겠다는 ‘Michiganders for Money Out of Politics’는 현재도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약 25만 개의 서명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5월 말까지 유효 서명 35만6,000여 개를 충족해야 법률 제정 청원을 투표에 올릴 수 있다. 주최 측은 심사 과정에서 일부가 무효 처리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소 55만 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션 맥브리어티 조직가는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이 목표 달성 경로에 올라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안건이 통과되면 DTE에너지, 컨슈머스에너지 같은 규제 대상 유틸리티 기업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직 후보나 현직 공직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런 제한은 연간 25만 달러 이상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내는 기업들에도 적용된다.
재산세 전면 폐지를 목표로 하는 ‘AxMITax’도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이 단체는 2024년에도 투표용지 진입에 실패한 바 있는데, 올해 다시 헌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단체 측은 서명 수집은 끝냈다고 하면서도 현재까지 정확히 몇 개를 확보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시도는 유급 인력이 아닌 자원봉사 서명 수집인만으로 추진됐으며, 법정 기준인 44만6,198개의 유효 서명 확보가 관건이다.
주법상 모든 서명은 180일 이내에 모아야 한다. AxMITax 측은 앞서 수집 기간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목표치 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주 단체 측은 이미 작성된 청원서를 계속 회수하고 취합하면서 실제 제출 가능한 수준인지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치는 60만 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복된 지연으로 인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사실상 실패한 캠페인이라고 공개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칼라 와그너 사무총장은 설령 올해도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다음 선거 주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어떤 공공서비스도 시민이 집, 농장, 사업체를 잃는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사실상 도전을 접은 단체들도 있다. 최소 세 개의 청원단체는 11월 투표용지 진입을 노렸지만, 서명운동을 중단하면서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가장 먼저 물러선 것은 2025년 12월 선호투표제 도입을 추진했던 ‘Rank MI Vote’였다. 이 단체는 유권자가 후보를 선호 순서대로 선택하는 제도를 미시간에 도입하려 했으나, 180일 안에 확보해야 하는 44만6,198개 서명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 말 기준으로 20만 개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데다, 올해 들어 캠페인 여건도 더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Invest in MI Kids’와 ‘Voters to Stop Paycuts’도 각각 서명운동을 중단했다. ‘Invest in MI Kids’는 학교 재원 확충을 위해 고소득층 증세를 추진했던 단체로, 연 소득 50만 달러 초과 개인과 100만 달러 초과 부부를 대상으로 5%의 소득세 할증을 부과하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필요한 최소 서명 수를 채우지 못한 채 3월 12일 캠페인을 접었다. 이 단체와 Rank MI Vote는 모두 2027년 선거를 목표로 다시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Voters to Stop Paycuts’의 경우에는 기존 법률에 대한 주민투표를 강제하기 위해 22만3,099개의 서명이 필요했다. 이 단체는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가 2025년에 서명한 법률을 뒤집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해당 법은 법원 명령에 따른 미시간 최저임금 및 팁 노동자에 대한 하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축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충분한 서명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결국 2026년 미시간의 주민발의 지형은 당초 기대보다 한층 좁아진 모습이다. 다양한 의제가 한때 경쟁적으로 등장했지만, 실제로 11월 투표용지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안건은 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남은 변수는 제출된 서명의 유효성 심사와, 아직 현장에서 서명 수집을 이어가고 있는 단체들이 마감 전까지 얼마나 더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올해 가을 미시간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될지는 이제 막판 검증과 집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