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실보험 옵트아웃’ 공약 제시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시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톰 레너드가 주내 자동차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무과실(no-fault) 자동차보험 체계에서 사실상 일부 운전자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레너드는 4월 13일 공개한 정책 구상에서, 무제한 상해보호(PIP) 보장을 선택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사고 시 과실 운전자를 상대로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시간의 무과실보험 제도는 사고가 나면 원칙적으로 각자 자신의 자동차보험이 먼저 의료비를 부담하는 구조인데, 레너드의 구상은 이 틀을 부분적으로 흔드는 내용이다.
레너드는 이를 사실상의 “옵트아웃(opt out)”, 즉 현행 무과실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권으로 설명했다. 그는 드윗 타운십의 한 식당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 문제가 선거 현장에서 세 번째로 많이 듣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과 의료 문제가 앞서고, 그 다음이 자동차보험료라는 것이다. 레너드는 다른 후보들도 자동차보험료 문제를 분명히 듣고 있을 것이라며, 복잡한 미시간 자동차보험 제도를 바꾸겠다는 구체적 제안을 내놓은 후보는 자신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약은 2019년 미시간이 대대적인 자동차보험 개혁을 단행한 이후에도 보험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불만을 배경으로 나온 것이다. 미시간은 과거 모든 운전자에게 무제한 개인상해보호를 의무화했지만, 2019년 개혁 이후에는 운전자들이 보험금 지급 한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중증 부상 환자를 돌보는 일부 의료기관과 돌봄 제공자에 대한 보상 기준도 대폭 낮아졌고, 이 조치는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법원 판결로 일부 삭감은 제한됐지만, 보험료 인하 효과를 놓고는 지금까지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는 운전자들의 약 30%가 더 이상 무제한 의료보장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레너드 캠프가 공개한 정책 개요에 따르면, 새 방안은 운전자들에게 “완전한 법적 보호”와 “제한적 법적 보호” 사이의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무제한 보장을 포기한 운전자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상대방 과실이 인정되면 그 운전자를 상대로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레너드는 이른바 “과도한 소송”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비경제적 손해배상에 상한을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는 이 같은 조합이 현재의 고보험료 구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공약으로는 보험사의 지급 지연에 대한 제재 강화가 포함됐다. 레너드는 자동차 사고 관련 의료비는 보험사가 45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이 기한을 넘길 경우 지연 지급에 대한 부담을 지금보다 5배 높이겠다고 제안했다. 보험금을 늦게 지급하는 관행이 환자와 가족, 의료 제공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드윗 지역 간담회에는 레너드 지지자들뿐 아니라 비판적 시각을 가진 참석자들도 초청됐는데, 일부는 이번 방안이 오히려 보험료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업 종사자인 빌 브루베이커는 소송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은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이미 복잡한 제도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간 뇌손상 제공자협의회의 톰 저드 역시 운전자가 자신의 상해에 대해서는 무제한 보장을 선택하더라도, 상대방이 제한형 보장을 선택했다면 그 상대방의 의료비를 두고 다시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그는 누군가 다치면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개혁 이후 중증 부상 환자 지원 축소를 강하게 비판해온 시민단체 ‘위 캔트 웨이트(We Can’t Wait)’ 측에서도 일부 공감과 일부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단체의 활동가 모린 하월은 과실 운전자 소송 허용 부분 등 일부 조항에는 비판적이었지만, 적어도 레너드가 구체적인 안을 들고 나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증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아들을 돌보는 전업 간병인이기도 한 그는, 재가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 간병인들이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너드의 계획에는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주거·돌봄 서비스 단가를 설정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간담회에서는 보험사들이 독립의료평가(IME)를 이용해 중증 환자의 상태를 재평가한 뒤 보장을 축소하거나 거절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러한 평가가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성토했고, 레너드는 자신은 이 문제를 처음 들었다면서도, 평가자들이 정말 보험사 쪽으로 편향돼 있다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레너드는 Bridge Michigan에, 자신이 다른 후보들과 다른 점은 바로 이런 비판과 질문을 피하지 않고 실제 정책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안을 내야 비판도 받고 어려운 질문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맥락도 주목된다. 레너드는 스스로를 정책 중심 후보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전이 벌어진 공화당 경선에서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한 상태다. 현재 공화당 진영에는 연방 하원의원 존 제임스, 사업가 페리 존슨, 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아릭 네스빗, 전 법무장관 마이크 콕스, 목사 랠프 리밴트 등이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Bridge Michigan은 레너드가 과거 2017~2018년 미시간 하원의장 시절, 당시 디트로이트 시장이자 현재 무소속 주지사 후보로 나선 마이크 더건과 함께 유사한 자동차보험 개혁안을 추진했던 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두 사람은 보험료를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기사 표현대로 보면 오늘날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번 공약은 결국 미시간 자동차보험 개혁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다시 보여준다. 2019년 개혁으로 무제한 보장 의무는 완화됐지만, 보험료는 여전히 높고 중증 부상자 돌봄 체계는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레너드는 이 틈을 파고들어 보험료 인하와 선택권 확대를 동시에 내세우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소송 증가와 비용 전가, 제도 복잡성 확대라는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자동차보험 문제가 다시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미시간 유권자들이 어떤 해법을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