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머리가 좋아지는 팁(23)

– 부제: 허물고, 무너뜨리고, 그리고 바꿔라(1)

1. 쓰레기 더미부터 치우자.

예전에 필자가 대학원에서 연구를 진행할 때 1년에 한 번씩 시약 냉장고를 청소하였다. 왜냐하면 냉장고를 학생들이 아마도 하루에 10번씩 열고 닫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실험실 인원이 15명이었으므로 하루에 150회, 1년에 약 5만여회의 개폐(開閉)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냉장고문을 열고 닫을 때 습기가 있는 공기의 출입이 병행되는데 이 때 서리(frost)가 생겨 냉장고의 성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이유는 냉장고에 사용하지 않거나 변질된 중간체 및 시약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물리학부 크러프트(cruft) 실험실은 100여년 전에 무선공학자 조지 워싱턴 피어스가 수정 발진기(crystal oscillator)를 발명한 곳인데 그의 발명이 없었더라면 라디오 방송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크러프트’라는 단어는 방치된 폐기물이나 쓸모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 고장난 기계, 텅 빈 박스, 그리고 기술 진보에 맞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 등을 뜻하는 공학 용어로 쓰인다. 그 이유는 이 연구실에는 수십 년 동안 버려진 레이더 부품, 쓸모가 없어진 회로판, 그리고 낡은 진공관들이 쌓여갔는데 예전에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걸리 적 거리기만 하는 것들이 창문 너머로 쌓여만 갔다. 결국에는 연구실에서 이 쓰레기더미를 치우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야만 했는데, 혁신(innovation)을 쉽게 이야기하자면 바로 이런 상황일 것이다. 한 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도리어 방해가 되는 것들, 그것들을 없애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우리를 압도하는 거대한 쓰레기더미 앞에서 진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남겨둘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몽땅 보관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작동했던 모든 것을 그대로 나두고, 혁신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바라봐야 할 창문 아래 숨겨두는 것이다. 그건 쉽다. 세상이 충분히 느리게 돌아가 준다면 당분간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기존의 교육과 업무, 경제, 그리고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던 산업 시대가 우리의 예상보다 급격히 무너지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우리들에게 엄청난 공포와 혼란을 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산업 시대의 쓰레기더미 위에 살고 있지만 바로 그것이 기회다. 가장 먼저 쓰레기를 치우고, 미련 없이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를 청산하고, 낡은 것들을 몽땅 묻어버리는 사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은 전자제품에 묻혀 산다. 한 예로 아이들의 손 안에는 항상 셀룰러 폰이 들려 있으며, 수업시간에도 아이패드로 공부를 한다. 물론 매우 효율적 일진 몰라도 본인 스스로 찾고,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는 그 기기들이 없을 때 매우 난처해 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쓰레기더미가 없는 세상 그리고 반복되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창조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이다.

2. 복종이 아니라 성취가 중요해졌다.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David McClelland(1917 ~ 1998)는 역사적으로 특정 시대에 성장률이 높았던 원인은 민족도, 기후도,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능력도 아니라고 그의 논문에서 지적했는데 그 주된 원인은 모두 문화적이면서 기술적인 혁명이라는 것이다. 특히 특정 시대의 번영은 사람들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는 문화에서 시작되었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문화적 원동력(Cultural Driving Force)이 왕성한 시대나 국가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아이들에게 달려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머릿속에 공상과 미래의 꿈에 대한 성취욕구를 그들에게 심어줄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이 우리에게 그랬듯이 우리도 그들에게 소망과 꿈이라는 유산을 물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종을 중요시하는 산업경제에서 성취를 중요시하는 연결경제(Connection Econo-my)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1 우리는 지금 사회 구성원들이 더 높은 꿈을 꾸도록 격려하는 문화와 이런 변화의 흐름에 기여하고 있는가?

2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있는가?

3 우리 사회는 사람들이 표준화된 시험과 매뉴얼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중요한 활동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는가?

3. 우리는 연결경제(Connection Economy) 속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어느 때보다 촘촘히 얽혀 있다. 누구라도 매체 없이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 있고, 매장이 없어도 장사할 수 있으며 직원 없이도 사업체를 운영한다.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개인들은 거의 슈퍼맨이다. 혼자서 책을 출판하고 영화를 만들고 뉴스를 생산하고 사회단체를 조직한다.

가전제품, 자동차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도 이미 열렸다. 시스코(Cisco)는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370억개의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인간의 조작 없이도 사회를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결경제는 폭발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 전업주부가 레시피(recipe) 하나로 유명세를 타고 바로 돈방석에 앉는 일이 생기는 것은 그렇게 되고픈 사람들이 무수하게 연결돼 성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도 안된 신생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것도 모든 비용이 낮아지고 국경까지 허문 연결의 힘이다.

연결경제 시대에는 경영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전략 마케팅은 물론이고 인사관리, 재무관리도 근본부터 바뀐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것이 1990년이니 연결경제는 21세기 들면서 꽃피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전에는 기술과 효율, 생산성으로 요약되는 ‘산업경제’ 시대였다. 산업경제는 150여년 동안 인류를 차원이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리스크(Risk)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업종에 집중하고, 효율을 높이려고 부서 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고, 혹 사고를 칠지도 모르는 개인들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것이 산업경제 시대 기업의 경영 모델이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에 도전하기보다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세계적 기업조차 대기업병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최근 ‘이카루스 이야기’를 내놓은 마케팅의 전문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연결과 관계라는 새로운 것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연결경제가 시작됐다”며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부를 쌓아가던 산업사회 시대가 저물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새 시대는 널리 유행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행동, 그리고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행동이라는 두 가지 원동력으로 이끌려간다” 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경제 시대에 성공했던 기업들은 어쩌면 그 속에 이미 연결경제를 반대하는 세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업경제 시대의 망령들이 바로 연결경제의 적이다. 해오던 업종을 지킨다는, 우리 부서 일만 잘하자는, 개인적으로는 내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산업경제 시대의 의식과 관행이 연결경제로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모든 회사를 경쟁자로 보는 편협한 시각, 원가만 낮출 수 있다면 언제든 하청업체를 바꿀 수 있다는 오만, 직원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 계열기업에만 팔아도 충분하다는 착각 등이 새로운 기회에 눈감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적인 경기침체를 탓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아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젊은 기업들도 현장에선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차이는 한마디. 연결에 있다.

위의 예처럼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학교에서의 학과 공부가 단절된 것이 아니고 연결된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조 문헌:
1. 이카루스 이야기, 세스 고딘 지음
2.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김준섭 박사/SKY M.I.T.C. 248-224-3818/mitcsk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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