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깎기·나무 관리도 생명 위협…조경 종사자 사망률 10년 새 60% 이상 증가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벌목, 광산, 건설 현장, 어업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디 관리와 조경 작업도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USA TODAY가 최근 미국 노동통계 자료 등을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조경 및 잔디관리 종사자, 즉 grounds maintenance workers의 업무상 사망률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이 직종의 업무상 사망률은 근로자 10만 명당 약 20.9명이었다. 이는 2014년의 10만 명당 약 13명과 비교하면 약 61% 증가한 수치다. 2024년 한 해 동안 조경 및 잔디관리 업무를 하다 숨진 근로자는 239명에 달했다. 그 결과 조경·잔디관리 종사자는 미국에서 업무 중 사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전체 근로자의 업무상 사망률이 10만 명당 약 3.3명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조경 종사자의 사망 위험은 평균보다 6배 이상 높은 셈이다. 가장 위험한 직업은 여전히 벌목 노동자였다. 2024년 기준 벌목 노동자의 업무상 사망률은 근로자 10만 명당 약 110명에 달했다. 그 뒤를 어업 및 수렵 종사자, 지붕공, 철골 작업자, 쓰레기 및 재활용품 수거원 등이 이었다.
항공기 조종사와 건설 보조 인력, 광산 장비 운전원, 트럭 운전자 역시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특히 트럭 및 배송 운전자는 사망률 순위에서는 조경 종사자보다 조금 앞선 수준이었지만 실제 업무 중 사망한 사람은 약 950명으로 전체 직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잔디를 깎고 나무를 정리하는 일이 왜 이렇게 위험한 것일까.
조경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단순한 육체노동처럼 보이지만 실제 작업환경에는 여러 위험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조경 종사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작업장을 이동하기 때문에 트럭이나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시간이 많다.
작업장에서는 대형 잔디깎이, 트리머, 전기톱, 송풍기 등 다양한 기계를 사용한다. 나무를 자르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 가지를 제거하는 작업도 자주 이루어진다. 따라서 차량사고, 기계사고, 낙상, 감전, 나무나 장비에 깔리는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조경 및 잔디관리 종사자의 업무상 사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사고와 중장비 관련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에는 폭염도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경 노동자들은 여름철 한낮에도 야외에서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온이 90도를 넘는 날씨에 무거운 장비를 사용하며 몇 시간씩 일하다 보면 탈수와 열사병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미시간처럼 여름철 고온과 높은 습도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역에서도 야외 노동자의 건강관리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 노동자의 고령화다.
미국에서는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65세 이상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미국에서 업무 중 사망한 65세 이상 근로자는 676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824명으로 늘었다. 4년 동안 약 22% 증가한 것이다. 전체 업무상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고령 근로자는 젊은 근로자와 같은 사고를 당하더라도 회복 능력이 떨어지고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조경업처럼 장시간 야외에서 육체노동을 하고 기계를 사용하는 직종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전체의 직장 내 사망률은 최근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미국에서는 약 5,070명의 근로자가 업무 관련 사고로 사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산업안전 기술과 규제가 발전하면서 직장 내 사망 위험은 장기적으로 감소해왔다. 그러나 조경업과 같은 일부 직종에서는 오히려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전체 산업재해가 줄었다”는 통계만으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조경업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조치가 중요하다.
우선 작업장에서 보호안경, 귀마개, 안전화, 장갑과 같은 개인 보호장비를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 전기톱과 잔디깎이 등 위험 장비를 사용할 때는 정기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나무 제거 작업이나 높은 곳에서의 작업에는 더욱 전문적인 안전장비와 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여름철에는 충분한 물과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작업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운전과 장비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은 만큼 차량 안전교육 역시 중요하다. 미국의 아름다운 주택가와 공원, 골프장, 상업지역을 유지하는 데 조경 노동자들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잘 정돈된 잔디와 나무 뒤에는 생각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번 통계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직업도 누군가에게는 매일 생명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