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미시간대, DEI 예산 ‘등록금 지원’으로 전환

저소득층 무상등록금 대폭 확대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시간대가 지난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사실상 종료한 뒤,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저소득층 학생 등록금 지원 프로그램으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측은 그 결과 무상등록금 제도인 ‘고 블루 개런티(Go Blue Guarantee)’ 지원 규모가 올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DEI 정책 폐지 이후 학생 지원 체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시간대는 2026년 앤아버·디어본·플린트 캠퍼스에서 총 6,387명의 학생에게 약 5,597만 달러를 지원해 등록금과 각종 수수료를 충당했다. 이는 2025년 3,786명에게 2,625만 달러를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지원 인원은 2,601명, 비율로는 거의 70% 늘어난 수치다. 불과 1년 만에 지원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 셈이다.

지원 대상 학생의 인종별 구성도 공개됐다. 올해 프로그램 수혜자 가운데 백인 학생은 44.5%, 흑인 학생은 17.4%, 아시아계는 12.4%, 히스패닉계는 5.6%, 그리고 또는 둘 이상의 인종으로 분류된 학생은 20.2%였다. 이는 미시간대가 DEI 정책을 폐지한 뒤에도 특정 집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에게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대학 측은 지난해, 8년 동안 운영해온 광범위한 DEI 구상을 접으면서 그 재원을 학생 중심 프로그램으로 옮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미시간대는 DEI 예산을 장학금과 정신건강 서비스, 학업 성공 지원 프로그램 등에 재배치하겠다고 설명했는데, 이번 고 블루 개런티 확대가 그 방향 전환의 대표적 결과라는 것이다. 미시간대 이사회 의장 마크 번스타인은, “DEI에 투입됐던 수백만 달러가 학생들에게 다시 집중됐고, 고 블루 개런티 확대는 그 재집중의 분명한 결과”라는 취지로 말했다.

미시간대의 기존 DEI 체계는 적지 않은 규모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는 정규직 163명이 관여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업무도 병행했으며, 관련 급여 비용만 매년 약 1,500만 달러에 달했다. DEI 종료 이후에는 14개 직책이 폐지됐고, 36명의 직원이 2025년에 대학을 떠났으며, 나머지 인력은 원래 소속 부서나 다른 부서로 재배치됐다. DEI 조직을 유지하던 고정비가 사라지면서 그 예산 일부가 보다 직접적인 학생 지원으로 이동한 구조다.

고 블루 개런티는 원래 2018년 앤아버 캠퍼스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당시에는 가족 연소득 6만5,000달러 이하, 자산 5만 달러 이하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경제적 배경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이후 2022년 디어본과 플린트 캠퍼스로 확대됐고, 소득 기준도 두 차례 상향 조정돼 현재는 가구 소득과 자산이 각각 12만5,000달러 이하인 학생까지 지원 대상이 됐다.

올해부터는 지원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미시간대는 2026년부터 교사 양성과 간호 과정에 등록한 적격 학생들, 그리고 학부 때 고 블루 개런티 지원을 받았던 뒤 석사 과정에 진학한 일부 학생들에 대해 주거비를 포함한 전 출석비용(full cost of attendance)까지 지원하기 시작했다. 다만 음악·연극·무용대학의 교원 양성과정 학생들에 대한 전액 출석비용 지원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기사에서는 전했다. 참고로 앤아버 캠퍼스의 일반 2인실 기숙사비만 해도 식비를 제외하고 9,456달러 수준이다.

미시간주 공립대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26학년도 기준 미시간대 학부생의 연간 등록금과 수수료는 앤아버 캠퍼스 1만8,346달러, 디어본 1만6,240달러, 플린트 1만5,622달러다. 이런 수준의 학비를 감안하면, 무상등록금 확대는 단순한 상징 조치가 아니라 저소득층 학생과 중산층 하위 가정의 대학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예산 전환은 등록금 지원에만 머물지 않았다. 기사에 따르면, DEI 관련 예산 일부는 24시간 AI 튜터와 개인형 AI 보조도구 제공, 학사 상담과 진로·전문직 준비 지도 강화에도 투입됐다. 여기에 정신건강 서비스인 ‘렛츠 토크(Let’s Talk)’ 프로그램과 웰니스 체크인 확대, 위탁가정·친족보호·보호자 부재 경험 학생을 돕는 블래빈 스칼러스 프로그램 확대도 포함됐다. 대학 측은 또한 트로터 멀티컬처럴 센터와 스펙트럼 센터 같은 주요 학생 공간 지원을 계속하고, 새 기숙사 울버린 빌리지 안에 다문화 라운지를 마련할 예정이며, 마틴 루서 킹 데이 행사와 파우와우 같은 문화 행사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예산 재편이 논란을 완전히 잠재운 것은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교수진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DEI 종료 이후 사라지거나 약화된 일부 프로그램을 되살리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 이사진은 고 블루 개런티와 울버린 패스웨이스(Wolverine Pathways) 같은 핵심 프로그램은 계속 유지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캠퍼스 문화와 대표성 문제를 다루는 조직적 장치가 후퇴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결국 미시간대는 DEI라는 이름의 제도는 접었지만, 그 자원을 보다 직접적인 학생 지원과 접근성 확대 쪽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대학가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선 DEI 정책을 축소하는 대신, 보다 폭넓은 학생층이 체감할 수 있는 등록금 지원과 정신건강·학업 지원으로 예산을 전환하는 방식이 확산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미시간대 사례가 장기적으로 성공으로 평가받으려면, 재정 지원 확대가 실제로 더 많은 저소득층·취약계층 학생의 입학과 졸업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DEI 축소로 생긴 공동체 내부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는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mkweekly@gmail.com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Michigan Korean Weekly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