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에서 위로받는 미시간 미국인들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다니다 보면 신기한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지난 17일 디퀸더와 15마일 코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 있던 차 범퍼에서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글 문구를 발견했다.
바로 전화에 달린 카메라를 작동해 뒷모습을 찍었다. 거기에는 Army라는 영문도 있었는데 처음엔 육군 출신인가 생각했다가 그것이 BTS의 아미인 것을 바로 알아 차렸다.
미시간에서 BTS 아미를 만난 것이 반가워 움직이는 차를 뒤 따라가며 경적을 울렸다. 하지만 그 차는 바로 서지 않았고 다음 신호등인 15마일과 John R 교차로에 멈춰 섰다. 찬스다 싶어 그 차 옆으로 차를 세운 나는 창문을 열고 ‘방탄소년단’의 팬이냐? 고 물었다. 그 차에 타고 있던 중년의 미국 여성은 ‘그렇다’고 말하고 손가락으로 하트모양을 지어 보였다.
내가 누군지 소개하고 인터뷰 신청을 했더니 병원 예약 시간이 늦었다고 해서 잠깐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난 건 27일 메디슨 하이츠에 있는 그의 집에서였다. 반갑게 기자들을 맞이한 폴라 존스(Paula Jones)씨는 자신의 배우자인 Karen Jones가 자신 보다 더 방탄소년단에 푹 빠져서 산다고 소개했다.
자동차 관련 화학회사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케런은 2년 전 폴라가 무릎수술을 하게 되면서 우울증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정신이 번쩍 드는 댄스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후로 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 후 BTS는 그들에게 생활의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방탄소년단의 댄싱에 빠졌던 그들은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에 감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평등과 휴머니즘에 대한 그들의 메시지는 특히 동성연애 커플인 이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 왔던 것이다. 세상은 평등해야 하고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 그는 미국인들이 더욱 오픈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폴라는 마가렛 조 코미디언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조금 알았지만 방탄소년단을 만나고 난 후 한국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매일 한국에 대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거의 모든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을 섭렵한 이들은 한국의 문화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신들에게는 너무나 따뜻함을 준 고마운 존재라고 전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은 너무나 부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침실로 안내한 캐런은 BTS 사진이 새겨진 이불과 사진첩을 보여주며 BTS에 대한 애정을 서슴없이 뽐내고는 BTS 때문에 현대 싼타페, 삼성 TV, 삼성 휴대폰도 사게 되었다고 전하고 한국 제품들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유투브를 통해 배운 솜씨로 직접 김치도 담구고 갈비도 재워 봤다는 폴라는 김치찌개, 김치볶은밥, 미역국이 가장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하고 가장 한국적인 맛을 내는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집에서 가까운 누리치킨의 팬이 되었다고 말하고 아마존에서 산 한라 녹차를 기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곧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들은 한국과 서울에 관한 책을 이미 주문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암울하고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준 방탄 소년단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한 이들은 자신들은 무릎이 아파 걷기도 불편한 50대 중반의 미국인들 이지만 BTS의 공연을 볼 때면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그 행복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전했다.
BTS 이외에도 블랙핑크, 아이유, 십센치, 등 한국 가수들을 거침없이 열거한 이들은 “K-pop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이 미시간에도 많이 있다고 들었지만 아직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BTS 팬들이 함께 만나는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TS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고 더 커다란 이 세상에는 더 소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이들은 “마음을 열고 자세를 낮추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점점 더 험악해져가는 세상을 되돌리는 방법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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