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자동차산업 빅3 몰락, 한인사회에도 큰 영향”

– 뉴욕 300여 세탁소 문닫아 LA 한인타운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얼어 붙어

 

지금 미주동포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웹사이트들은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동포들의 걱정과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시작, 월가의 금융위기로 심화되어 빅3 자동차회사의 몰락으로 이어진 미국 경제 위기로 동포들은 크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은 중요한 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5일 30대 디트로이트 한인회장으로 취임한 김영호씨는 취임사에서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디트로이트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한인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3만 5천에 달했던 한인인구는 30% 가까이 감소했다. 젊은 한인들이 폐허로 변모하는 도시를 속속 떠난 탓이다.

미국 경제 위기가 한인사회에도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다. 디트로이트 한인사회가 표본이다. 지금 한인 지역신문과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경제위기를 실감케 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특히 주택문제를 걱정하는 댓글이 많다.(“지금 융자금 조정해 준다는 광고를 조심해야합니다”, “에이전트 말에 혹하지 마세요”)

쓰쓰미 미카가 지난해 발간한『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이와나미서점, 2008)에서 나타난 미국의 모습은 지나친 표현만은 아니다. 그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민영화와 경쟁제일주의, 친 대기업 규제완화가 만연하며, 할인·무료 급식에 의존하는 아이들에게 비만을 부르는 공급처”라며 미국을 힐난하고, “일본과 한국도 미국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미국을 짓누르는 이 때, 한인 매체들의 눈을 빌려 애틀랜타,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생활상을 엿보았다. 우선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고 있는 자동차 산업도시부터 출발했다.

▷디트로이트= 미주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미시간 주 자동차 산업이 최근 들어 불황에 빠지면서 한인사회도 침체기를 맞고 있다”고 특집 면으로 보도하는 등 경제위기 상황을 대대적으로 다루었다.

1965년 디트로이트 한인회 창립과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미시간 주 한인사회는 1980년대 빅3의 발전과 함께 기술인력 이민이 급증하면서 성장해왔다.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미시간 주 한인사회는 빅3의 흥망성쇠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

디트로이트 한인회 15대 한인회장을 지낸 김욱 한미장학재단 회장은 “미시간 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세들을 따라 미시간 주에 정착하려던 1.5, 2세들도 미시간 주를 떠나 타주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애틀랜타= 8만 한인이 거주하는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는 지난 수년간 현대모비스, 기아 등 한국 차 산업을 유치해왔다. 최근 일본 닛산을 유치하는 등 자동차 산업을 더욱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던 이 지역 역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이 지역 한인 매체에서는 최근 E2(소액 투자비자)를 유지해야 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한 E2 비즈니스 업주는 “한국에서 돈을 송금해와 렌트비를 내고 있지만 점점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애틀랜타 한인들에게 위안이다. 김의석 국제자동차 대표는 “신차와는 달리 한인중고자동차 딜러들이 한인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면서 “중고차 시장의 회복은 한인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평가했다.

▷LA= LA 한인경제규모는 사업체수 5만 2천331개에 매출규모 195억 600만 달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인 타운에만 25만이 거주하는 등 100만을 육박하는 LA는 명실상부한 한인경제의 중심. 그러나 이 지역 역시 경제위기의 기나긴 터널을 비켜가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LA에 근거를 둔 선데이 저널은 “전 세계가 경제위기의 한파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 타운 내 은행들이 합병설에 시달리거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문을 닫는 등 서비스 업계와 제조업계 모두 잔뜩 얼어붙은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타운 내 한 식당은 웨이트리스 1명을 뽑는데 순식간에 20명이 몰려들기도 했다”며 이 지역 취업난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지역 경기침체는 또 다른 주택 투자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한인사회 모습을 만들기도 한다. 은퇴를 앞둔 한인들이 한인 타운 콘도를 사려고 앞 다투고 있는 것. 이 지역 신문은 “한인 노인들이 생활하기 편리한 한인 타운 거주를 선호하는데다 콘도가격 하락으로 구입 부담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 LA에 근접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법이 소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이 “걱정 말고 일단 타세요. 실직하면 차값을 물려드립니다”라는 이색적인 판촉 방법을 내놓았다.

또한 ‘하나 사면, 하나 공짜’가 자동차 시장에도 등장했다. 지역 신문은 “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인근의 자동차 딜러인 유니버시티 다지는 2008년형 다지 램 픽업트럭 1대를 사면 다지 크루저 1대를 얹어 준다”는 소식을 전했다.

▷뉴욕= 미주 40여만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뉴욕은 한국일보, 중앙일보, 뉴욕일보 외에도 다수 한인신문들이 있다.

이 지역 신문들 역시 지난 연말부터 한인사회의 경제동향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특히 “플러싱 162가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던 성모씨가 최근 극심한 매출 부진과 이로 인한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기사가 인기순위 상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성 모 씨는 “동종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헐값에라도 팔아보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사이트들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작된 월가 붕괴로 매출 감소 현상이 두드러져 뉴욕에서는 작년 한해 300여개의 한인 세탁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소매점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뉴욕한인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집주인 아닌 임차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국제학생들을 대상으로 렌트비를 받아 챙긴 사기 행각이 있다”며 경제위기 여파에 따른 부작용을 전했다.

▷버지니아주= 세계일보는 최근 특파원 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금융위기 여파로 한인 동포들이 몰려 사는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의 인력시장에서는 ‘아메리칸 드림’ 포기현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경기에다 겨울철로 들어서면서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진 것. 더욱 “내년 미국에서 일자리 1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챌린저 보고서)이 나온 데다 한인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으면서 일용직을 구하는 업체들이 급감했다”는 뉴스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약 6만 5천명의 한인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에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웃지 못할 한인들의 사연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메릴랜드의 40대 직장인 이모씨가 최근 경제위기로 사랑니를 뽑을까 말까 고민 중”이라는 보도다.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치과의사 이정환씨는 “환자수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줄었다”며 “환자들 가운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질 때까지 치료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유통업계가 지독한 매출부진에 빠졌다”면서도 “한인 슈퍼마켓의 성장세만 ‘나 홀로’ 지속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해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7일 “미국 내 대형 슈퍼마켓들이 일제히 부진한 매출에 짓눌린 반면, 한인 슈퍼마켓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한인사회는 다양한 위기 탈출 전략으로 2009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한인건축협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인들을 위한 무료 집수리 봉사 계획을 발표했다. 김성대 회장은 “3월 초부터는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일회성이나 단기간이 아닌 지속 사업으로 가능한 많은 한인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북가주한인상조회는 지난 10일 총회를 개최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지혜를 배우자”며 회원들을 격려하는 등 각 한인단체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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