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과 축구장 중 어느 것이 클까?우리는 교회를 ‘성전’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런 호칭은 메타포일 뿐이다. 교회 건물은 성전이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성전은 주후 70년에 로마에 의해 무너져 내린 이후 더 이상 이 세상에 실존하지 않게 된 옛 건축물이다. 지금은 그 서쪽 벽의 극히 일부분만 남아서 ‘통곡의 벽’이라 불리고 있다.
요한복음의 예수께서 성전을 헐면 사흘 만에 다시 일으키리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들은 유대인들이 “이 성전은 사십륙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뇨?” 힐난한다(요 3:20). 이 구절을 무심코 읽는 사람들은 솔로몬이 성전을 짓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하는데 걸린 기간은 7년이었다(왕상 7:38). 솔로몬이 지었던 성전은 바벨론의 침공으로 함락되었었고(주전 586/7) 귀환 후 스룹바벨과 예수아의 지도 아래 가까스로 재건되어(주전 515/6) 처음 것에 비해 미미하나마 다시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스 6:15). 흔히 이 재건된 성전을 제2성전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46년씩이나 걸렸다는 예수 시대의 성전은 무엇인가?
초라했던 것으로 보이는 제2성전을 헤롯대왕이 집권하면서 보수와 증축을 시작했다. 헤롯은 예전의 성전을 보수하면서 주변의 뜰들을 늘려가고 본래 없었던 행각(行脚)식의(행 3:11) 건축물로 외양을 아름답게 꾸몄다. 그 외모가 얼마나 장엄하고 수려했는지 갈릴리에서 온 촌사람들인 예수의 제자들이 입을 벌리고 감탄을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막 13:1; 눅 21:5).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을 한번 방문하면 그 성전의 웅대함과 수려함에 감복하여 온갖 수사를 동원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다. 팔레스틴 땅 밖에서 살던 저들에게 있어 예루살렘 성전은 일생에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원했던 아름다운 순례지였다.
팔레스틴에 사는 유대인들은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3대 절기에 반드시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 율법에 정한 희생제사를 드리도록 되어 있었다. 갈릴리 변방을 기준으로 할 때, 왕복 여행에 걸리는 시간과 성전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정결례의 기간 일주일을 포함해 최소한 3주가 필요한 방문을 일 년에 세 번씩 어기지 않고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유월절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유월절에 30-50만 정도의 인구가 예루살렘 성전에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다 수용했을 성전의 크기는 실제로 어느 정도였을까? 고대 문헌의 기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관중석의 스탠드를 포함하는 영국식 축구장 12개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이래도 200-300 명이 들어가는 예배당을 성전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까? 신약에 와서 성전은 예수 자신(요 2:21), 그리스도인(고전 6:19), 교회 공동체(엡 2:21-22)를 가리키는 메타포가 되었다. 그런 메타포의 차원에서 교회를 성전이라 부르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경의 성전이 실제로 무척이나 컸다는 점은 알아두어 나쁠 것이 없다.
유승원(디트로이트한인연합장로교회 목사)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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