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마련한 친숙한 음악 여행
[주간미시간=싸우스필드] 김택용 기자 = 단풍이 물들어가는 나무잎만 봐도 기분이 좋은 미시간의 가을을 더욱 훈훈하게 만드는 음악 행사가 열렸다. 14일 저녁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 장로교회가 교회의 문턱을 낮추려는 겸손을 담은 음악회를 선보였다.
본 행사를 주관한 강도윤 장로는 “교회의 담이 외부 분들에게는 너무 높다. 성스러운 음악과 좋은 말씀을 들으며 우리끼리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것 보다 세상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며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이날 저녁 교회에 들어선 한인들은 두 손 벌려 반가움으로 맞이하는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한인들끼리 정을 나누는 이런 맛을 한인 교회가 아니면 또 어디서 보랴.
미술을 전공한 노정 집사가 풍선들을 소담스럽게 꾸며 놓아 보기만해도 몽실몽실 기분이 좋았고 교회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수경 집사와 성도들이 함께 준비한 다과를 나누며 웃음 꽃을 피웠다.
인사말에서 김해길 담임목사는 “미시간의 아름다운 가을에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만남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하는 바램을 가졌다”고 말하고 “지역 사회 한인분들과 교류하려는 마음으로 본 행사를 준비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축복을 드린다”고 전했다.

박재연 나레이터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시작된 음악여행에는 여러가지 다채로운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아름씨의 한국 전통 부채춤 ‘하늘아 기뻐하라’, 이진영씨까 감미로운 클라리넷 연주로 들려준 ‘Nella Fantasia’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이병현씨의 클래식 기타 연주(Recuerdos de la Alhambra), 최종우, 정의모, 황윤상씨로 구성된 남성중창팀이 부른 You Raise Me Up, 서영재 씨의 독창 ‘하늘을 달리다’, ‘이제 나만 믿어요’, 장로교회가 자랑하는 40대 아저씨들로 구성된 Rock Band인 ‘Band Abiz’가 ‘여수 밤바다’, ‘걸어서 하늘까지’로 장식한 마지막 무대까지 프로들 못지않은 진지함이 돗보였지만 더욱 소중했던 것은 분주한 일정가운데 시간을 쪼개어 연습하고 준비했던 그 정성들이었다.









각 순서마다 2곡을 넘지 않아 지루함이 없어 좋았다. 또 마치 과거로의 여행에서 도착한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매년 가을에 하던 ‘문학의 밤’이 연상되는 정겨운 시간이었다. 행사 취지에 맞게 교회의 성가에서 벗어나 세상 사람들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교회 안에서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는 평도 있었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엄숙함을 잠시 내려 놓고 세상 사람들의 삶속에서 친숙한 곡들을 함께 즐기면서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시도만으로 아름다웠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 초대 순서로 미국인들도 두 팀이나 참가했다. 미국 노년 멤버들로 구성된 Living Lights가 ‘아리랑’과 비틀즈의 메들리를 선보였으며 디트로이트 재즈 밴드 Opelton Parker Quintet이 ‘Help Us Worship You’와 ‘Praise the Lord’를 디트로이트의 제대로된 재즈풍에 실어 들려 주었다.
교회는 본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궁금해 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은 행사를 준비해서 더 친해지고 싶다고 한다. 교회가 세상과 친해지고 싶어서 마음을 열고 문턱을 낮추는 겸손한 모습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당당하게 외치며 지하철 안에서 전도하던, 다소 무모했던 그 시절 그 분들의 공격적인 방법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는 아무리 믿고 싶어도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에겐 교회 한 번 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겠지만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도 믿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로 교차점을 찾지 못하고 영영 만나지 못할까봐, 안타깝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음악회를 준비했을 모든 분들에게 ‘그만하면 훌륭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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