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발행인칼럼

우리도 언제나 저들처럼

– 미국 기업들로부터 장학금 받는 아랍 커뮤니티 학생들

미국 기업들로부터 장학금을 수여받은 미시간 아랍 커뮤니티 학생들

[웨스트 블룸필드=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아랍상공회의소가 2일 쉐난도어 골프장에서 제13회 장학금 기금모금 골프대회를 열고 대학에 진학하는 26명의 아랍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한인 커뮤니티도 한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어 아랍 사회의 이번 행사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보다 어떤 점을 더 잘 하는지 공부하기 위해 참석해 봤다.

장학금을 수상한 학생들의 숫자가 많은 것이 일단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숫자가 많은 것보다 더 부러운 것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 커뮤니티 내부에서만 조달되는 한인 사회와는 달리 미국의 기업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CIA가 3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DTE 에너지는 6명의 학생, 헌팅톤 은행, 크로거, 펩시, 코카콜라, 헨리 포드 병원, 그레이트 레이크스 와인(사), US Ice(사), Boji Group, Gold Corp과 Detroit News에서 각각 1명씩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각자 1명씩을 맡아 후원했다.

골프대회에도 50개가 넘는 굴지의 기업들이 후원사로 동참했다.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Blue Cross Blue Cross, Buick, Greek Casino, MGM Grand Casino, Hollywood Casino, Caesars Windsor, Comerica Bank, Wayne County Sheriff’s Office, AT&T, Detroit Marriott, Detroit Zoo, Sam’s Club, U.S. Army, The Henry Ford 등 다 거명할 수 없을 정도다.

한인 사회에서는 케이파이와 한미장학회가 대표적인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우리의 후세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지도자들은 매년 기금을 늘려 더 많은 학생들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한인사회 밖으로부터의 후원을 늘리는 방법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노령화되어가는 지금의 1세들이 힘을 잃으면 이런 장학 사업을 이어 받을 후세들도 탄탄하지 않아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시간의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매년 한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왜 우리는 아랍 사회나 히스패닉 사회처럼 힘을 한 군데로 집결시켜서 우리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에 미약할까? 이런 질문을 하다보면 오늘도 답답해지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솔루션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물론 세월이 가면서 전통적인 장학 사업이 빛을 바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명 당 천 달러의 장학금을 주는 것이 보통인데 천 달러의 의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1명 당 만 달러를 준다면 몰라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천 달러의 가치는 예전과 다르다. 천 달러가 없어서 진학을 못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태인 커뮤니티나 중국 사회에서는 기존의 장학 사업을 변경시켜 인맥을 만들어주는 인턴십 사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여름방학동안 2달 정도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 국방성, 국무성, 재무성 등 각 정부 부처에 인턴십을 받게 함으로써 해당 기관의 주요 인물들과 두터운 인맥을 맺게 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회가 본보를 통해 한인 사회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주간미시간이 미시간의 한 대학생을 추천해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 전미 유명 대학에서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가 많아 선정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하지만 아직도 본보와 닿고 있는 인맥을 통해 1년에 1명 정도는 지속적으로 연방 정부 인턴십에 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에 천 달러씩 기부하는 10명의 이사진이 필요하다. 미시간 자체로 후원회를 만들면 1명의 추천권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연방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1명의 우리 자녀들을 DC에 보내 리더십 트레이닝을 받게 한다면 우리는 소수정예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일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다. 유태인들처럼 우리도 숫자는 적지만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에스더처럼 실력 있는 우리 자녀들을 왕궁에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인턴십은 대학교 3,4 학년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 진학생을 위한 기존의 장학 프로그램에 대학생들을 위한 연방 인턴십 프로그램을 함께 연동하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매년 천 달러씩 기부를 해주실 10명의 자원자가 미시간 한인사회에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의 장학 프로그램도 외부 후원사를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외부 후원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를 세일즈 하는 대변인이 필요하다. 홍보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버젓한 영문 웹사이트도 있어서 활동 상황이 꾸준히 기록되어야 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재단이나 기업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대변인이다. 미국도 철저한 인맥사회다. 누구를 찾아가야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후원금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한 맥을 잡지 못하면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꾼을 길러내지 못했다. 40세가 넘는 교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미시간의 한인사회도 50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우리 커뮤니티를 세일즈 할 수 있는 일꾼 하나 길러내지 못했다.

미국 사회 깊숙이 들어가 한인 사회를 위해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사람, 한인사회 안에서만 폼 잡는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알아주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 한인 사회에 관련된 이슈가 있으면 해당 직원을 만나 타협하고 문제점을 풀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미시간 한인사회에서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단 이런 일을 하는 것 만으로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원봉사’라는 말에 대한 환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주고 시간을 쓰게 하지 않으면 커뮤니티 관련 사업은 절대 성장하지 않는다. 프로가 아닌 자원봉사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진취적인 지도자를 기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협함과 시기심 때문이다. 우리는 내가 아닌 남이 스팟 라이트를 받는 것을 절대 참아내지 못한다. 나이가 많으면 나보다 능력이 많은 사람도 내 맘대로 움직이려 한다.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들은 선배가 제한요소(Limiting Factor)라는 것을 알면서도 표현하지 못한다. 그것을 표현하면 괘씸죄에 걸려 사회에서 매장 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후배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선배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가 지배하는 한국적인 문화에서는 창조력이나 상상력이 풍부할 수 없다.

미시간 한인 사회 안에서 내가 만난 훌륭한 인재들이 부지기수다. 너무나 아까운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남북으로 나눠진 한반도, 남남으로 나눠진 남한이 남의 얘기 같지만 미시간의 한인 사회도 수십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나뉘어 있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개성이 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오늘 본 아랍 커뮤니티처럼 대외적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는 한군데로 뭉쳐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못한다.

어쩌면 좋은가? 기자의 눈에 보이는 다른 커뮤니티는 앞으로 쭉쭉 전진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현상유지도 못하고 퇴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Leadership의 부재, followership의 부재, direction의 부재, 없는 것 투성이다. 지도자를 절대 만들지도, 키우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우리 국민성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할 일이 많아 보이지만 하나하나 풀어 나가 보자. 너무나 잘하는 타 커뮤니티의 모델들이 있으니 장점을 카피할 수 있다. 우리도 인재가 많으니 이런 인재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인재들이 모이려면 인재들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 필요하다. 그 그릇은 누구나 존경하는 커다란 인물일 수도 있고 새로운 조직일수도 있다.

다른 커뮤니티는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기업들에게도 가장 파워풀하게 들리는 단어는 ‘상공회의소’이다. 비즈니스 중심의 상공회의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펀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미시간 한인 상공회의소의 기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은 미시간 한인사회 전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주 있었던 아시안 상공인회의소 연례 파티를 가득 메운 기업 후원자들, 오늘 아랍 커뮤니티 장학 수여식에 모인 기업들, 다음 주 목요일 캘디안 커뮤니티 상공회의소 행사에 모일 기업들, 7월 달에 히스패닉 커뮤니티 상공회의소에 운집할 기업 후원자들, 가는 곳마다 흘러넘치는 후원의 물결이 언제나 한인 사회에도 도착할 지 의문이다. 하지만 그 물결은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오지 않는다.

인재와 인맥을 길러 미국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으면 우리 커뮤니티는 자급자족의 피로감에 지쳐 도태할 것이 뻔하다.

미시간 한인사회의 선배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이다.

왼쪽부터 DTE 마케팅 메니저 푸아드 애쉬카, 주 디트로이트 레바논 총영사 Bilal Kabalan, 김택용 기자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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