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학 칼럼: 조기 진단으로 완치가 가능한 자궁경부암

조기 진단으로 완치가 가능한 자궁경부암 —- HPV 백신으로 예방도 가능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박 종섭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고교 동창생이 갑작스러운 전화로 연락을 하여 지방에서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님께서 갑자기 질 출혈이 심하여 생전에 처음으로 병원을 찾아 가셔서 자궁경부암으로 진단을 받고 모시고 오셨으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하였으나 3 년을 고생하시며 돌아 가시었다. 그 분은 평생 병원 출입을 하지 않고 지내신 것을 건강의 상징처럼 자랑으로 여기셨지만, 정작 본인의 자궁 건강에는 소홀히 했던 그녀는 처음으로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 3기로 진단을 받은 것이다.

최근에는 25 세의 미혼 여성이 종양의 직경이 10 cm 이상으로 커져 버린 제 3 기로 진행된 자궁경부암 상태에서 발견되어 3 차례 항암제를 투여하여 종양의 크기를 약간 축소시킨 후에 자궁 및 주위 조직들과 골반 임파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자궁경부암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추후 6 주간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이 여성은 임신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재발의 가능성도 60% 이상되는 예후가 불량한 상태로 예측되어서 부디 완치되어 생명을 보존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추적 관찰하고자 한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유방암에 이어 2번째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전세계 50만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매년 24만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는 질환이다. 국내에는 매년 4천 명 이상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자궁경부 세포 검사의 도입으로 환자수가 과거에 비해 감소 추세에 있지만 상피내암 단계까지 포함할 경우 유방암을 제치고 여성암 발병 1위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나이가 드신 노년층과 35 세 이전의 젊은 여성에서 자궁경부암의 발생이 특히 높은데, 그 이유는 자궁경부암 검진의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과 젊은 여성등의 성 생활의 시작이 과거보다 빨라진 결과로 예측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재직한지 벌써 햇수로 20여 년이 흘렀는데도 여태껏 당당하게 진료실에 들어와 본인의 증상을 이야기하는 환자를 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자궁에 대해 정작 여성들 자신은 놀라우리만치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볼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많은 병원과 의사들이 환자들이 검진받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고, 의료 시설의 발전으로 병원을 정기적으로 찾아오기만 하면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세포검사로 조기에 이상 현상을 발견할 수 있어 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에서 완치가 가능하지만, 산부인과를 방문하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다 자궁을 상실하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궁경부암은 전체 응답자의 33.3%가 가장 두려운 암으로 자궁경부암을 선택하여 유방암,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갑상선 암보다 더 두려운 암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이 빈발하는 30 – 40대 여성 응답자의 3명 중 2명이 자궁경부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본인에게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다고 대답해 우리 나라 여성들의 낮은 자궁 건강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으면 조기에 발견하여 완전한 치료가 가능함에도 정보의 부족과 오해로 인하여 연간 2천명에 가까운 국내 여성들이 사망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자궁경부암과 관련되어 여성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하나 기다리고 있다. 최근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우리나라에서도 판매가 승인되어 자궁경부암이 이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 되어 드디어 우리나라 여성들도 자궁경부암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진 것이다. 비흡연자도 폐암이 생기고, 간염과 관련이 없이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Human Papillomavirus, HPV) 감염이 없이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유는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HPV감염이 자궁경부암 발생의 ‘필수적 원인’이기 때문에 HPV 예방 백신으로 HPV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자궁경부암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을 주사로 예방하는 시대의 도래’라는 의미 때문에 최초의 암예방 백신이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80 개 국가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임상적 사용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은 미래에 가정과 나라를 이끌고 나갈 젊은 여성들을 자궁경부암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여성 자신들의 건강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 있어 매우 커다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세계 최초의 암 예방 백신으로서 의미와 혁신성을 높이 평가하여 2006 년도 Time과 Business Week 잡지에 의해 각각 ‘최고의 발명품’, ‘최고의 생명구조자 (The Best Life Saver)’로 선정된 바 있다.

국가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 권고안에서 백신의 접종 대상 연령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첫 성경험을 갖는, 즉 HPV 감염에 노출되는 나이가 나라마다 또는 문화권 별로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미성년 소녀들의 성경험율에 대한 각국의 최근 발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15세 이하 소녀의 26%, 19세 이하 소녀의 77%가 성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9 세 이하 소녀의 25%가 성경험이 있다고 하여 처음 HPV 감염에 노출되는 연령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접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백신의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 및 추가 접종 필요 여부에 대한 임상 연구가 필요할 것이며, 예방 접종 대상의 선정에 있어서도 나라마다 처음 HPV에 노출되는 연령대와 HPV 예방 백신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기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방 백신의 도입되면 예방 백신의 접종 연령과 가격, 정부의 지원 등에 대해 더욱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HPV 감염과 자궁경부암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이해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 백신을 통한 자궁경부암 예방 노력과 더불어 해외 선진국들의 접종 권고와 지원에 대한 선례를 참고하여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재직하는 동안 의학계뿐만 아니라 생명과학의 큰 이정표가 될만한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어 매우 뿌듯하다. 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도입으로 어린 여학생이 어머니와 손을 잡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할말을 기대해 본다.

“선생님, 저 자궁경부암 예방할래요. 예방주사 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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