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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상습 성폭행 혐의 이재록 목사 15년형 의미

“존경하는 목사님…성령으로 신격화 뒤 성폭행”

올 초부터 우리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미투 폭로’는 정치인·문화예술인 등 유력 사회저명인사들을 법의 심판대로 보냈다. 이 당시부터 ‘개신교 목회자의 성범죄 미투가 시작되면 겉잡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교회에서 미투가 시작됐고, 그중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교회 목사들을 대상으로한 폭로도 제기됐다. 그 중 한 명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그는 ‘그루밍 성범죄’의 악의성으로 인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믿음·복종 악용한 ‘그루밍 성범죄’…신적 존재로 여기게 해 
법원 찾은 100여 명 신도들…反이재록 집회도 함께 열려 

성범죄 계속되는 배경 중 하나 ‘세습’…가부장적 권력강화 
강요되는 용서…주변의 2차 가해로 인해 괴로운 피해자들 

자신의 교회 신도 여러 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록(75)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신도에 대한 성범죄로 1심에서 징역 15을 선고 받았다. <사진출처=이재록 목사 누리집>

 

중형 선고된 당회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지난 11월22일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목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했다.
다만 이 목사의 나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며 보호관찰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어려서부터 만민중앙성결교회에 다니며 피고인을 신적 존재로 여기고 복종하는 것이 천국에 갈 길이라 믿어 지시에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장기간 상습적으로 추행·간음했다”며 “범행이 계획적·비정상적이고, 유사한 방식을 반복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겪은 2차 피해는 이 목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지도자에 대한 배신감에 정신적 충격을 입었고, 피해자들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20대가 평생 지우고 싶은 시간이 된 것에 대해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객관적 사실까지 부인하며 이 사건 교회 ‘회개편지’ 내용 등을 이용해 피해자 사생활까지 들춰내는 등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더 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참작한다”라고 판단했다.

이 목사는 수년에 걸쳐 만민중앙교회 여신도 8명을 40여 차례 성폭행 및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그가 신도 수 13만 명의 대형 교회 지도자로서 지위나 권력, 피해자들의 신앙심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피해자의 진술 등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특정하기 어려운 9건을 제외한 대부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 목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계획적으로 음해·고소한 것이고,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문제 삼지 않던 피해자들 중 하나가 미투 운동을 보고 이를 밝히고 나섰고, 고발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교회의 대응방식에 회의감·죄책감을 느껴 고소했다고 밝힌 경위 등이 자연스럽고 납득할 만하다”며 “수치심이나 비난을 무릅쓰고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의 일부 설교 내용은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으로, 소모임이나 개인적인 교육에서는 직·간접으로 신격화하는 취지로 가르쳤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권능을 행한다고 믿고 성령이나 신적인 존재로 여겼다”며 “피고인의 행위도 성적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의심하는 것은 죄라고 여겨 거부할 생각조차 단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취약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이른바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이 목사가 행사했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목사 측의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범행의 상습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다른 여신도들도 범행 전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1999년 MBC ‘PD수첩’에서 성추문을 폭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려 했음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한 사실 등을 보면 성폭력 범행을 반복하는 습벽이 있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몰려든 신도들 

이처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의 선고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교회 신도 100여 명이 법원으로 몰렸다. 만민교회 신도들은 새벽부터 법원 입구에서 장사진을 쳤다.

이들은 주로 40~60대로 구성됐지만, 20~30대 여성 신도들 10여 명도 방청권을 교부받기 위해 대기했다. 법원 관계자는 “만민교회 신도들이 새벽 3시부터 법원 앞에 몰려와 법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8호 소법정 방청권은 교부 5분 만인 오전 9시35분 모두 동났다. 그러나 방청권을 받지 못한 신도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법원에서 대기했다. 이 목사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자 몇몇 신도들은 울먹이거나 한숨을 쉬면서 법정을 빠져나왔다.

신도 30여 명은 구치소로 향하는 이 목사를 보기 위해 호송차 근처로 이동했다. 이들은 이 목사가 탄 호송차에 대고 손을 흔들며 흐느끼기도 했다.

▲ 만민중앙교회에서는 성범죄 관련 은폐 대책회의도 여는 등 치밀하게 대처했다. <사진출처=JTBC 뉴스 캡처>


그는 이어 “이 목사의 범죄는 그루밍 범죄와는 결이 다르다. 만민 교회에서 이 목사의 존재는 성령, 신앙 그 자체였다”면서 “유아기 때부터 다닌 신도들은 성령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고 재판부가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재판부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2차 피해를 양형부분에 적시한 데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의 변호인을 맡았던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일단 공소장에 기재된 42회에 걸친 범죄 피해사실 중 일부 무죄가 나온 부분은 검사가 항소할 것”이라며 “보강 증거를 확보하는데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밖 거리에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깨우자, 만민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이 목사 엄중처벌 요구 집회’를 벌였다.

‘깨우자 만민사람들’은 만민교회의 신도였다가 나온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로, 이들은 이 목사의 실체를 알고 만민교회를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 소속 A씨는 “나도 만민교회 예능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이재록 목사의 성범죄를 알게 돼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의 죄에 비하면 형량이 적게 나왔다”며 “2심에서는 검사가 구형한 징역 20년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회 성범죄의 원인 

이처럼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개신교 목사들 성범죄 사건의 근본적 배경은 교단 및 교회 내부의 조직적인 은폐·축소, 솜방망이 징계 및 처벌 등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특히 은폐·축소는 세습교회에서 더 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부장적 권력이 강한 조직에서 신격화와 그로 인한 집단주의가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개신교 목사들의 성범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1월6일에는 인천 S교회 청년부 김모 목사의 ‘그루밍 성범죄’를 주장하는 피해자 4명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0대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이 직접 작성한 사례에 따르면 김 목사는 피해자들을 성희롱·성추행하고 강제로 성관계까지 맺었다. 김 목사는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면서 피해자들을 길들였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전문직이 5261명이고 이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가 바로 개신교 목회자였다.

기독교여성상담소의 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도 201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300건 정도에 달한다. 특히 올해 초 국내에서 미투 운동 열풍이 일어난 이후 관련 상담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올해 3월 이후 상담까지 포함하면 400건이 넘는다.

이처럼 교회 성범죄가 계속 발생하는 주된 배경은 일단 ‘세습’ 문제가 꼽힌다. 교회 세습으로 인해 공고해지는 권력 체계가 성범죄 은폐·축소 가능성을 높이는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권력을 이양하면 교회 내 가부장적 권력이 튼튼해질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조직 내 여성의 발언권이나 힘은 약해지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주목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공격을 받게 된다.

인천 S교회 김 목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실상 중 하나는 목사와 목사 편을 드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협박과 회유였다.

김 목사의 아버지는 이 교회 담임 목사다. 피해자 측은 지난 1년 간 김 목사 부자에게 여러 차례 잘못을 뉘우치고 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해 봤지만 그들은 오히려 협박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이날 피해자들을 대신해 발언에 나선 정혜민 브릿지임팩트 목사는 “가장 먼저 나온 얘기가 교회를 먹으려고 하는, 교회를 어지럽히려고 하는 이단이라는 것이었다”면서 “이 외에도 아이들이 꽃뱀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는 교단에서 다른 어른들을 통해 연락이 오거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고소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의 말이 저희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세습교회의 성폭력 문제 중엔 지난해 알려지기 시작한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 사례도 있다. 2013년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긴 김 목사는 신도 100여 명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성락교회 교인들은 지난해부터 집회를 이어오는 중이다.

교계관계자는 “가부장적 성격이 교회 안에 굳건히 자리 잡을 때 여성에 대한 억압은 더 강해진다”면서 “세습교회에선 목회자에 대한 신격화까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를 해도 목회자가 지금 모함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교단의 솜방망이 처벌도 성범죄를 키우는 데 일조한다. 50대 교회 목사가 여성 교인을 성추행해 징역 6개월을 받은 후 교단에서 고작 ‘정직 1년’ 처분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20대인 피해자는 카페 형태의 대안교회를 운영해 온 이 목사의 일을 도와주며 친분을 쌓았는데, 같은 해 말 부모님과 싸운 뒤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어 이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이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강북노회 재판국은 지난 9월 처분 결과에 대해 “실형을 살았다는 점, 초범이라는 점, 자신의 지혜롭지 못한 부분에 대한 후회와 재판 결과에 따른 후유증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요되는 용서 

이처럼 목회자의 성범죄가 월등한 이유는 ‘교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목회자의 말에 순종해야 하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사랑으로 감싸야 하며 이를 들추는 사람들을 되레 따돌리는 행동 들로 인해 잘못된 생각을 한 목회자들에 의한 성범죄 행위가 드러나지 않거나 덮어진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 성추행이 덜 드러난 데에는 일부에서는 실제 행위가 적을 수도 있지만 목회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성경에 나와 있는 ‘용서’에 대한 구절들을 언급해 덮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 내 성차별적인 분위기도 한몫한다.

청소년보호단체 탁틴내일은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주변의 용서하라는 말 때문에 가장 크게 상처받는다. 본인은 아직 용서할 수 없는데, 외부에서 먼저 용서하라고 말하는 건 심각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사건의내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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