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승원 목사의 재미있는 성경상식 (18) : 성경을 기록한 언어는 하나? 둘? 셋?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경은 모두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깊이 공부를 할 기회를 가졌던 사람들은 히브리어와 헬라어 두 고대 언어로 성경이 기록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성경 원문에는 세 가지 다른 말이 사용되었다.

우선 구약 성경의 대부분은 유대인들의 고대 언어였던 히브리어로 되어 있다. 그러나 솔로몬 이후 남북으로 분열된 두 왕국이 지속되다가 주전 722년 북 왕국 이스라엘이 앗시리아(앗수르)에 의해 분해되고 주전 586(7)년 남 왕국 유다가 신바빌로니아 제국(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는 역사를 거치면서 팔레스타인의 주 언어는 페르시아, 신바빌로니아 등 주변 강국에서 사용하던 아람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다니엘 2:4b-7:28은 다른 부분과 달리 예외적으로 아람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아람어가 예수님 당시 유대 땅에서도 계속 공용어 구실을 했다는 사실은 복음서에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전승된 ‘달리다굼’(막 5:41)이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막 15:34) 같은 문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생생한 고난의 현장 묘사로 대 성공을 거둔 멜 깁슨의 영화 The Passion of Christ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영어로 자막 처리를 하면서 고대 아람어로 상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신약성경이 아람어로 쓰인 것은 아니다. 신약성경이 기록된 때는 정치적으로는 로마가 지배하지만 문화적으로 헬라가 앞섰던 그레코-로마 시대였다(오늘날 올림픽 경기 중 레슬링에 아직도 그레코-로마 형이 한 종목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 용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유대 땅인 팔레스타인보다는 헬레니즘의 큰 문화권 안에 있던 비 유대 세계에서 번성했기 때문에 마태복음에서 시작하여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신약성경은 100 퍼센트 헬라어로 기록이 되었다.

인간 역사의 차원에서 보자면, 성경은 지금부터 약 3400년 전에 시작하여 주후 1세기 말에 완성된 책이다. 대략 1500년 정도 걸려서 탈고(脫稿)가 되었다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기간이라면 사용되는 주 언어가 두어 번 바뀌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http://www.kpcmd.org/KPCMD2.0/bbs/board.php?bo_table=Pastor_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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