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선명 목사의 성경 이야기 – 2

창조 – 하나님의 선택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장 1절. 성경의 첫 구절인 이 말씀은, 진화론만이 과학적이라고 믿는 시대풍조에 대해, 세상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말하는 유신론적 기독교적 대안으로 흔히 인용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화론 같은 것을 염두에 둔 적이 없는 시대와 문화에서 선포된 이 말씀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 라고 말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어떤 인과과정이나 강요된 필연성이 없이, 전능하고 자족하신 하나님께서 스스로 세계를 창조하시기로 선택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창조의 6일간, 그날분의 창조작업이 끝나면 하나님께서 “좋다!” 라고 만족감을 표시하셨습니다. “좋다”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도덕성, 좋은 품질, 그리고 미 (아름다움) 에 두루 사용됩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애써 마친 작품을 바라보며 흡족해하는 예술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예술가가 예술 자체에서 희열을 찾듯이, 천지창조는 하나님이 즐거워서 하신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진리입니다. 모든 물질세계와 인간의 창조가 하나님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해 이루어진 것을 알 때, 우리는 인간 중심으로만 역사와 자연을 바라보는 오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창조작업의 마지막 날 마지막 작품이 인간이었고, 작업을 마치신 하나님의 즐거움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냥 “좋군” 이 아니고 “정말 아름답구나,” “ 내가 봐도 걸작이야!” 라는 탄성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작업의 완성을 선포하시고 흡족해 하시면서 일곱째 날 쉬셨습니다. 창세기를 지나 성경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하나님께서 인간의 창조를 자랑스러워하신 것, 창조된 상태에서 인간은 아름다운 걸작품이요 존귀한 존재였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창세기 2:4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에 …” 하면서 창조의 이야기가 재개됩니다. 비평적 성경분석의 단골메뉴 중 하나가 바로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기록간에 모순이 있다 .. 저마다 다른 신학을 가진 저자들이 쓴 다른 버전의 창조설화들을 어설프게 편집하면서 생겨난 불일치이다… 라는 주장입니다. 물론 성경이 “단순한”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허접한 책은 더더욱 아닙니다. 얼핏 혼돈스러운 문제들도 깊이 보면 답이 나오고, 말씀마다 짝이 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책이 성경입니다. 창세기 1장과 2장은 총론과 각론의 관계에 있습니다. 1장에서 우주전체의 창조를 그린 뒤에, 2장은 창조의 하일라이트인 사람에 관해 자세히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른 피조물들과 달리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신 고귀한 존재입니다 (1:27) 그래서 사람에게는 자연세계를 사용하고 다스리는 통치권 (dominion) 이 부여되었습니다 (1:28-31). 물리적 생리적 측면에서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그처럼 특별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에게 우주의 통치권이 주어진 유일한 이유는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피조물들은 하나님께서 그저 “생겨나라!” 라고 말씀만 하심으로 존재하게 되었지만, 인류의 첫 커플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을 따라, 당신의 손으로 빚으셨다 했고, 흙으로 빚어진 물질적 존재에 다시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심으로 영적 존재 (living soul) 가 되었다고 성경은 묘사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사람됨 속에 하나님의 신성이 반영되어 있고, 사람은 하나님과 사귐을 갖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 역시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에 의한 결정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광대하고 신비한 우주보다도 우리 인간을 더 공들여 만드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누추한 인간현실에 던져져 있지만, 인간은 하나님께서 “와우 너무 멋지군” 하며 감탄하신 그런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쓰시기 좋은 도구나 비품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성을 나누어주시고 당신과 사귐을 갖는 인격적 존재를 창.조. 하시기로 정한 하나님의 선택. 그 선택이 내포하는 가능성들이 무엇인지, 결국 그 가능성들이 하나님께서 사람과 더불어 펼쳐가시는 우주적 드라마에서 어떤 현실로 펼쳐질지 창세기의 다음 자락을 기대해 봅니다.

유선명 (smlyu2000@gmail.com ) / 앤아버한인장로교회 ( www.kpcaa.us )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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