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분의 마음, 그분의 사랑을 전달하시려 보내오신 편지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전령들이 동원되었지만, 그 속에 담긴 멧세지는 깊으면서도 명쾌합니다. 이 지면을 통해 무궁무진한 성경의 세계를 돌아보면서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이야기를 또렷이 듣는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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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이야기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라는 질문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갖는 질문이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철학, 과학, 신화, 종교 등 이런저런 이름으로 저마다 대답을 내 놓았습니다. 우리가 헛웃음을 짓게 하는 “미개한” 것으로부터 나름 배웠다는 이들에게도 두통이 생기게 하는 “심오한” 것까지 그들은 참 다양해 보입니다. 성경도 이 질문에 대답을 줍니다. 그 대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바로 성경의 첫 책 창세기의 시작인 1장 1절일 것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성경은 단순하다 못해 투박하게 들리는 이 문장으로 세계의 기원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창세기의 이 선언은 세상의 기원과 본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다른 (other) 것들과는 전혀 다른 (different) 관점을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의 상상과 유추로 지어낼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창조이야기에 담긴 전제들과 논리구성을 알면 성경을 이해하는 해석의 열쇠를 얻게 되고, 성경에 흐르고 있는 사람의 독틈함과 약점, 첫 인간부부 이래 재현되는 인간본질의 전수와 그 극복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됩니다.
성경의 창조이야기는 우주창조를 큰 그림으로 보여주는 “7일간 우주 창조기사”와 인간에게 집중해서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간의 시초 이야기” 이렇게 두 측면으로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7일간 창조기사는 엿새간의 창조와 일곱쨰 날의 안식으로 다시 나누어집니다. 주목할 것은 만물을 지으신 창조사건 자체도 엿새간의 “제작작업” 만으로 그 의미가 드러나지 않고, 창조와 안식을 한덩어리로 한 연속체 속에서 들여다 볼때만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7일간 창조기사”를 아래와 같은 도표로 정리해 봅니다 (창세기 1:1-2:3)
| 1일 빛 | 4일 천체 |
| 2일 물과 궁창 | 5일 물고기와 새 |
| 3일 땅과 식물 | 6일 동물과 사람 |
| 7일 하나님과 사람의 안식 | |
창조의 기록은 세계의 질서와 조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7일간의 창조 이전 상태를 성경은 “무” 절대적 무존재라 부르지 않고, “땅이 혼돈하고 공허했다,” 그리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 라고 묘사합니다. 그래서 빛과 어둠을 가르고, 바다와 육지를 나누고, 밤과 낮을 구별해 리듬을 만드시는 “구분과 조직화”가 하나님의 창조행위의 주제가 됩니다. 바로 창조의 첫 3일이 우주의 질서를 구축하고, 영역들을 설정하는 작업에 쓰였습니다 (도표 왼쪽 칼럼 1-2-3일). 그리고 나서 그 영역에 거주하고 그 혜택을 누릴 거주자가 만들어져 살게 됩니다 (도표 오른쪽 칼럼 4-5-6일). 첫날은 빛을 지으셔서 에너지가 존재하는 영역을 만드시고, 넷째 날엔 천체들을 그 주민으로 배치합니다. 하늘의 창조도 원천적 상태인 “물” 가운데 궁창이 생겨나게 하셔서 물을 위쪽 물과 아래쪽 물로 나누신 행위에서 시작됩니다. 물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하심으로 땅이 드러나 우리가 이해하는 대지, 대륙이 됩니다. 하늘도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액티브하게 하나님이 준비하셔서 주민을 두시는 (창조 5일째 새를 만드셔서 하늘을 날게 하심) “영역”입니다. 영어로 void 와 domain 의 차이와 비슷하게 보시면 됩니다.
현대 천체물리학의 모델링에 따르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중력으로 뭉쳐진 거대한 수소덩어리들로, 내부 핵반응을 통해 빛과 열을 생성합니다. 즉 별들은 우주의 전자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귀중한 소스들이 됩니다. 그런데 성경의 창조기사에서 천체는 하나님께서 빛을 채우신 공간에 들어와 사는 세입자에 불과합니다. 구약성경이 현대물리학을 거부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별들이 빛을 “생성한다” 라는 이해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것이지만, 우주에 질서와 조화를 창조하고, 에너지가 존재하고 물리법칙이 작동하는 것이 조화로운 영역cosmos 를 만드신 뒤, 그곳에 천체들이 머무르고 활동하게 하신 하나님의 주권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계속)
유선명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