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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끊임없이 혁신하라 그리고 포용하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미시간 대학 강연에서

[앤아버=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학생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인턴쉽, After You, 파란학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2017년 6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은 그가 총장직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면서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가 2018년 12월 장관직을 떠나며 남긴 이임사도 인상적이다. 그는 이임사에서 상상력과 용기를 강조했다. “가치와 철학이 었어야 한다”고 권하고 “실력에서 나오는 자기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용기다. 고난아래서의 기품을 지키자”고 덧붙였다. 그는 “왜 공무원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었다.

김동연 전 경제 부총리가 6일 미시간 대학에서 남한국학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6일 미시간 대학교 캠퍼스에서 남한국학연구소가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 정책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동연 전 부총리는 유학생 시절 앤아버에서 겪었던 신선한 충격에 대해 언급했다. 플리머쓰 로드에 있는 크로거에서 장을 본 그는 $9.9짜리 물건이 두번 촤지가 된 것을 발견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가 설명을 했더니 아무런 댓구없이 그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었다는 점에 그는 놀랐다.

이렇게 상호 신뢰가 조성된 사회적 자본을 Social Capital의 좋은 예로 설명한 그는 “사회적인 신뢰가 형성되면 사회적 거래비용이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차관 시절 그는 통합 처분을 기다리는 시골학교를 찾아 갔다. 의전의 번거러움을 피하기 위해 몰래 방문했다. 전교 학생이 21명에 불과했는데 모든 학생들에게 각각 다른 책을 선물로 주었더니 그것에 감동한 학생들이 울고 선생님들도 울었다. 이 경험은 그가 부총리 시절 방문했던 그 어느 곳보다 인상적으로 그의 뇌리에 남아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은 모두에게 희망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의 그의 주관이다. 공평하고 공정한 교육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제공되어야 신분 상승을 위한 이동사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툴이라면 교육은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런 이동 사다리가 한 국가를 강대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BC216년 칸나이 전투에서 5만의 로마군이 카르타고를 무찌르기 위해 알프스를 넘다가 거의 2만 5천의 병사들이 죽는다. 하지만 결국 로마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로마가 계층 이동을 인정하는 제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예로 10년이 지나면 해방이 될 수 있었다. 로마는 순혈주의를 버리고 포용주의를 선택했다. 그것이 로마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수탈을 하는 국가는 실패하고 포용을 하는 국가는 성공한다는 것이다.

김동연 전 부총이라 꿈구는 국가는 ‘구멍뒤주’가 있는 나라다. 누구든 돕고 싶은 사람은 뒤주에 쌀을 붓고, 누구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손을 넣어 집히는 만큼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놓은 뒤주가 시스템적으로 있는 국가말이다. 그리고 누가 넣었는지, 누가 꺼내갔는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배려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돈, 재능기부 또는 조언까지도 나눌 수 있는 사회 말이다.

대한민국에 구멍뒤주가 필요한 것은 한국은 소득에 비해 삶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낮은 출산율과 세계 1위의 자살율, OECD의 4배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이 이를 대변한다.

이념과 진영논리의 갈등에 사로잡혀있는 한국, 여야의 무분변한 대립속에 철학과 가치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한국에는 정치리더는 있지만 정치 리더십은 없다. 비판은 있지만 대안은 없다. 구호는 있지만 실천은 없다. 정쟁은 있지만 민생은 없다. 하지만 결핍은 혁신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지금이 가치와 비전을 갖고 사회적 타협을 통해 정치의 틀을 바꿀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문제의 실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8분 19초가 걸린다. 그렇다면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의 빛은 8분 19초 전의 것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는 실체와 얼마나 떨어져있는 것일까? SKY 캐슬은 어느 별에서 온 빛인가? 어떤 신기루일까?”, 김동연 전 부총리가 던지는 질문들이다.

정약용은 그가 쓴 경세유표에서 ‘(이 나라는)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고 나서야 그칠 것이다. 그러하니 어찌 충신지사가 팔짱을 끼고 방관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통탄했다. 이 책이 쓰여진 후 70년이 지나 조선을 망했다. 대한민국도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틀을 깨라고 그는 충고한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이 날 강연회에 참석한 모든 청중에게 자신이 집필한 저서 ‘있는 자리 흘트리기: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을 선물하면서 건네고 싶었전 메시지는 끝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한 도전과 사회 기여에 대한 열망일 것이다.

그는 후배 학생들에게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 다른 분야도 공부하고 시야를 넓혀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경험을 반드시 쌓아야 한다. 공부하는데 아무리 바뻐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알을 깨고 나오라는 뜻이다. 그것이 그가 아주대 총장시절 주도했던 파란(破卵:알을 깨다) 학기의 근본 목적이었다. 파란학기제라는 이름의 이 아이디어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위주로 과목을 만들는 것이었다. 첫 학기에 60개의 새로운 과목이 만들어 졌다. 그는 학사모를 쓴 붕어빵이 콘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듯 만들어지는 현 시스템을 깨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콘베이어벨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서울대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강연은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청중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건네주었다.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유학생들에게 대한민국과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뜨거운 가슴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1896년 아테네 1회 올림픽에서 미국의 100미터 육상 선수 토마스 버커가 처음으로 웅크린 자세로 출발해 우승을 차지했듯이 기존의 방식과 관념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그가 어떻게 청계천 판자촌에서 소년 가장으로 자라면서 경제 부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스스로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 가는 곳마다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 김동연이 남이 보는대로 보지 않고, 낯선 길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세상은 끊임없이 성을 허무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생 시절, 사회적 가치를 목격하고 고민하게 했던 앤아버로 다시 돌아온 그는 미시간대학 정책학과에서 충전을 시간을 갖고 있다. 자신의 사무실과 남한국학 연구소에 따로 시간을 내어 오피스 아우어를 만들고 학생들과의 대화의 창을 열어 놓은 그는 이 충전의 시간을 지내고 또다른 기여의 방법을 찾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그가 미시간의 겨울을 보내고 어떤 알에서 다시 깨어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강연회에서 다양한 질문에 답하고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친서로 싸인한 책을 증정했다.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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