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문화회관의 바로서기 몸부림

– 유화 팔아 문화회관 도울래요
– 그림보다 아름다운 마음들
깔끔한 문화회관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는 김영호 이사장

[싸우스필드=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오랜만에 문화회관을 찾았다. 언젠가부터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한 문화회관이 새 모습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영호 이사장을 만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혼란스런 시간을 보냈다는 그지만 문화회관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남달라보였다.

2년 만에 찾은 문화회관은 많이 깔끔해져 있었다. 녹록치 않은 살림에 많은 사람들의 자원의 손길이 쉽게 짐작되었다. 기금모금 행사를 통해 조성된 펀드로 히팅과 쿨링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유리창을 이중창으로 바꿔 난방비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전기 기술자 불러 전기 수리를 마쳤다. 김 이사장은 틈만 나면 문화회관에 나와 잡초도 뽑았다. 이제 물이 새는 지붕을 수리하고 페인팅을 마치면 더욱 쾌적한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관에 들어서니 유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영호 이사장은 28년간 유화를 가르쳐온 티모씨 와이드너씨를 초청해 유화 클래스를 개설했었다. 14명의 회원들이 6주 동안 유화를 배우는데 푹 빠졌다. 그 중 전영자씨는 “유화를 배우면서 평온함을 얻을 수 있었고 캔버스 앞에 앉으면 모든 걱정을 잊어버렸다. 마치 심리 치료를 받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회원들의 열정에 감탄한 와이드너씨는 시간을 연장해 가며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핵심 기법만 짚어가며 속성 코스로 가르치다보니 6주 만에 걸출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놓으니 근사해 보인다. 서너 발자국 물러나서 그림은 감상하노라니 수업 받던 모습들이 상상된다. 초년 화가들은 한인들끼리 모여 그림을 배우다보니 제2의 학창시절을 보낸 것 같아 즐거웠다. 함께 참여했던 김아진 씨는 허름하지만 문화회관이 있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그린 유화를 판매해서 생긴 수익금을 문화회관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이들의 마음이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워 보였다.

전영자 씨(좌)가 그린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김영호 이사장(우)과 유화 클래스 회원들이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영호 이사장은 미시간의 청소년들과 노인들이 문화회관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우리 건물이니까 적극 활용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그동안 무관심했던 마음이 미안해졌다. 김영호 이사장이 살림을 직접 챙기면서 문화회관의 재정 상태도 좋아졌다. 모든 필요한 수리를 마치고도 돈이 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회관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소문만 나면 후원금을 내주는 독지가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문화회관이 미시간 한인 커뮤니티에 꼭 필요하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고민이다. 이런 질문은 문화회관 건립을 추진할 때부터 나온 얘기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고 위치가 부적당하다는 말도 도 있었다. 한인사회에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무르익기 전에 구입이 결정되어 후원의 폭을 확대시키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고 몇 가정 살지도 않는 싸우스필드에 세운 것이 이용도를 낮춘 결과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건물을 구입해서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기금이었으면 한인사회를 위한 건설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편이 나았다는 비판도 있다. 밑빠진 독에 물 붇기 식으로 계속 들어가는 관리비와 매달 찾아오는 몰기지때문에 허덕이는 것도 한두 해가 아니다 보니 모두가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 문화회관만이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문화회관이라고 해서 문화적인 이벤트만 기획할 것이 아니라 이민사회 동포들의 생활과 보다 밀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지금도 동포들의 편의를 위해 시카고 총영사관이 주최하는 민원 업무가 문화회관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문화회관의 존재가 가장 고마운 때이다. 문화회관이 이민 사회의 각종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이용자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한인사회 내부적인 후원에서 벗어나 미국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모색하는 건 어떨까? 문화회관이 지역 사회와 한인 이민자들에게 주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면 이를 이용한 그랜트 신청도 가능할 텐데…

일단 문화회관의 존재 목적이 동포들의 관심과 통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회관이 문제 단체라는 오명도 씻어야 한다. 회관이 사유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동포사회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리더십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임자의 개인적인 편견이나 아집에 의해 편향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회장감이 없다고 해서 아무나 회장을 시키면 그때부터 내리막길이다. 회장감이 없으면 아예 안 뽑는 것이 좋다. 그러면 더 이상 망가지지는 않는다. 이민 사회단체들이 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지도자가 되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때문이다. 원칙이 있는 운영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또 그런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문화회관이 똑바로 서기 위해 꿈틀거리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수만 불 아니 수십 만 불씩 개인 돈을 기부하며 문화회관을 지키려는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희생을 하는 걸까? 한국의 문화를 미국 사회에 홍보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정신이 없는 대다수의 한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가치가 없어서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생활 반경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억지로 찾아 가줘야 하는 문화회관이 되면 오래가지 못한다. 내 생활과 밀접하고 꼭 필요한 문화회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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