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편집인 브리핑] 숨지 말자… 도망치지 말자…

– 욕을 먹더라도 주인의 도리는 하자

1919년 3월 1일, 파고다 공원에는 5천 여명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그들은 3.1운동을 기획한 민족 대표 33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민족 대표 33인은 이완용의 별장이었다가 요정으로 바뀐 태화관에 모여 있다가 파고다 공원에 있던 시민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 운동을 시작하자 일본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을 체포해 가라고 자수했습니다.

파고다 공원에 모여 있던 학생들과 시민들은 지도자도 없이 만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행진을 막기위해 일본군은 총을 쏘기 시작했고 3개월동안 벌어진 만세운동에서 7,500 명이 사망하고 15,000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5만명이 투옥되었습니다.

33인 중에서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한 사람은 불교를 대표한 한용운만이었고, 33인 대다수가 일본 경찰의 요구대로 일종의 반성문 성격의 해명서를 쓰고 풀려났고, 선언문을 작성한 최남선을 비롯하여 최린, 정춘수,박희도 등은 친일파로 변절했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구본창이 집필한 ‘패자의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33인의 민족 지도자들은 왜 그 날 파고다 공원에 나오지 않은 걸까? 그들을 믿고 목숨을 바치며 만세운동을 벌인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그들은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직접 물어 볼 수 없으니 추측을 해본다면 이렇습니다. 그들은 잃을 것이 많았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입니다. 이들은 불편한 상황이 싫었을 겁니다. 가지고 있는 체면을 손상시키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은 나라를 바꾸지 못합니다. 개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들지 못했습니다. 바꾸어야 할 것이 보이는데도 그들은 나서지 못했습니다. 갖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비굴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이와같은 사람들은 보수라는 이름을 쓰고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 자신의 비겁함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정의를 성취하려는 싸움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그 결과는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개혁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잣대는 내려 놓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잃을 것이 없는 민초들의 투쟁을 쉽게 폄하하기도 합니다.

98년 그리고 5개월 12일이 지난 2017년 8월 13일 디트로이트 한인사회에도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디트로이트 한인회가 두동강이가 났고 두 한인회가 같은 장소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한다고 공고를 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하던 몇몇 교회들은 “올해는 분쟁이 있으니 참가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교회는 중립을 지켜야 하니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다”는 거룩하게 들리는 핑계를 대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매우 비겁한 행동이었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불편한 자리였기 때문에 더 참석했어야 했습니다. 그 분들이 참석해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원동력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세상에 나아가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광복절 행사는 성경공부때마다 귀가 아프도록 가르쳐오고 배워온 신앙인의 역할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것을 놓치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분쟁이 있는 곳에 더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점잖은 자리만 찾을 게 아니라 지도력이 필요한 힘들고 어려운 자리가 있다면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하나님이 가르쳐준 메시지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비행기타고 먼 나라로 선교여행도 가는데 30분만 운전하여 워렌에 있는 Halmich 파크에 오면 선교지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아쉽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디트로이트 한인 사회의 분쟁이 남의 동네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가 사는 우리 동네의 문제인데 어찌 그렇게 방관자처럼 몰라라 하는 것인지. 동네에 불이 났는데 불똥이 나에게 튈까봐 두려워 다른 사람이 다 꺼줄때만 기다리시는 건 아닌지. 집에 불이 났으면 주인이 꺼야 하는거 아닙니까? 불을 끄지 않고 구경만 한다면 여러분은 이 동네의 주인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앞으론 세상에 나가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커뮤니티에 나아가 등불이 되라는 말씀도 말아주십시오.

만약에 지금이 일제치하이고 내일 3.1절 만세운동을 한다면 우리 동네 지도자들 중에 몇명이나 파고다 공원에 나오실지 의문입니다.

이번주 편집인 브리핑이었습니다.

주간미시간 편집인 김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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