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속 쓰린 이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현대·기아차그룹이 급발진, 대규모 리콜, 누수 차량 논란에 갇히면서 정몽구 회장의 지론이었던 ‘품질경영’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최근 그룹 계열사의 물량 밀어내기 조사까지 겹치면서 이내 앓고 있는 처지가 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연비 과장 논란을 겪었으며 올해 4월 브레이크 스위치 결함으로 미국에서만 200여만 대에 가까운 차량을 리콜했다. 최근에는 브레이크 오일 관련 제네시스 리콜을 미국과 국내에서 실시했으며 싼타페의 경우 누수문제가 발생해 ‘水타페’로 불리는 등 현대차에 대한 품질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최근 그룹 계열사가 부품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를 한 혐의가 포착돼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는 등 악재에 악재를 거듭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해외 생산현장을 방문해 ‘품질경영’을 적극 독려하며 그룹의 이미지 쇄신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편집자 주>

 

水타페, 대규모 리콜, 홈페이지 댓글 굴욕까지 ‘찬물’
‘악재에 악재’ 쇄신 위한 ‘인사 정책’…‘문책성 인사?’
정몽구의 지론이었던 ‘품질경영’ 흠집…“사실상 실패?”

현대차의 최고 가치로 거론된 바 있던 ‘품질경영’이 흠집을 입었다. 싼타페와 관련해 이른바 ‘수(水)타페’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바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형 악재인 제품결함에 따른 리콜사태 등 현대차그룹의 품질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품질경영에 찬물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브레이크, 에어백 결함 등으로 미국에서만 13개 차종 187만 대를 리콜한 데 이어 8월에는 서스펜션 부식으로 쏘나타와 그랜저 24만 대를 리콜했다. 브레이크등 스위치 결함으로 리콜된 차량은 엘란트라를 비롯한 현대차 7종과 기아차 6종이었다. 브레이크등 스위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이를 인식해 후미의 스톱 램프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국 안전 당국은 브레이크등 스위치 불량으로 운전자가 페달을 밟아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거나, 푸시-버튼 스타트 등의 오작동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차로서는 부품 내구성과 품질을 지적당했다.

또한 주력 차량 중 하나인 싼타페에서는 일부 차량에서 빗물이 새는 결함으로 이른바 ‘수타페’ 논란을 치르기도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싼타페는 뒷부분의 리어스포일러와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의 패널 이음부의 실리콘 패킹 처리 미흡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일부 차량이지만 실내로 빗물이 샌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어서 충격이 컸다. 싼타페 구매 고객 일부가 누수 결함을 호소하자 무상수리는 물론 2차적으로 공식사과까지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는데, 당시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주), 기아자동차(주), 한국도요타자동차(주)에서 제작·수입 판매한 자동차에서 ‘브레이크 스위치 접촉 불량’으로 시동 불량과 제동등 점등 불량을 유발할 가능성 등 결함이 발견되어 총 66만3829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브레이크 문제로 제네시스 2만여 대가 리콜됐다. 특히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앞두고 현대차가 공식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제네시스 4행시 이벤트’에서는 품질 논란을 비꼬는 듯 한 댓글이 달려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렇듯 잇따른 리콜과 품질문제, 심지어 굴욕까지 겪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선택한 방법은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정책’이었다. 권문식 현대·기아자동차의 연구개발(R&D)본부장이 지금껏 거론돼 왔던 품질문제로 물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권문식 사장과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전무)이 품질 현안에 대한 악재가 거듭되자 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룹은 이를 수리했다. 권 사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코와 현대오트론 사장을 역임한 후 작년 10월 R&D본부장으로 발탁됐다.

그룹 측은 이번 인사 조치가 쇄신차원의 인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R&D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설명을 내비쳤다. 특히 “당사자들이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권 본부장이 R&D본부 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물러난 것은 최근 미국 등에서의 대규모 리콜사태에다 국내에서 불거진 싼타페 누수현상 등 품질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연말 정기인사를 코앞에 두고 R&D 사장과 부사장 등의 인사를 단행한 것에 재계 일각에선 ‘표면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인사가 올해 말 정기인사에도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하락까지

정몽구 회장의 시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품질논란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현대차의 내수점유율이 하락한 반면 수입차시장은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위기가 쉽사리 없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차는 지난 10월 내수시장에서 총 12만4751대의 신차를 판매했다. 이중 현대차는 지난달 대비 6.4% 감소한 5만7553대를 팔아 내수부진으로 고전했다. 형제사인 기아차 역시 3.9% 줄어든 3만9000대 판매에 그쳤다. 반면 한국GM은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보여 올해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고, 르노삼성도 10월 내수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14.4%가 증가해 눈에 띄는 실적을 나타냈다. 쌍용차 또한 판매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48.2% 증가, 7년만에 최대 실적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아직 타 회사보다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등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점유율을 감안할 때 부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는 최근 현대차의 누수현상과 리콜 등 꾸준히 제기된 품질 논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급발진, 대규모 리콜, 누수 차량 논란, 댓글 굴욕에다 실적 하락까지 겪는 상황에 이른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것은 물론 그간 ‘품질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정몽구 회장의 경영 방침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제공: 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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