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봄: 황금의 시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연두색의 여린 잎들이 피어나기 전에 금빛에 가까운 잎눈들이 긴 기지개를 펴며 세상으로 나올 때이면, 학생들에게 즐겨가르치고, 14살된 딸아이에게도 애써 가르치고 암송하라고 압력도 넣어보고하는 애송시가 있습니다. 미국의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영국의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 [1770-1850])와 같이 자연을 노래한 시가 많아 자연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뉴잉글랜드 출신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가 1923년에 쓴 시입니다. “Nothing Gold Can Stay”란 제목으로 쓰여진 시인데 유치하리만큼 단순해 보이지만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시라 생각되어 봄의 모퉁이에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시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Nature’s first green is gold,
Her hardest hue to hold.
Her early leaf’s a flower;
But only so an hour.
Then leaf subsides to leaf.
So Eden sank to grief,
So dawn goes down to day.
Nothing gold can stay.

자연의 첫 초록 빛은 황금(색)이지요.
가장 간직하기 어려운 색깔이고요.
자연의 여린잎은 꽃이지요.
하지만 한 시간 뿐이예요.
그리고나면 잎은 잎으로 내려앉지요.
이렇듯 에덴동산은 슬픔으로 가라앉고
이렇듯 새벽은 낮으로 가라앉지요.
황금(색)은 영원하지 않아요.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번역을 해 보았습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있듯이 원문의 재치있는 문학성과 심오한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번역을 통하여 새로움에 접근하게 되는 것도 우리 삶의 즐거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이 시는 8행과 약 40단어로 이루어진 매우 짧은 시이고 단어들도 대부분 한음절로 된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또 보다시피 각각의 行(행)의 마지막 음이 韻(운)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gold” (골드)와 “hold” (홀드)가 운을 이루고, “flower” (플라우어)와 “hour” (아우어)가 운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듬이나 운이 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임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시의 구조에 대해서 구차하게 언급한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시인은 한 단어 한 단어에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럼 시적 구조는 그렇다치고 프로스트는 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요?

이 시의 초반부에서 프로스트는 봄철에 나무들이 푸른 연두색 잎을 내기전 드러내는 맺힌 잎/꽃망울들의 황금빛에, 그리고 여린 잎눈/잎망울들은 꽃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씀으로써 겨울의 차가움을 뚫고 나온 이들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스트는 이런 자연의 신비스런 아름다움에 그의 시선을 고착시키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계절은 변한다고 하는 진리 속에서 봄의 아름다움을 보고 있습니다. 초봄의 아름다운 순간 (또는 황금의 순간)은 “한 시간”이라 부를 만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의 후반부에서는, 황금빛으로부터 떨어진 (또는 추락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른 봄의 꽃망울은 잎으로 변하고, 봄의 잎은 가을의 낙엽으로 변해 떨어집니다.

계절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유토피아 에덴동산의 행복은 잠시 뿐, 선조의 타락으로, 고통과 슬픔은 인간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루의 시간의 변화를 통하여, 새벽은 변하여 낮이 되고 또 밤으로 변해가는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프로스트는 어떤 황금(빛)도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감지하셨겠지만, 프로스트는 여기서 “gold” (황금[빛])를 자연의 색깔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Gold란 사람들이 최고라고, 가장 아름답다고,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상징합니다. 봄, 새벽, 그리고 에덴동산은 너무나 귀한 순간 (the golden moment)들이지만 이 모두가 결국에는 변한고 만다는 것입니다. 낮은 밤이되고, 봄은 추운 겨울로 이어지고, 실록들은 변하여 낙엽이 되어 떨어져 결국에는 썩고야 마는 거지요. 우리의 젊음도 변하여 늙게되고 결국에는 죽음으로 이어지게 되겠지요. 프로스트의 시가 봄을 노래하면서도 우울한 색조 (melancholic tone)를 띄는 이유는 우리에게 봄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면서 동시에 가을의 낙옆과 저녁을 보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황금의 순간들 (the golden moment)은 항상 변하기에, 머지않아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기에, 오늘 우리가 간직하고 또 남과 함께 나누는 순간순간들이 더없이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느끼는 봄의 햇살이 더 귀하고, 겨울을 뚫고 새생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선화가 더 아름답고, Kensington Park의 어린 백조들이 더 귀엽게 느껴지고, 내 옆의 아내가 그리고자식이 더 사랑스럽고, 나의 이웃들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머지않아 우리에게서 멀어질 봄이기에 더 박차고 나가 달리고 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프로스트처럼 영어권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로드 테니슨 (Alfred, Lord Tennyson [1809-1892])이 그의 유명한 “Ulysses” (율리시즈)라는 시의 마지막에서 노래하고 있듯이, 세월과 운명에 의해 우리 몸이 예전과 같이 않다고 하더라고 강한 의지의 힘으로 끊임없이 “분투하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하지 않는”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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