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승원 목사의 재미있는 성경상식 (21) : 서머타임제가 필요 없었던 그때

얼마 전 일광절약 시간이 해제되었다. 이른바 서머타임이라는 일광시간 절약제가 적용되는 때는 낮이 길어진 느낌을 확연하게 갖는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점심 때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낮이 대략 10시간 정도 되던 것이 여름이면 13-14시간이 된다. 하지만 신약성서 시대에는 여름이 되어도 낮 시간이 그대로 12시간이었다. 우주의 물리 법칙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말일까? 예수께서도 “낮이 열두 시가 아니냐?”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요 11:9).

물론 당시 그리스-로마 시대의 시각 측정법이 오늘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나면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밤 시간은 세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밤을 세 시점 정도로 대충 구분했다. 우리 동양인들이 그랬듯이 1경, 2경, 3경으로 구분하면 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활동을 하는 낮은 무조건 열 두 시간으로 나누어서 해 뜨는 때가 제 1시, 해 지는 때가 12시가 되게 했다.

그래서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던 9시(막 15:34)는 오늘날의 오후 3시 무렵이었고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길러 왔던 제 6시쯤이라 함은(요 4:6)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정오를 뜻했다. 오순절에 성령 강림과 함께 술이 취했다는 오해를 받았던 때가 3시라고 했으니 요즘 시간으로 환산하면 오전 9시 경이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아니고야 그 시간에 집단적으로 술이 취해 해롱댈 리가 없다는 것이 베드로의 발언 요지이다(행 2:15).

낮 시간을 이렇게 나누다 보니 12월에는 한 시간이 우리의 45분이 되고 6월에는 한 시간이 우리의 75분이 되고 만다. 낮의 한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한 셈이다. 정확한 시간관념에 중독 된(?) 우리로서는 우습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무조건 낮의 길이가 12 시간이었던 그때는 요즘의 서머타임과 같은 제도의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http://www.kpcmd.org/KPCMD2.0/bbs/board.php?bo_table=Pastor_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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