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 족보, 새 시작 (2)

창세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한가지 열쇠는 창세기에 나오는 10개의 족보를 (히브리어로 “톨레돗”) 살피는 것입니다. 히브리어로 톨레돗이란 단어는 후손을 낳는다는 동사와 같은 어근을 가지며 “족보” 혹은 “기원담 origin account” 을 뜻합니다. 그래서 창 2:4-4:26 은 우주의 족보, 5:1-6:8 은 아담의 족보, 6:9-9:29 은 노아의 족보, 10:1-11:9 은 셈, 함, 야벳의 족보, 11:10-26 은 셈의 족보, 11:27-25:11은 데라의 족보, 25:12-18은 이스마엘의 족보, 25:29-35:29는 이삭의 족보, 36:1-37:1은 에서의 족보, 37:2-50:26은 야곱의 족보 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창세기는 기원의 책 (book of origins) 인 동시에 인류의 족보입니다. 우리가 아무개 씨 집안의 족보를 읽으면 그 집안이 시작되어 오늘까지 오게된 사연을 알게 되듯이, 창세기는 현시점의 독자, 즉 인류가,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가를 각 시대를 규정하는 인물들의 족보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세기가 1-4장의 엄청난 이야기를 다 들려준 후에, 새삼스럽게도 창 5:1에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아담 자손의 족보” 로 부르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5장 (1-32) 이 기록한 아담부터 노아까지 10대의 족보에는 가인과 그 후손이 포함되지 않아, 창세기 4장 (16-24절) 가인후손의 족보와 겹치는 부분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창 4장 가인, 에녹, 이랏, 므후야엘, 므드사엘, 라멕의 계열은 구원사의 주역이 되지 못한 비족장의 족보요, 창 5장 아담, 셋, 에노스, 게난, 마할랄렐, 야렛, 에녹, 므두셀라, 라멕, 노아의 계열은 구원사를 잇는 족장의 족보가 됩니다. 창세기에서 족장의 계열과 비족장의 계열이 갈릴 때, 비족장의 계보를 먼저 나열하는 형태가 아래 표처럼 세번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버지/족장 비족장의 족보 족장의 족보
아담 가인 자손 4:16-24 셋 자손 5:1-32
아브라함 이스마엘 자손 25:12-18 이삭 자손 25:19-35:29
이삭 에서 자손 36:1-37:1 야곱 자손 37:2-50:26

따라서 이 두 개의 족보는 명확한 멧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인의 후손들은 가인을 따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한 길로 가다가 냉혈살인범 라멕 이후로 구원역사의 흐름에서 이탈해 버렸고, 하나님께서 새롭게 시작하신 셋자손의 계통은 에녹과 노아라는 경건한 인물들을 낳으며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이어간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인류구원의 위업을 어떻게 이루어가시는가? 라고 질문해 본다면, 그시대의 악인들을 모두 의인으로 변화시키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들을 새롭게 빚으시고 새 계보 족보를 만드신 것을 봅니다. 유대인의 종교성도 헬라인의 지성도 인류가 하나님을 알고 섬기게 하는 일에 실패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유대 종교나 헬라 철학이 이해할 수 없는 새롭고 산 길,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와 연합하여 제3의 종족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을 주셨습니다. 다시말해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구원의 족보에 들게 하시는 것입니다. 신약성경의 시작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마태 1:1) 이며, 누가복음이 동일한 예수그리스도의 족보를 역추적해 올라가면서 에노스, 셋, 아담, 그리고 하나님! 으로 족보를 마치는 것은 (누가 3:38)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기독교는 인간을 개선하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근원이 다르고 본질과 운명이 전혀 다른 새 인류를 창조하신다는 좋은 소식 (good news, 복음) 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 new creation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하나님께서는 모든 세대에게 당신을 알려주시고 구원얻을 방법과 하나님께 나아오는 길을 마련해 주십니다. 가인에게 제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온전한 제사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스마엘에게도 순종만 하면 하나님 안에서 번영을 주마 약속하셨지만 스스로 박차고 이삭 자손을 대적했습니다. 에서는 자기가 받은 구원역사의 장자권을 팥죽 한그릇에 팔아넘기는 망령된 선택을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나님이 이끄시는 구속사의 뒤안길로 갔습니다. 하나님이 펼치시는 구원역사에 몸을 던져 동참하는 이와, 그 길을 외면하거나 대적하는 이들 간에 길이 갈라지고, 그들의 족보가 갈라지게 되는 이치가 여기 있습니다. 오늘 당신은 어느 길에 서서 어느 족보에 몸을 담고있습니까?

유선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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