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들을 흩으시는 하나님

세상에 가득찬 악으로 인해 탄식하신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물로 심판하시고 노아와 그 가족을 새출발의 씨로 쓰셨습니다. 대홍수로 지면의 생물들이 쓸려가고 노아가족과 방주에 보존하신 생물들이 다시 이 땅의 삶을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는 무지개를 가리키시며 노아와 그 자손들에게 복을 주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말씀하셨습니다 (9:1,7). 이것은 아담의 때에 주셨던 번성의 약속을 재확인하신 것이며, 세상을 관리하는 청지기직을 감당하라는 통치명령 (mandate of dominion) 입니다. 아담 안에 모든 인류가 있었듯이 이제는 노아가 인류를 대표하니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신 대로 노아 안에서 온 인류와 언약을 맺으신 것입니다. 노아와 그 후손들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규례를 따라 순종하기만 하면 형통이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형통의 역사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창세기 11장 바벨탑 사건 때문입니다.

바벨탑 이야기의 대지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탑을 쌓으려 했고, 하나님이 내려오셔서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 놓으시자, 그들이 다 흩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인간들의 노력을 저지하신 사건이지만 노아홍수처럼 사람이 멸절된 것도 아닐 뿐더러, 사람들이 딱히 무슨 죄를 지었고 그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명쾌한 설명도 없으니 심판이라 부르기도 난처합니다. 그들의 언어가 혼잡되었고 그들의 야심작인 바벨탑 건축 프로젝트의 좌절이라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높은 탑을 쌓으려고 시도한 것이 죄라고 정확히는 말씀해주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이 바벨탑 공사를 중단시키시고 그들을 좌절시키신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벨탑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람들의 동기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정의한 바벨탑 프로젝트는, 벽돌과 역청을 써서 성읍과 탑을 쌓자 /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자 /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건축의 테크놀로지와 공정입니다. 돌 대신 벽돌을 쓰고 벽돌을 역청으로 강화해 쌓아 올리는 그 시대의 최신공법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성취욕의 자연스런 결과이며, 그 자체로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부분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자고 말하는 것을 봅니다. 바벨탑은 그들의 신전이며, 하늘에 닿는 초고층 skyscraper 신전의 최상층에서 만나게 되는 그들의 신은 결국 자기만족과 명예인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세번째 부분을 보면 이 점이 더 분명해 집니다. 바벨탑을 쌓은 사람들은 “지면에 흩어지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에덴을 떠난 인류가 동방을 향해 (이스라엘에게는 동향이 늘 전면입니다. 훗날 이스라엘의 진과 행군의 도식에서도 전진은 곧 동진임을 보게 됩니다) 새로운 곳 프런티어를 개척하고 정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통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것을 “지면에 흩어지는” 것으로 폄하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 불확실한 미래보다 풍요로운 시날 땅, 지금 보장된 현실에 안착하기를 원했기에 그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하늘로 치솟는 바벨탑을 쌓았던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안주하기 원했던 땅에서 그들을 흩어 온 땅을 향해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마련해 놓으신 새 땅을 향해 나아갈 사명은 창세기 12장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네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앞으로 지시해줄 그 땅으로 옮겨가라” 명령하실 때에서야 비로소 인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의 태고부터 종말때까지 “지시해 주실 그 땅” 을 향해 가는 것이 하나님 백성의 사명입니다. 홍수후에 하나님은 노아가 드린 제물을 받으시고 다시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을 저주하지 않으신다고 무지개를 가리켜 맹세하셨습니다. 다시한번 땅은 사람의 다스림을 받을 준비가 되었지만, 바벨탑을 쌓은 세대는 하나님의 언약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새 약속 붙들고 새 땅으로 나아가는 개척자의 자부심이 아니라, 흩어지는 자의 두려움이 그들을 지배했습니다.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어쫓습니다 (요일 4:18).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흩어지는 두려움”을 이기고 하나님께서 열어가시는 새 역사 앞에 마음 부풀어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새 땅 앞에 열려 있습니까?

유선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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