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이 좋은 이유 10가지

아무 말도 못했다. 억장 무너지는 참담함 앞에 가슴만 쓸어내렸다. 희망은 절망이 되고 기대는 좌절로 변했다. 가라앉은 것이 어찌 세월호만일까.

한 시사주간지는 작금의 사태를 ‘고장난 나라-비겁한 선장, 무능한 정부, 한심한 언론’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속수무책이다. 승선한 국민들은 집단 멀미에 어지러워하고 있다. 나 역시 언론 종사자로서 그동안 무책임한 말들, 분노를 부추기는 말들을 열심히 실어 나르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그럼에도 또 쓴다. 한국이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년 전쯤 ‘미국이 좋은 이유 10가지’라는 칼럼을 썼었다. 엊그제 그 글을 다시 읽었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우리도 그랬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북받쳤다. 요즘 한국 사람들, 미국을 우습게 본다. 그래도 한국이 못 따라 오는 것들은 여전히 많다.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 옳은 길이라면 따라 가야 한다. 그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몇 가지만 다시 짚어 본다.

◈첫째, 미국은 공정한 룰이 지배한다. 편법과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은 어땠나. 맘대로 고치고 적당히 봐 주고,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그냥 넘어갔다.

◈둘째, 미국은 공권력이 존중받는 나라다. 제복입은 사람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한국은 공무원과 경찰이 ‘봉’이다. 툭하면 소리치고 멱살 잡고 심지어 구타까지 한다. 이게 나라인가. 질서가 잡힐 리 없다. 시스템이 돌아갈 리 없다.

◈셋째, 미국은 리더를 인정한다. 정치적 의견이 달라도 국익 앞에선 하나가 될 줄 안다. 한국은 아예 리더를 만들지 않는다. 탈법과 술수로 올라간 자리들이어서 그럴까. 그것만은 아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싫은 거다. 나보다 잘 난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다. 리더가 없으니 모두가 우왕좌왕이다.

◈넷째, 미국은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다. 어디를 가든 어린이와 임신부, 노인들을 위하고 양보한다. 어린 학생들만 남겨놓고 어른들이 먼저 살겠다고 도망가는 일은 없다. 한국은 강자의 나라다. 돈 없고 힘없으면 살 수가 없다는 말, 수십 년 전에도 들었지만 지금도 듣는다.

◈다섯째, 미국은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래서 따지고 또 따진다. 보고 또 본다. 대충대충 얼렁뚱땅은 한국의 고질병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나라, 속으로 골병든 한국. 이제라도 바로 서려면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또 있다. 미국에 14년 살면서 미국이 좋은 이유, 보고 느낀대로 몇 가지만 더 꼽아본다.

◈여섯째, 미국은 말을 아낀다. 아무리 큰 사건에도 남을 난도질 하는 말을 마구 내뱉진 않는다. 말은 칼이다. 제어되지 않는 말은 총칼보다 무섭다. 언론도 그것을 안다.

◈일곱째, 미국은 실패에서 배운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노스리지 지진이 나자 모든 건축법규는 다시 정비되었다. 테러가 나면 검색을 강화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지만 다수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불편해도 감수한다.

◈여덟째, 미국은 그래도 법과 정의가 살아있다. 의원도, 시장도, 경찰도, 부자도 법을 어기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홉째, 미국은 더불어 살려고 애쓰는 나라다. 피부색이 달라도, 영어가 서툴러도 얼마든지 와서 살 수 있다. 이 정도나마 일구고 사는 우리 한인들이 그 증거다.

◈열째, 미국은 개성을 존중한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도 뭐라 하는 사람 없다. 전 국민이 명품 안 들어도 되고, 연예인 얼굴로 똑같이 안 뜯어 고쳐도 된다. 획일화된 사회, 그것만큼 피곤한 곳은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사람 사는 곳이다. 한 꺼풀 벗겨보면 똑같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시스템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역시 너무 차이가 난다. 아직도 한국은 부지런히 더 배워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이 제대로 서는 길이다.

L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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