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 ‘블루 쓰나미’…20년 만에 중간 선거 상·하원 동시탈환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미국 민주당이 11월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동시에 탈환했다. 선거 전 경합 지역으로 꼽혔던 곳은 물론 텍사스와 캔자스 등 공화당이 오랫동안 우세를 보여 온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연방의회 양원의 다수당 지위를 한꺼번에 되찾은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내년 1월 새 의회가 출범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와 예산, 입법, 인사를 놓고 협상해야 한다.
아이오와 승리 예측으로 상원 과반선 넘어
미국 선거 분석기관 디시전데스크HQ(DDHQ) 는 선거 당일인 3일 오후 11시 16분(현지시각) 아이오와주 연방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조시 투렉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 예측으로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을 되찾는 데 필요한 순증 4석을 달성해 전체 100석 가운데 과반인 51석을 확보할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가 끝난 지 약 5시간 만에 상원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판정이 나온 것이다.
텍사스에서는 민주당 제임스 탤러리코 후보가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를 꺾었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후보가 연방 상원 선거에 승리한 것은 38년 만이다. 캔자스에서는 민주당 애덤 해밀턴 후보가 공화당 현역 로저 마셜 의원을 누르고 94년 만에 이 주에서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의 이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에서도 공화당 의석을 가져왔다. 메인에서는 공화당 소속으로 다섯 차례 당선된 수전 콜린스 의원이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가져온 상원 의석은 모두 7석이다. 상원 다수당이 바뀌면 위원회 운영과 본회의 의사일정도 달라진다. 특히 상원 인준이 필요한 장관급 인사나 연방 판사 후보를 두고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가 초반부터 맞설 가능성이 있다.
하원 250석 이상 전망…주지사 선거에서도 약진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선거 전 전망을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당초 민주당이 전체 435석 가운데 230~240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AP통신과 CNN, NBC 뉴스는 민주당이 과반 기준인 218석을 훌쩍 넘어 25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50석 이상이라는 수치는 주요 언론의 의석 전망이며, 최종 의석수는 남은 개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전국 하원 선거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약 12%포인트 앞설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격차가 최종 집계에서도 유지되면 1982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큰 차이가 된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텍사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조지아에서 공화당이 지켜 온 자리를 가져왔다. 텍사스와 아이오와, 오하이오에서는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이 패했다.
고물가·이란 전쟁·이민 정책이 선거 쟁점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는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의석을 얻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집권 2기 전반에 대한 반발이 경합주를 넘어 확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각 쟁점이 투표에 미친 영향은 지역별로 달랐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신이 후보로 나섰다면 공화당이 큰 차이로 이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이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행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선거에서 의석을 잃은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이나 이민 정책을 놓고 백악관과 계속 같은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회와 트럼프 백악관, 예산 협상부터 맞붙나
내년 1월 민주당이 양원 다수당이 되면 하원 위원회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집행을 조사하고 관련 당국자를 불러 청문회를 열 수 있다. 이민 단속의 집행 방식과 연방 예산 사용 내역, 이란 전쟁과 관련한 행정부의 의사결정 등이 의회의 감독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던 의회에서 추진한 백악관의 입법 과제도 민주당 지도부가 의사일정을 쥐면서 통과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예산 협상은 양측이 실제로 타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첫 시험대다. 민주당은 정부 지출 법안을 심의하면서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을 조정하거나 특정 사업에 조건을 붙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민주당도 양원 과반만으로 원하는 정책을 모두 관철하기는 어렵다. 정부 운영에 필요한 지출 법안을 두고 합의가 지연되면 연방정부의 일부 업무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상원에서는 인준 표결이 또 다른 협상 지점이 된다. 백악관이 민주당도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를 지명할지, 민주당 지도부가 청문회와 표결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에 따라 행정부 인사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초반은 민주당이 어떤 사안을 첫 청문회에 올리고, 백악관이 예산과 인준 협상에서 어디까지 양보하느냐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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