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발행인 칼럼] Limiting Factor(성장 저해 요인)

34년 전에 앤아버에 유학생으로 도착해 다니게 된 교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중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마음이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외로운 미국 생활 때문이었던지 처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꿀처럼 들렸다.

대학원이라 학교는 일주일에 두번만 갔지만 교회에는 4번을 갈 정도였고 교회에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교인 숫자가 많지 않아 거의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 했고 목사님으로부터 사랑도 듬뿍 받았다.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었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정말 내맘대로 교회가 돌아갈 무렵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내 뜻대로 돌아간다면 분명 건강한 교회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입김이 너무 커졌다는 생각이 들고 주위의 사람들이 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것을 느꼈을 때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여곡절끝에 결국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교회 성장의 저해 요인(Limiting Factor)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떠나면 교회가 안될 것 같았지만 교회는 더욱 성장해서 지금은 수백명의 교인이 다니는 중견급의 교회가 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떠나서 더 잘되는 것을 보면 패배감이 들 것을 겁내하지만 내 자리를 비워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여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내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사실 다른 곳에서 또다른 경험과 축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1년에 주간미시간이라는 신문을 시작하면서 같은 시기에 태동한 미시간 한인 문화회관의 설립 목적이 건전해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당시 문화회관 설립위원회 측에서 미시간 동포들을 초청해 개최한 공청회에 백여명의 한인들이 모여 문화회관 설립에 대한 개요를 경청했다. 그 당시 그렇게나 많은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되지 않을만큼 문화회관이 당시에는 커뮤니티의 화제거리였다.

그 후 약 10년간을 문화회관과 함께 많은 일을 했다. 미시간 지역에 있는 입양아들을 매년 초청해 구정잔치도 열었고 당시 한국 정부가 지원금을 설정하도록 언론이 할 수 있는 후방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간미시간의 입김이 커지게 되었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다. 봉사를 하다보면 영향력이 생기고 그 영향력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견이 있는 것을 정상적으로 받아드렸다. 어느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생각은 너무나 건강한 노력이라고 받아드렸다.

문화회관과 소원해지면서 박탈감은 전혀 없었다. 당시 문화회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남은 시간과 열정을 다른 곳에 쏟을 수 있었다. 아직도 문화회관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미국 사회와 긴밀하게 맺은 네트워크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떠나면 또 다른 경험과 축복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분명하다.

모든 이민 사회 조직이 공적인 마인드를 가지려면 인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급여를 줄 수 없고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직능단체들이 소수의 스타플레이어들의 입김에서 벗어나 민주적인 결정 과정을 갖추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를 운영하는데도 이것이 안되는데 지역 단체는 오죽하랴?

물론 한인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이사진을 꾸미고 회장단을 만들어 놓지만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공정하게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일부 세력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급조되어 투표할 때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편법이 얼마든지 통하는 상황에서는 임시적으로는 이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인 사회 전체를 망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내 입장을 세우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유혹에 빠지면서 그 조직의 미래는 반드시 어두어 진다. 지저분한 분쟁에 노출되고 편협한 파워게임이 펼쳐지다보면 우수한 인재들은 떠나게 되고 그 조직인 퇴보하게 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다 물리치고 내가 왕이 된 것 같지만 결국에는 더러운 쓰레기 통을 움켜 안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미국 어느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 였다. 진정으로 커뮤니티를 위하는 사람들이 앞에 나섰는지 아니면 커뮤니티를 이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보기 위한 꼼수를 가진 사람들이 극렬하게 그 자리를 쟁취해 왔는지를 되돌아 보면 알 수 있다. 커뮤니티를 위해서 또는 후세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라는 허울좋은 명분뒤에 사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히든 어젠다를 숨겨 놓았던 추잡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역사 상 모든 악은 선의 이름으로 행해졌다고 했던가. 선의로 포장된 길로 악이 걸어 온다고 했던가. 세상에 보여지는 내 모습을 포장해서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저의가 있다면 그것은 커뮤니티를 이용한 사기에 불과하다.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사실 나 때문에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 커뮤니티나 공동체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저해 요인(Limiting Factor)이 바로 나 일수도 있다는 뼈아픈 각성을 하루도 상고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남이 아닌 나로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전 세계 각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국가 지도자들도 자신은 무조건 옳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그 많은 정치인들이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의 좋은 예다. 국가 최고 레벨에 있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인데 이민 사회 단체장들이야 오죽하랴. 그 흔한 청문회도 없고 아무나 회장 자리 맡겠다면 감지덕지로 자리를 내줘야 하는 형편이니 실력이 있을리도 없고 대표성이 생길리도 없다. 존경하며 믿고 따르고 싶은 지도자가 아무대도 없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다 떠날 사람들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둥바둥 자리를 지키며 이 땅을 지저분하게 만들것인가, 아니면 한 발짝 물러서서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후배들을 양성할 것인가? 커뮤니티에 진정한 보탬이 될 것인가? 아니면 커뮤니티를 앞세워 사리사욕만 채우다 말것인가? 남들이 모를 것 같지만 세상은 다 안다. 세상을 속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막상 속는 건 내 자신뿐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다 내려놓으라고 하셨나보다. 얼마나 살기가 어려우면 그것이라도 꽉 잡고 살겠느냐마는, 그래서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때 일수록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내려놓으면 더 좋은 것이 예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늘. 그 선의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리 인생사가 너무나 불쌍하지 않을 수 없다.

밝아 오는 2024년 새해에는 미시간 한인 사회도 미국과 조국 한국도 사람 구실 제대로 하는 지도자들이 나와서 제발 인간 공해로 부터 찌든 정신 세계를 씯어 내려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제는 정말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세상을 끝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주간미시간 발행인 김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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