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시간을 살맛나게 만드는 사람들

[리즈=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방학이라 집에서 빈둥대 는 아이들을 깨워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새기너에 있는 이동 농민 교육센터로 봉사를 떠나는 교회팀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약 2만여 명의 이동농민들이 미시간으로 들어온다. 오이, 토마토. 애호박, 당근 등을 수확하기 위해서다 플로리다나 텍사스같은 남부지방이나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미시시피 텔타 지역에 있는흑인들이나 웨스트 버지니아 지역의 백인들도 있었으나 카트리나 재해이후 복구 작업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이동농민은 멕시칸들이 주가되었다.
앤아버에서 23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다가 151번 출구로 나와 동쪽으로 오면 Resse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에 있는 리즈 초등학교에는 오늘 이동농민의 자녀 약 30여 명이 건강 검진을 받으러 모였다. 올해는 연초 우기가 길어져 수확이 늦어지면서 이동 농민의 숫자가 줄어 학생들도 30명밖에 안됐지만 예년에는 100명이 넘는다.
부모들은 농작물을 수확하느라 뜨거운 햇볕아래에서 하루종일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나 건강관리에 소홀해 질 수 밖에없다. 매년 이런 자녀들을 위해 여러 교회들과 사회단체들이 나선다. 이런 행사에 디트로이트 한인연합 장로교회가 참여한 것은 25년 전인 1987년부 터다. 동교회의 김기모 장로가 앞장을 서면서 한인 의사 들도 다수 참여해 봉사를해 왔다. 올해는 Caro 센터 소아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용자 신 아하디 씨가 이 일을 맡아온지도 5년째다. 한인 제일장로교회도 2년 전부터 참가해 농민들의 이발을 해주고 있다.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봉사하는 곳은 72번, 84번 농장이 있는 밴뷰렌 지역이다. 칼라마주에서 서쪽으로 20분 떨어져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농민들은 평균 2달반씩 미시간에 머무는 장기체류자들이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만나기를 꺼려했지만 지금은 한인들과 친해져서 같이 인사도 나누고 먹을거리도 내온다.
도시 빈민과 이동농민을 지원하고있는 미국장로교회 총회의 모빌 헬쓰서비스는 소외된 사람들의 몸,마음과 정신을 구원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때에 띠라서는 복음도 전하고 기도도 같이 하지만 부담감을 주지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한다. 교회에대해 호감을 같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수확 일이 많이 기계화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일손이 절실하다. 또 기계로 수확하면 일 년에 한 번밖에 못하지만 사람이 수확하면 8번 이상 다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농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루종일 일하고 그들이 받는 노임을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18,000에서 $20,000 정도.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웰페어를 받고 있는 수혜자들이 아무 일을 안하고도 일년에 약 $18,000-$ 22,000를 받는 반면 이들은 매일 일하면서도 그 정도를 번다.
이들의 도움이 없이는 농작물 수확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는 불평등해 보인다. 고학력 직업에 대한 취업비자는 오픈하면서도 이들을 위한 합법적인비자는 없는 상태다. 거의가 다 불법체류 신분인 이들의 자녀들이 대학에 갈 때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드림법안의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그들의 앞날은 절망적이다.
조지아주가 최근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조지아 주 농장에 있는 복숭아를 수확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또 플로리다에서 미시간으로 올라오는 이동농민들이 조지아주를 통과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이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한다면 우리가 미시간에서 사먹는 채소와 과일이 지금보다 두배정도 오를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노고로 인해 우리 모두가 저렴한 가격으로 그로서리 장을 볼 수 있다고 보면 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남의 일처럼 무관심 할수 없다.
그래서 오늘 이동 농민 자녀들의 건강 검진에 참여한 한인들의 노력은 참으로 가상해 보인다. 더욱이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 이런 일을 25년간 남몰래 해왔다니 더욱 고마운 일이다. 미시간에 있는 밴뷰랜, 새기너, 임레이 시티, 스탠디쉬,밴트하버,세인트조셉과 같은 작은 마을들에 꽃피는 한인들의 봉사 손길이 미시간을 더욱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우기가 길어져 수확이 늦어지다 보니 일거리가 아직 많지는 않다. 그렇다보니 하루벌어 하루 먹는 이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인 교회 성도들이 쌀, 콩, 밀가루, 세제 등을 사다가 전달해 주기도 했다. 당장 먹을거리가 없을 정도로 척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 미국 땅에 공존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오늘도 열심히 땀을 흘리며 흙범벅이되어 에어컨도 없는 컨테이너 임시 막사로 돌아오는 멕시칸 이동농민들의 모습은 측은하게 보이기 보다는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기계화와 더불어 미시간에서 농장의 수가 줄어 들면서 일자리가 점점 없어진다며 걱정하고 있는 그들은 미시간 수확이 끝나면 다시 남쪽지방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오늘건강검진에서 만난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던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정처없는 여정에 오를 것이다.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보니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뻔하지만 그들의 수고가 미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마음에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신종 노예제도라고 하면 너무 지난 친 말일까? 그들의 노동력에 비해 인간적인 대우를 못해주는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이렇게라도 봉사활동을 벌이지 않고는 죄책감을 버랄 수 없을 것 같다. 경제 원리로 따져 보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며 자위하기에는 그들의 수고가 너무 값져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