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발행인 칼럼] 올 해 가장 부정적인 단어는? – 언어가 갖는 이중성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2020년, 올해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었던 부정적인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Positive.

‘긍정적’이란 뜻을 갖고 있는 이 단어가 가장 부정적이었던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에서 positive(양성)반응을 받은 사람들이 느낀 절망감 때문이다.

반면에 가장 듣고 싶었던 단어는 Negative 였다. ‘You are negative’라며 테스트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쉬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염병이 오기 전까지는 Positive는 항상 좋은 뜻이었고 Negative는 항상 나쁜 뜻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뒤집어 놓은 바이러스가 단어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뒤집어 놓았다.

바이러스 때문에 한 발자욱 물러서서 보니 좋은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이 항상 나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원수가 된다고 했던가?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게 사람의 관계다. 그래서 미국 블루스 가수 앨버트 킹은 Don’t Burn Down The Bridge(Cause You Might Want To Come Back Across)를 불렀는지 모른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고정관념이 쌓이는것을 느낀다. 자기 주장이 늘어나고 자신만의 고집이 생기다보니 ‘나는 절대…’라고 시작하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나와 색깔이 같은 사람, 생각이 같은 사람들만 만나려고 하다보니 나의 고정 관념이 더욱 튼실해 진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 불편하고 언쟁이 오고가다보면 마음의 문을 닫고 쉽게 원수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빨갱이’, ‘종북좌파’, ‘꼴통보수’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고정관념들이 바이러스보다 무섭게 우리의 삶을 지배해 왔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하나님이 전해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바벨탑이 무너지면서 언어가 나뉘고 사람들이 세상으로 흩어졌던 이후로 이번엔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흩어졌다.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일을 했길래 가끔은 이렇게 흩어져야 하는 걸까?

자연이 운영되는 법칙과 섭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무시하고 무너뜨린 결과인가?  주식시장에서도 버블이 생기면 조정 국면에 들어가듯이 세상도 재조정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으면서 고마운 것들이 많아졌다.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일상들이 다 소중해졌다. 친구들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좋은 음식을 나누며 수다를 떨던 일, 다리가 불편하다며 비행기 코치석에 앉아 투덜대던 일, 한인 사회 이벤트를 다니며 취재 하던 일 등등 고마운줄 모르던 일들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것은 positive와 negative라는 단어가 상황이 달라지면서 정반대의 의미로 여겨지듯이 내가 평생 가지고 살아온 고정 관념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자각이 생긴것이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는 항상 이뻐야 하고 계모는 항상 나쁜 사람이어야 하고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데 나는 항상 좋은 사람이라는 고정 관념,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좀비 영화와 컴퓨터 게임에서 좀비는 무자비하게 총으로 난사를 해서 죽여도 마음의 가책이 하나도 없이, 오히려 짜릿한 쾌락을 느끼는 그런 상황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말이다.

바이러스에 전염된 확진자들을 좀비처럼 피해야 하는 올해를 보내면서 가장 끔찍하게 보이던 기피대상이 바로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럽게 경쟁하며 무작정 달려온 전세계 인류에게 이런 저런 가르침을 주고 있어 보인다.

 

주간미시간 발행인 김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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