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동차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 미시간대 김응한 교수 주간미시간/SBS 공동취재에서

[앤아버=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미시간대학교 김응한 교수(경제학과 석좌교수)가 미국 자동차 3사의 위기 원인을 분석하고 타개방안을 기업이 가져야 할 문화에서 찾았다.

1월 29일 주간미시간과 한국 SBS 의 공동취재에서 김응한 교수는 현 경기 악화의 원인을 ‘지난 20년간 지속해 온 미국의 소비문화’로 들었다. 그는 소비위주경제에 따른 버블이 부채의존도가 낮을때는 아무 문제 없었으나 기업이나 가계의 부채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큰 타격을 주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그는 기업의 책임윤리 부재를 꼬집었다. 미국 기업내 최고 경영자들의 책임과 보상에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많은 반면 실책에 대한 책임추궁을 약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책임 회피 기업문화가 이기적인 경영 형태를 불러 왔고 그릇된 정책 결정에 따른 책임소재 여부가 불분명해 지면서 방만 경영을 싹트게 했다는 말이다. 기업가들의 이기주의는 메릴린치가 뱅크 어브 어메리카에 인수되기 전 50 빌리언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4조에 달하는 거 금을 보너스를 나누어 갖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부실 경영의 미국 기업들이 살아나려면 Pay with Performance(성과급 급여제도)가 정착되고 Me First라는 이기주의적 사고가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 경영자가 자기것 챙기기에 연연하지 말고 종업원을 먼저 생각하고 팀워크와 전체의 하모니를 길러 내지 않고서는 부실기업의 재생은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국도 IMF 이전에는 기업 총수 위주의 경영을 강조하다보니 가치 창조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회상하고 현재 미국에서 고전하는 많은 기업들의 행태가 그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경영자가 종업원을 종업원이 경영자를 서로 생각하며 배려하는 기업 문화가 형성되어 나누어 먹는 풍토가 조성되면 나룰 수 있는 빵의 크기도 커진다고 그는 역설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기업들을 예로 들러 Ford는 그래도 포드 패밀리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어 방향을 잡기 쉬우나 GM의 경우는 주식의 분산에 따른 주주의 힘이 부족하다 보니 경영층에서 노조 세력의 눈치를 보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50~60년대에는 주주측과 노동측이 균형을 잡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조의 힘이 너무 커졌고 주주의 힘이 없어지면서 지나친 임금 인상에 따른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지적했다.

김응한 교수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가 살아남기위해서는 의회가 요구한 Job Bank 폐지가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원리로만 본다면 3사를 구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현지 노동자들과 경제 상황을 보면 그렇게 냉정할 수 만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기업의 생존력을 결정하는데 이는 어느 한 계층에서만 주도해서도 않되며 최고경영자와 중간 간부 그리고 노동자들이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고통을 함께 분담하려는 희생 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단체우선주의와 달리 미국 전반에 깔려있는 개인주의가 기업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We’를 강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대공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역설적인 해석에 일리가 있다는 김 교수는 경제팀이 강한 오바마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기주의를 협조주의로, 지나친 소비주의를 검소주의로, 방만주의를 책임주의로 바꿀 수 있다면 미국에도 희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경제적인 한파를 경고로 받아드리고 체제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런 아픔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어도 과거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힘들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방대한 자금을 풀고 있어 경기는 좋아질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더욱 걱정되는 것은 거액의 경기활성화 자금이 풀린 다음에 닥쳐올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어도 미국이 지금까지 누리던 세계 1등 국가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한 그는 “그동안 미국은 자신들의 시스템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여러 나라가 답습할 것을 종용했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국가 위신과 경쟁력에 많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 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기업들이 잘못된 경영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애플과 같은 기업은 회사 전체가 하나가 되어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주고 종업원들이 자유와 창조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군대와 같아서 기업의 크기가 생존력을 결정하지 않으며 오합지졸들이 모여 있는 초대형 기업보다는 정예화 되어 있는 견실한 기업들이 더 큰 경쟁력을 갖는다고 전했다.

이와같이 어려움에 빠져있는 기업들은 불황속에서도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문화를 들여다 보고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상호수혜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다시 태어나려는 자성의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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