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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로빈 후드

21세기의 로빈후드가 부르는 ‘아메리칸 이디엇’

 

한인 관객들에게 로빈후드는 그저 활 잘 쏘는 가상의 인물 정도로만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의적 로빈후드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홍길동전만큼이나 꽤나 시대적인 배경과 관련된 민담이다. 영화 <후드>는 이런 민담을 21세기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때문에 원작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 관객들에게 로빈후드의 이야기가 그리 유명하지 않고 이 영화가 철저히 재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영화의 서사적 매력은 반감될 수 밖에 없지만, 그저 가벼운 액션영화로 봐도 <후드>는 그리 나쁜 영화는 아니다.

영화 ‘후드’의 스틸

영화 <후드>는 세상을 몰랐던 귀족 청년 로빈이 버킹엄 주교의 계략으로 인해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이 전쟁에서 돌아온 후, 후드를 쓰고 부자와 교회의 돈을 훔쳐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12,13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을 21세기 식으로 젊고 유쾌하게 재해석해냈다.

21세기에 영화로 재탄생한 로빈후드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영화는 액션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다. 국내에선 <최종병기 활>같은 작품에서 활을 이용한 액션이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최종병기 활>의 활 액션이 화살이 휘어져 날아가는 식의 기술적인 활 액션을 선보이는 반면, <후드>의 활은 박력 있고 호쾌하다. 경쾌하게 날아가 호탕하게 박히는 화살은 관객에게 쾌감을 안겨준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십자군 전쟁 장면은 마치 21세기의 사막전이나 시가지 전투를 연상시킬 정도로 현대의 전투스타일을 그럴싸하게 표현한다.

 

영화의 흐름도 <후드>의 화살처럼 속도감이 있다. 이야기 전개가 주저 없이 치고나가는 박력이 있는데, 사실 이 점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이야기 전개에 텐션이 있는 점은 좋지만, 이야기가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텐션만 믿고 가던 영화에서 중후반부 잠시 텐션이 떨어지는 순간 관객은 쉽게 흥미를 놓치게 된다. 그나마 이 얕은 서사에 풍부함을 더할 수 있는 것이 원작에 대한 재해석이지만 원작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관객들에게 <후드>의 서사는 반쪽일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21세기 대중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다소 확실하다. 이 영화의 제작자가 진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메시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드>는 등장인물의 설정을 원작과 다르게 하면서 그 메시지를 슬쩍 내비친다. 먼저 <후드>에서 로빈이 스승으로 만난 인물이 이슬람 사람이라는 점이다. 원작에서 로빈 후드의 일원으로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했던 ‘리틀 존’을 <후드>는 로빈이 십자군 전쟁에서 아들을 잃는 인물로 바꾼다. 그렇다면 영화는 왜 ‘리틀 존’을 이슬람 사람으로 바꾼 것일까. 이는 최근 영화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반전주의를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의 주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노팅엄 주장관도 은유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꽤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는데, 재밌는 점은 그의 언행이나 손짓을 보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다소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영화 내내 비판되는 십자군 전쟁 또한 합당한 이유없이 행해지는 인종차별과 전쟁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후드>는 현대적인 말투로 반전주의와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영화다. 이는 지난 2004년 발매한 락 밴드 그린데이의 음반 <American Idiot>을 연상시킨다. 당시 이 음반은 이라크 전쟁을 발발시킨 조지 부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는데, <후드>의 엔딩 크레딧은 <American Idiot>의 앨범 커버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인다. 결국 <후드>가 뒤에 숨기고 있는 이야기를 들춰보면 최근 트럼프 정부가 보여주는 미국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비판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영화는 충분히 가볍게 즐길 수 있을만한 영화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액션영화로도 그다지 손색은 없다. 영화가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리부트된 것이니 만큼. 테런 에저트의 박력 있는 액션연기와 호쾌한 활 액션을 계속 보고 싶다면 가볍게 볼만하다.

 

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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