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작은 콘서트에 담긴 커다란 사랑

– 한국 주간 잡지 Weekly People 에도 소개돼

연출자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익숙한 얼굴들을 담은 영상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막 태어난 아기들 사진부터 생신을 맞는 어르신들 모습 등 올 한해 일어난 크고 작은 가족 행사가 담겨있는 영상이다.
곧이어 공연을 알리는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몇날 며칠 동안 오늘을 위해 갈고 닦았을 어린이들의 정성스런 무대의 막이 오른다.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를 비롯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트럼펫, 드럼 연주가 이어지고 이에 뒤질세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꼬마 춘향의 구성진 소리판이 밝아오는 새해맞이 흥을 한껏 부풀린다. 신나는 최신 음악에 맞춘 언니 오빠 댄서들의 멋진 댄스공연에 쏟아지는 박수소리와 웃음소리로 작은 콘서트 장은 이내 차가운 날씨마저 녹일 듯 뜨겁게 달구어 졌다.
소복소복 흰 눈이 내리는 2007년의 마지막 밤. 한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의 미니콘서트가 열렸다. 오늘 콘서트의 주인공들은 정말로 이 많은 사람들이 한 가족일까 의심이 갈 정도로 대 가족이다. 실제적인 가족도 있고 주위 이웃도 있지만 그들은 모두 ‘우리가족’ 이라고 부른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모임은 처음엔 어린이들의 장기자랑 정도로 시작되었지만 점점 해를 거듭해 갈수록 여느 콘서트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조명, 음향, 컴퓨터 작업 등 모든 공연에 관한 준비와 진행을 본인들이 직접 맡아서 했다고 한다.
처음 이 모임을 만든 사람은 이 가족의 대장 격인 강경혜 씨. 현재 사우스필드에서 Lee Beauty Supply를 운영하고 있는 강경혜 씨는 “20여 년 전 처음 미국에 발을 디딘 인연으로 불러 모은 식구가 어느새 이렇게 많아져 버렸다”고 수줍은 듯 말한다. 처음엔 일 년에 한번 씩이라도 이런 모임을 가짐으로서 가족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아이들에겐 작게나마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김으로서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이 미니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성금을 거둬 어려운 곳에 도네이션을 해 왔는데 이러한 나눔의 철학도 물론 강경혜 씨의 아이디어다. 이 연말모임을 단순한 만남이 아닌 자선파티 형식의 모임으로 만듦으로써 아이들에게 작게나마 나누고 베푼다는 것에 대해 가르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강경혜 씨는 개인적으로도 여러 곳에 도움을 주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처음 미국에 정착할 때의 어려움을  잊지 않는 그녀는 미국에 처음 정착하는 사람들의 운전면허를 따도록 돕는 일에서부터 아파트 코사인 등 보통 사람들이 꺼려하는 궂은일들을 나서서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남편 이영일씨와 아이들 (태수,새라,리나)의 도움이 없이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몇 달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별한 친구의 안타까운 사연에 이 미니콘서트에서 조성된 성금을 건네주게 되었고 지인의 제보로 이러한 훈훈한 사연과 그 동안 소리 소문 없이 행해진 그녀의 선행이 한국경향신문 계열 ‘주간인물’ 이라는 잡지에 크게 실려 미시간 한인사회의 자랑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따뜻한 소식을 접하면서 차가운 미시간의 겨울이지만 인심만은 아직 꽁꽁 얼어붙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부디 새해에는 이 나눔의 불씨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어 활활 타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최희영 기자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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