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시간 출신 ‘용감한 청년’ – 한미 양국서 열광

– 스티븐 연 “시즌2선 사랑에 빠져요, 진짜 남자가 되는 거죠”
– 좀비 소재로 한 미드 ‘워킹데드’ 한국인 배우 스티븐 연 인터뷰

이상하거나 권위적이거나-. 미국 대중문화에 나오는 한국인 남자배우의 통상적 이미지다. 영화 ‘행오버’의 미스터 초우(켄 정)가, 드라마 ‘로스트’의 진수(대니얼 대 킴)가 그랬다. 그런데 이 남자, 그렇지 않았다. 이름은 글렌. 활동 무대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다. 좀비가 지배하는 세상을 다룬 드라마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낯선 이를 구하고 어려운 작전에도 빠지지 않는다. 바로 스티븐 연(28), 연상엽이라는 이름의 한국인이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의 자존심을 단박에 높여준 그는 서글서글한 인상이 매력적이다. ‘워킹데드’ 시즌2로 돌아온 그를 e-메일로 만났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팬들이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랐다. 무척 감사하다. 배우라는 일도 축복이지만 한국계 미국인 배우라는 것도 축복이다.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스티븐 연이 되고 싶다.”

-시즌2에서는 어떤 모습인가.

“지난 시즌에서 ‘재치 있고 똘똘한 소년’이었다면 이번 시즌에선 사랑을 하게 된다. 정말 남자가 되는 거다. 매기라는 여자가 나타나고,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된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과 갈등을 얘기하게 된다.”

좀비가 지배하기 전의 세상에서 글렌은 애틀란타의 피자배달원이었다. 늘 마주치지만 주목 받지 못하는 삶. 하지만 뒤바뀐 세상에서는 달랐다. 학위나 재산 대신 능력이 귀해졌다. 배달원으로 일했던 덕에 도시의 지름길을 꿰고 있던 글렌은, 그 능력을 이용해 생존자들을 도왔다. 이런 시원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쾌감을 느꼈다. 중국인으로 오해 받을 때 “나 한국인이거든”이라고 톡 쏘아붙이는 쿨한 모습까지 더해지자 ‘스티븐 연앓이’가 시작됐다.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요.”

그 자신은 인기의 이유를 ‘글렌’의 매력으로 돌리지만, 팬들의 시선은 ‘글렌’에서 ‘스티븐 연’으로 향한 지 오래다. 천성이 순하게 보이는 밝은 모습 때문이다. 한국인 팬들에게 어설픈 한국어를 섞어 영상편지를 띄우는 그의 모습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민 1.5세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다섯 살 때 미국 이민을 갔으니 정체성 고민 등 힘든 시기가 있을 것 같았다.

“친구들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죠. 심하지는 않았지만 놀림을 받을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늘 ‘한국인이자 미국인’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두 가지 문화를 모두 안다는 건, 연기에 더 도움이 되죠.”

그가 배우에 눈을 돌리게 된 건 미시건주 캘러머주대(심리학과) 1학년 때 학교 연극부 공연을 보고 나서다. “완전히 매료돼 연극부에 들어갔어요. 무대에 서는 게 좋았고, 인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졸업한 후에는 코미디 극단 세컨드 시티에서 2년간 경력을 쌓았어요. 사람들을 웃기는 게 행복했거든요.”

그리고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로 넘어온 지 6개월 만에 오디션을 통해 그는 ‘글렌’이 됐다. 보통 5년 이상 무명시절을 겪는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성장세다.

그는 영웅보다 소시민 캐릭터에 더 정이 간다고 했다. “길에서 스쳐 지나갈 만한 사람, 늘 보는 사람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싶어요. 그런 평범한 상황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 말이에요. 글렌처럼.”

최종 목표는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의 ‘대표’가 돼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굉장하다고 생각했어요. 박찬욱 감독과 꼭 일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꿈일 뿐이지만.”

임주리 기자

◆워킹데드(Walking Dead)=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국 AMC 방송사 드라마.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사투를 실감나게 그린다. 지난해 10월 시즌1 방영 당시 큰 화제가 됐다. 16일 시작한 시즌2는 첫 회 730만 명의 시청자를 동원하며 미국 케이블 방송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22일부터 케이블 FOX채널에서 방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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