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에게는 “신문 읽어라” 조언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투자철학은 무엇인가요?”..”특별한 기회가 보이면 재산의 75%를 투자하는 것도 맞다고 봐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많은데 무엇을 읽어야 하나요?”.. “신문부터 읽어봐요. 세상을 알아 나갈 수 있어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 개최한 연례 주주총회는 인생 문제 종합상담회장 같았다.
77세의 버핏은 그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찰스 멍거(84) 버크셔 부회장과 함께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주들과 장시간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주주가 질문을 하면 버핏과 멍거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대화는 3만1천명의 참석자들에게 노익장 두명의 인생관과 투자철학 등을 유머와 함께 전달하는 토크쇼처럼 보이기도 했다.
◇ “기회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해라” = ‘투자의 귀재’인 버핏인 만큼 그에게 투자의 방향이나 자산관리 등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투자원칙을 묻는 질문에 “재산의 75%를 한 곳에 투자하고 싶은 강한 확신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며 “이런 경우가 자주 오지는 않겠지만 특별한 기회가 보이면 재산의 75%를 투자하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산의 500%를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해 빚을 내서 투자하지는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버핏은 만약 30세로 돌아가 100만달러로 처음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비용 (수수료)이 적게 드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멍거도 “당신이 능숙한 투자가가 아니라면 인덱스 펀드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주식 투자에서 너무 많은 수익률을 올릴 것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버핏은 “장기적으로 10%의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주식을 살 수 있다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면서 버크셔의 주식 수익률도 앞으로도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뒤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어린이들에게 금융에 관해 줄 수 있는 충고로는 “어린이들은 부모를 본받을 것이고 그런 시각을 갖고 살게 될 것”이라며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자산을 따로 관리해야 하는지, 아니면 함께 관리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각자의 자산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전반적인 금융상황을 보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부부의) 주머니가 다르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 “일간 신문 읽어라” = 이날 주총에서는 인생 문제를 버핏에게 상담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어린 학생들도 궁금한 점을 버핏에게 물어봤다.
필라델피아에서 왔다는 7학년(중학교 1년) 학생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많은데 무엇을 읽어야 하냐”고 묻자 버핏은 자신은 일간 신문을 읽는 것부터 시작했다면서 신문을 읽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 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엔가 진짜 자신의 관심을 끄는 것을 찾게 될 것이고.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멍거는 “방금 질문한 학생은 이미 인생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날 12세의 한 학생은 버크셔는 왜 배당을 하지 않느냐고 버핏에게 묻기도 했다. 버크셔는 현금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이를 유보해 투자를 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버핏은 이에 대해 버크셔 자회사인 시스 캔디를 예로 들며 “현금을 많이 버는 자회사가 있지만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불하는 것보다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게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에서 왔다는 9살짜리 어린이는 버핏에게 미 프로야구팀인 시카고 컵스를 인수할 의향이 없는지를 묻기도 했다.
다른 직업을 택했어야 한다면 무엇을 했겠느냐는 질문에 버핏은 “지금 하는 일을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열정을 일찍 발견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적합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