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이 성경에도 있는데, 어리석은 자는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도둑질한 물이 달고 몰래 먹는 떡이 맛이 있다” (잠9:17). 아슬아슬한 도둑질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도둑질한 물건에 덧붙여서 얻게 되는 보너스입니다. 이런 성취감은 죄로 물든 인간 심성의 한 면모이며,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스럽고 거룩한 목적에 일치하는 일을 완수했을 때 갖는 선한 성취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8계명은 도둑질에 관해서 명령합니다. 훔친다는 것, 도둑질한다는 것은 나의 것이 아닌 것, 즉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6계명과 마찬가지로, 8계명도 목적어가 없습니다. 그냥 훔치지 말라 (You shall not steal.) 라고 되어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훔치지 말라는 것일까요? 사도 바울은 디모데전서 1:8-10에서 십계명 가운데 몇 가지를 순서대로 열거하는데, 도둑질하지 말라는 8계명을 “인신 매매를 하는 자”와 연결짓고 있습니다. 성경의 다른 책들을 보면 실제로 사람을 붙잡아서 파는 행위를 금하고 있습니다 (출21:16; 신24:7). 이렇게 볼 때 8계명은 “유괴”(kidnapping)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8계명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약한 이웃 사람을 납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의 재산을 훔치지 말라는 의미로 폭넓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도둑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질 수 있는데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도둑질은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 공개적으로 그리고 강제로 행할 수가 있습니다. 개인 간에 일어나는 강도 행위나, 예전에 이라크가 주변의 약소국 쿠웨이트 땅을 일시적으로 강점했던 것이 그 예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좀더 큰 골치거리는 두 번째 유형인데, 이것은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행해지는 사기성 도둑질입니다. 구약에서는 여러 곳에서 공정한 저울추, 공정한 되를 가지고서 경제활동을 하라고 합니다 (레19:35-36; 신25:13-16; 잠11:1). 장사하는 사람이 두 종류의 추를 갖고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살 때와 자신의 물건을 팔 때 각각 다른 저울을 사용하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겠지만, 하나님은 그런 눈속임을 도둑질로 여기고 금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강탈을 하든 사취를 하든 모두 도둑질이며 8계명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도둑질을 금하는 8계명은 사유 재산이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모든 소유를 각 사람들이 획일적으로 나눠 갖는 공산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 즉 자신의 가족의 장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는 아무 땅이나 지정해서 자신의 장지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장지가 다른 사람의 소유임을 알고 값을 지불하고 샀습니다 (창23:3-18). 나봇은 자신의 포도원을 아합 왕에게 팔기를 거절했는데 (왕상21:3-6), 왕이라고 해서 일반인의 개인 소유를 임의대로 처분할 수는 없었습니다. 신약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있었고, 종과 자유인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비록 성경에는 부한 자들에 대한 경고가 많이 있지만, 여전히 부는 하나님의 복으로 취급되며 (잠10:4, 22) 사람들은 부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딤전6:17).
그러나 개인의 소유, 혹은 공동의 소유와 관련하여 우리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재산 때문에 마음을 높이지 말고,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그런 재물을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며, 선한 일에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모데전서 6장에는 “청지기 헌장”이라고 할만한 말씀이 있는데, 2인칭 명령형인 “너는~하라”는 형태로 조금 수정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는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라 이것이 장래에 너를 위하여 좋은 터를 쌓아 참된 생명을 취하는 것이니라.” (딤전6:17-19).
왜 우리는 우리의 소유에 소망을 두지 말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야 할까요? 바로 우리의 모든 소유는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19:5; 시24:1; 50:10). 욥은 이 사실을 마음 깊이 알았기에, 자신의 소유가 불의의 사고로 다 사라질 때도 흔들리지 않고 “주신 분도 여호와시요 취하시는 분도 여호와시니 주의 이름이 찬송을 받을지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욥1:21). 우리는 단지 이 땅에서의 청지기, 대리 관리자일 뿐입니다. “궁극적인 소유권”이 하나님께 있기 때문에 “사용”도 하나님의 뜻에 맞게 지혜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8계명은 기본적으로 유괴와 관련이 있지만 도둑질 일반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시며 그것이 정당하게 보호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각 개인의 재산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소유권 아래 있고, 따라서 우리들은 이 땅에서 잠시 동안 청지기로 살아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8계명은 단지 도둑질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진 것을 하나님의 뜻에 맞게 지혜롭게 사용해서 이웃의 형편을 개선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포함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유가 많은 자든 적은 자든 모두가 “자족하는 법”을 배워서 궁핍한 자도 절망하지 않고 풍부한 자도 자만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만물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빌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