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시편을 같이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종종 괄호 안에 담아놓은 ‘셀라’라는 단어가 등장하여 혹자를 당황하게 만든다(시편 32:5 다수). 어떤 이는 나온 그대로 ‘셀라’를 힘 있게 발음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가 괄호로 처리되어 있으니 주춤하고 숨을 고르다 보니 잘 진행되던 합독(合讀)의 전열이 흩어진다. 도대체 이 (셀라)가 무엇일까?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셀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이다. 성경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인간의 책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책이기도 한 것이 성경이다. 인간의 책이기에 인간의 언어와 기호와 풍습을 담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들은 너무 오래 전의 것이라 확인이 가능치 않다. 그럴 때는 할 수 없다.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그러나 그냥 손을 털고 일어나면 무책임한 직무유기가 될 터이니 가능한 설명 몇 가지는 옮겨와야 할 것 같다.
이 미지(未知)의 단어 ‘셀라’는 시편에서 71회, 하박국에서 3회 등장한다. 하박국에서도 3장에 있는 찬미의 기도 중에 들어있는 것을 보아 이 말이 ‘음악’과 관계된 용어라는 점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말을 빼놓고 읽어도 전후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음을 보아 이것이 연주나 몸짓 등에 대한 신호라는 것도 분명한 듯싶다. 우리가 이 말의 뜻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어원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장 유력하게 부각되는 히브리 어근은 ‘살랄’인데, ‘들어 올리다’, ‘높이다’의 뜻이다.
(설명 1). 신약성경이 나오기 2-3세기 전에 히브리 성경이 헬라어로 번역이 되었는데 이 헬라어 구약성경을 우리는 「70인역」(LXX)이라 부른다. 이 「70인역」에서는 ‘셀라’를 ‘디압살마’라 번역을 했다. ‘음악에 있어서의 막간 여흥’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셀라’는 ‘잠시 멈춘다’, ‘간주'(間奏), 또는 ‘더 크게’ 등을 가리키는 신호일 수 있다.
(설명 2). 아람어 해석 성경이라 할 수 있는 탈굼(Targum)과 같은 유대교 전통이나 초대교회 신학자 제롬 등은 이 단어의 뜻이 ‘영원히’라고 보았다. 물론 어원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옳다면 셀라가 등장하는 곳에서는 축복송이나 코러스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설명 3). 모빙클(Mowinckel) 같은 구약학자는, 예배에서 시편이 연주되다가 이 단어가 표시되어 있는 곳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의 표시로 회중이 땅에 부복하도록 되어있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는 (1)의 설명에 점수를 많이 주는 것 같다. ‘셀라’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곳에서 강조를 위해 악기를 더 세게 연주하거나 노래를 더 크게 하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쩔거나. 확실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이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운율이 있는 시가(詩歌)로구나” 하는 생각으로 감흥을 높이면 좋을 것이다.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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